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 에반게리온 : 데스 & 리버스 극장판
안노 히데아키 감독 / 기타 (DVD)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란 작품은 사실 그렇게 재미를 위해 만든 작품이라기보다는 작품 내의 캐릭터로 통해 자신의 입장을 대입하여 거기에 동감을 얻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그러니깐 애초부터 학원물이나 로맨스에 자주 등장하는 코믹물이 아닌 말 그대로 작품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제작된 애니메이션인 것이다.

 

작품 내에서 등장하는 적인 사도, 그들은 애초부터 등장하는 장소나 무엇에서 발생하여 왜 그렇게까지 싸우는지 정확하게 이유가 밝혀진 것이 없다. 단지 NERV 기지에 가서 아담과 접촉하려고 할 뿐이다. 그래서 목적의식이 뚜렷하지도 않고 뭔가 투쟁함에 있어서 정의라는 큰 흐름을 짊어지기 어려운 적이 사도다.

 

그렇다면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적은 누구일까? 그것은 사도와 싸우고 있는 인간 그 자신일 것이다. 애초부터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는 사도로 인해 갈등보다는 인간 사이 내부의 갈등이 더욱 심하다. 가족문제, 연인문제, 친구문제 등등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을 사도의 경쟁에서 하나의 다른 방법으로 우리에게 전달한다.

 

그래서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란 작품은 그저 눈이 가는대로 감상한다면 작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왜냐하면 인류의 최고의 적인 사도의 근원지나 최종대장이 사도라기보다는 인간 그 자체라는 모순을 낳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사도인 카오루를 기억하는가? 그는 분명 인간의 형상을 띄고 있으나 사실 아담과 같은 속성으로 만들어진 유전자조작 인간이면서도 사도였다.

 

인간은 신의 모습을 흉내 낸 동물이라면 그 동물이 어느 순간 신을 다시 흉내 낸 존재를 만들어낸 것이다. 거기다가 모자라 인간들은 자신들과 가장 닮은 인형이라는 존재를 만들어내 버린다. 인형은 인간이 아니나 오히려 인간보다 더 완벽한 모습을 가진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 그 자체의 인간이란 존재들은 다른 인간에게 완벽한 존재로 다가오기 보다는 불편한 존재로 온다.

 

왜냐하면 자신의 마음에 100% 만족할 수 있는 인간이 존재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인간의 본을 떠서 만든 인형만이 100% 만족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자신의 의지를 거슬리지 않고, 게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갈아 치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웃기게도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그런 인형으로 만들어진 존재도 반항한다.

 

그 반항의 주체는 아야나미 레이, 즉 이카리 사령관이 만들어낸 복제인간이다. 레이는 이카리 사령관의 인형이기도 한 사람이었다. 겉모습은 인간이나 감정과 이성은 인형 즉 이카리 사령관에게 완벽한 존재로 나올 뿐이다. 그런데 그 완벽함이 이카리 사령관에게 만족을 줄 지 모르나 다른 사람들에겐 닿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그런 점에서 신세기 에반게리온 데스 & 리버스 극장판는 TVA 작품을 하나의 축약으로 이런 이야기를 단락단락 끊으면서 진행한다. 작품 내의 주인공은 이카리 신지, 아야나미 레이,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지만, 사실 그 뒤에 모든 것은 이카리 사령관이 숨어 있다. 그 숨은 고독한 남자를 뒤로 하여 이 데스 & 리버스는 인류가 과연 싸우는 것이 사도인지 인간인지를 짧은 줄거리로 스쳐가듯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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