-
-
소중한 날의 꿈 - Green Days
영화
평점 :
현재상영
한국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의 꿈을 보았습니다. 제가 이 작품을 생각한 것은 단순히 소중한 날의 꿈이 주인공인 오이랑으로 통해 이야기하는 고교시절의 추억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본다면 한국 애니메이션의 꿈을 과연 날아갈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을 제기해 준 작품입니다.
작품 전반적으로 볼 때는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 애니메이션 가장 고질적인 문제가 바로 “아동용” 위주라는 점에서 많은 시나리오 구성이 부족하다는 점인데, 그런 문제를 상당히 많이 개선했습니다. 게다가 장면의 전환과 전환이 상당히 부드럽고 내용의 전개가 매우 자연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기존 작품에서는 스토리 중간 중간 이어지는 부분이 매우 부자연스럽거나 혹은 작품 내의 캐릭터가 스토리진행에서 너무 맞지 않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다행히도 오늘 본 소중한 날의 꿈에서는 이런 부자연스러운 흐름을 상당히 개선했다는 점과 캐릭터에 부여된 개성과 성향을 끝까지 잘 이어나갔다는 점입니다.
그렇지만 모두 만족한 것은 아니었으나 비교적 한국 애니메이션 중에서 극장용으로 나온 작품으로 상당히 좋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관람기준은 초등학생 이상 볼 수 있는 전체 관람이지만, 사실 막상 제가 볼 때는 고등학생이나 어른들도 편하게 보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시나리오 구성에서 상영할 때 보러 오는 사람들이 아동보다는 아동 이상도 같이 봤다는 것은 좋은 듯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작품에서 느끼지 못한 부분은 확실한 재미와 극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물론 작품 자체가 천천히 배경화면이 움직이며 캐릭터의 심적 변화를 잘 보이려고 했기 때문에 다소 작화 부분에서 배경적인 부분은 매우 좋았습니다.
시간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에서 햇빛이나 그림자의 구도, 그리고 인물이 움직일 때마다 얼굴에서 흐르는 땀, 또한 철수가 자신의 가게에 찾아온 이랑이를 위해 우산을 건네 줄 때 이랑이는 기분 좋은 얼굴로 우산손잡이 잡고 우산을 돌립니다. 이때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과 이랑이의 우산에서 팅기는 빗물의 연출은 절묘했습니다.
소중한 날의 꿈에서 제가 가장 놀란 부분은 이런 장면에서 작은 하나하나까지 다 잡아내어 우리에게 보여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작품 초반에 어느 시골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침 운동장 조례에서 어느 학생이 더위를 이기지 못해 쓰러진 장면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스쳐가는 자동차의 매연, 지나가는 행인들의 의상이나 걸음걸이까지 잘 연출했습니다.
특히 제가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주인공 이랑이가 자신이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랑이가 학교 수업의 일환으로 특별활동을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데, 이때 여고생들이 서로 쪽지를 접어 서로에게 던져 보냅니다. 이랑이에게 쪽지가 가다가 다른 친구들에게 갑니다. 그리고 그 쪽지가 오고가는 사이에 영상의 대상이 교실 내부가 아닌 창문 너머의 푸른 하늘이었습니다.
푸른 하늘은 내일이나 미래 그리고 희망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미래와 희망을 암시하던 푸른 하늘에서 쪽지 싸움은 시커먼 콘크리트 교실천장으로 이어집니다. 이것은 곧 이랑이의 꿈이 아직도 막혀 있어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철수를 만나 뒤에 같이 돌아다니며 이랑이의 시선에 보인 푸른 하늘은 시커먼 교실 천장이 아니라 모든 것이 탁 트인 푸른 하늘이었습니다. 그것은 이랑이가 철수를 만나 자신이 가진 희망과 미래를 찾아내었다는 의미입니다. 언제나 이랑이는 자신의 의지보다는 남의 눈치만 보고 살았습니다.
그런 부분은 처음 장면의 달리기 시합에서 알 수 있습니다. 이랑이는 평소 달리기를 잘하지만 달리기시합에서 자신보다 더 빨리 달리는 동기 때문에 달리기를 포기합니다. 그런 이랑이의 승부가 패배로 정해졌는지 이랑이의 라이벌은 영상에서 관객 쪽으로 가깝고, 이랑이는 그 라이벌의 어깨 너머로 보였습니다. 이것은 어깨너머 샷으로 화면에서 어깨 너머로 보이는 피사체가 화면상 가까이 보이는 캐릭터에 비해 열등하다는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바로 이랑이의 고민은 달리기의 패배로 통해 자신이 자신 있었던 달리기마저 의미가 없어지자 즉 교실의 막혀버린 푸른 하늘로 되었던 겁니다. 그런 이랑이에게 자신의 슬럼프를 도피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것은 서울에서 전학온 수민입니다. 수민이는 자기는 나이 33살까지 살다 죽을 것이라고 하며, 언제나 도도하고 남들과 다른 사람인양 행동합니다.
동요된 상태에서 수민이의 전학은 이랑이에게는 새로운 바람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랑이 수민이의 뒤를 쫓아가려 했으나 결국 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수민이가 따라가려 했던 수민이도 결국 자기의 허울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던 사람이 수민이의 가치를 몰랐고, 수민이의 이름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예술은 삶을 광학적으로 본다는 말이 있듯이 수민이가 짝사랑한 남자는 수민이에게 오히려 현실에 있는 친구들과 일상에서 즐기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랑이에게 달리기시합에서 꿈을 접게 만들고, 새로운 우상처럼 보이던 수민이도 결국 의미없이 흘러갔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이랑이에게 다시 그 꿈을 꿀 수 있게 해준 것은 철수였습니다. 철수라는 인물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실패를 하나의 경험 내지 받아들이는 것으로 인지했습니다.
그 단적인 예로 철수에게는 말을 듣지도 하지도 못하는 삼촌이 있습니다. 그 삼촌이 이랑이와의 대화에서 작은 돌덩어리를 보여주며 여기에 수많은 흔적과 세월 그리고 모습이 있다고 합니다. 실패나 성공이나 모두 그 돌덩어리 안에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철수는 그런 돌덩어리처럼 자신의 꿈을 관철하려고 합니다.
한국 최초 우주비행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던 철수는 그저 기계에 빠져있는 순박한 남자 고등학생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꿈에 대한 열망은 강하고 거기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이랑이는 처음에 철수가 엉뚱하게 보였으나, 철수의 비밀기지인 언덕으로 갈 때 철수의 진지한 마음을 알게 되자 자신도 솔직하게 변하기 시작합니다.
자기 마음 아래 깊숙이 두고 있던 고민과 자기 양심을 철수에게 털어 놓으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정신적인 압박을 벗어 던집니다. 작품 마지막에 공룡발자국을 찾아 가기 위해 철수와 여행을 떠난 이랑이는 아주 아름다운 꿈속에서 철수 삼촌이 이야기해준 우주로 사라진 공룡을 만납니다. 꿈이 없다고 믿은 이랑이가 철수와의 여행에서 단잠에 빠져 꿈을 꾸고 다시 자신의 꿈을 찾기를 시작합니다.
작품 마지막에서 마라톤대회가 열리는데, 이때 이랑이는 자신에게 하나의 억압으로 보이던 라이벌과 벅찬 승부를 펼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승부결과는 나오지 않습니다. 바로 이랑이는 1등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과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한 겁니다. 공룡은 모두 사라져도 공룡발자국은 아직도 살아남아 자신의 형태는 없어질 망정 자신들이 살았다는 흔적을 남긴 것처럼 이랑이는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을 남기려고 합니다.
작품 마지막에서 하얀 눈이 오는데, 늘 남의 뒤만 보던 이랑이는 조금 다른 행동을 취합니다. 영화 러브스토리에서 주인공 남녀의 모습을 처음 떠오려 보기 보다는 그저 자신의 생각을 수민이에게 이야기합니다. 수민이도 처음에 도도하고 가식적인 모습에서 다소 솔직한 자신의 모습으로 가려 합니다. 과연 소중한 날의 꿈에서는 이런 꿈을 어떻게 보이려고 했던 것일까요?
이랑이처럼 쉽게 포기하고 남의 눈치 보면서 늘 뒤만 바라보려 한 사람인가? 아니면 그저 도도하고 가식적으로 남과 다르다는 식으로 살아가려 하던 수민인가? 혹은 너무 자신의 세계에만 집착하여 조금 엉뚱한 모습만 보이던 철수인가? 어떻게 본다면 철수는 이랑이에게 이랑이는 철수에게 수민이는 이랑이에게 조금 다른 모습을 보며 꿈을 키워간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젊은 날의 꿈을 꾸면서 그것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간절하게 바라는 소중한 날의 꿈은 우리에게 그런 꿈이란 단순히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가지고 살아가며 보이지 않는 골이더라도 언젠가 자신이 원하는 골문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소중한 날의 꿈으로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의 꿈을 다시 이어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