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 파(破) 2.22
안노 히데아키 외 감독, 사카모토 마야 (Maaya Sakamoto 외 목소리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신세기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서가 발매 이후 드디어 신세기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파가 발매되었다. 기존의 TVA에 방영되던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극장판에서 보이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차이는 긍정적이기도 하나 다시 생각해보면 긍정적이지만은 아닌듯 싶다.

신지는 서에서 보여주는 에바 초호기 조종에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적인 심리적 요소보다는 자신의 의지로 조종하는듯 하나 사실 그 초호기 자체가 이카리 유이의 영혼이라면 신지의 영혼이 초호기 안의 유이의 공감대가 깊은 관계성을 나타내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신극장판은 이런 특성에 걸맞게 에바라는 인조인간에 대한 내용은 상당히 생략되고 대신 조종사들의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 변화에 알맞는듯 TVA에서 에바 파일럿이 신지, 레이, 아스카에서 머무던 것이 이번 신극장판에서는 마리라는 새로운 여성 파일럿이 등장한다.

마리는 그런 신극장판 작품의 성향만큼 상당히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다. 게다가 현실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스릴로서 대한다. 예전에 TVA에서 보인 신지와는 너무나도 다른 존재다. 그런 마리의 등장은 아마도 이 작품의 총감독인 안노 히데아키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도 싶다.

안노 히데아키는 만화가 모요코와 결혼하여 샤로운 생명의 탄생까지 경험했다. 그렇다면 그가 선택한 신세기 이전의 에반게리온과 신세기 이후의 에반게리온은 반드시 차이가 날 것이라는 점이다. 마리의 등장과 더불어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는 다른 파일럿에게도 일어난다.

아스카, 그녀는 언제나 자신이 과거에 얽매이고 자신이 인형처럼 대하는 것을 거부하며 또한 어머니의 애증관계로 자기학대적인 나르시즘을 앓고 있다. 특히 TVA에서 그녀의 NERV 직속 상관 미사토에 대한 질투심은 그녀로 하여금 스스로 자기 존재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행동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극장판에서의 아스카는 미사토와 관계가 날카롭지 못하다. 미사토의 연인이었던 카지가 더 이상 아스카에겐 중요한 인물이지 않게 되버린 것이다. 원래 TVA에서 아스카는 카지를 향해 사랑을 느끼고 있었으나 자신의 보호자인 미사토가 카지와 계속 사랑하는 것을 알자 자기 자신에 대해 책망한다.

게다가 자신보다 못나 보이고 한심해 보인 이카리 신지가 자신보다 더 우월한 파일럿이란 것이 뚜렷해지고, 자신이 인형임을 부정하던 아스카에게 인형처럼 보이는 레이가 오히려 인형이 아닌 인간이라고 하자 그녀에겐 모든 것이 짜증나고 귀찮아 보인다.

TVA에서 아스카는 그런 정신적인 압박과 삶에 대한 의지 상실로 욕조에서 자살기도를 한다. 그런데 신극장판에서는 카지에게 관심없다는 점과 미사토와 좋은 관계를 가지는 점은 무척이나 신기해 보인다. 아마 TVA에서 가장 발전한 인물은 바로 아스카가 아닐까 싶다.

이에 반해 신지는 어떠할까? 나는 신지가 예전에 비해 분명 마음을 열고 새롭게 자신을 개척하려는 것은 맞다. 하지만 나는 신지가 사회적인 관계유지가 좋아진들 그 자신은 발전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사도를 처리하고 써드 임펙트가 일어날 쯤에 신지가 구출한 레이의 모습에서 그는 아버지를 부정했으나 막상 보니 그는 아버지 이카리 겐도와 전혀 다를바가 없었다.

오히려 이카리 겐도처럼 자신의 욕심속에 모든 걸 져버리는 행동까지 보여준다. 그래서 신지는 외적으로 성숙했으나 내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다. 사도 안에 갇히 레이를 구출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던지는 것은 좋으나 아직까지 신지는 아야나미 레이가 어머니 유이의 클론임을 자각하지 못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레이를 구출했으나 그것은 레이에 대한 마음의 형태가 자각하지 못한 상태로 변형되어 세상 모두가 어찌되건 나만 좋으면 되지 아니한가라는 태도로 보인다.

이게 조금 의문스러운 부분이다. 안노 히데아키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으로 통해 자신의 틀에 갇혀 모든 대화를 거부하는 오타쿠들에 대해 경고하는 의미로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만들었다. 그러나 신지가 대표하는 그런 인물이라도 막상 신극장판에서는 자신의 세계만을 구축하여 모든 것이 뒷전으로 미룬 점에서 약간 아이러니하다.

아직 3기인 급(Q)이 나오지 않은 이상 결론짓을 수는 없다. 단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신지는 외적인 영역에서 정말 강해졌다. 그러나 자기 내부 깊숙한 심리적인 곳에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심은 성장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레이를 구하기 위해 손을 뻗을 때 들리던 "날개를 주세요"는 TVA처럼 레이에게 구원받는 신지가 아닌 레이를 구원하는 신지가 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