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 서(序) - Evangelion 1.0: You Are (Not) Alon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신세기 에반게리온 그것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역할을 해버렸다.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산업 현황이 당시 미소녀나 로리콘이라는 성적인 상품에 집착하고 있었다. 보통 애니메이션 여자에게 인기없는 남자들이나 보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그 이전에 건담과 마크르스와 같은 SF물은 다소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도 그런 2세대적인 애니메이션 오타쿠 시대에서는 애니메이션에 큰 비젼은 없어 보였다. 왜냐하면 단순히 애니메이션은 자신의 현실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들의 마약같은 도피처로 보였을 뿐이다.

그런데 그런 일본 애니메이션 흐름에서 가이낙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모든 판국을 변형시켜 버렸다. 애니메이션이 기존에 가진 비주류라는 특성을 어느순간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모호하게 했으며, 일본 TV에서는 애니메이션이 제대로 된 콘텐츠산업으로 활용하였다.

물론 콘텐츠산업만이 아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작품적인 요소가 다양한 소재와 장르 그리고 감독의 작가정신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오타쿠라는 존재가 과연 우리가 기존에 있는 그대로인가까지 고민하게 해주었다.

사실 가이낙스라는 팀은 다른 애니메이션 그룹과 달리 애니메이션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회사에다가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제작한 안노 히데아키 역시 일본 오타쿠 4대 천왕이라고 불리 정도로 심각한 오타쿠였던 것이다.

그러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는 오타쿠에 대한 사회성 결여와 자신의 벽에 갇힌 인간을 비판해왔다. 그리고 그런 비판이 어느 순간 1997년에 나온 end of eva에서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파멸의 형국까지 치닫는다. 그래서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생각하면 대단히 암울하고 희망에 대해서 보단 희망조차 가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것을 봄으로써 희망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살지 말자는 희망의식이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론은 신세기가 오기 전의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비극으로 끝난 점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1997년 이후 10년만에 나온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서(序)에서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신지는 기본적으로 아버지인 이카리 겐도를 좋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신지를 버리고 자신의 소속관할인 NERV에 가서 신지는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버지 이카리 겐도는 냉정하게도 아들을 타인의 집에 맡겨 버렸다. 그래서 신지는 아버지에 대한 낯섳 감정, 그리움, 증오, 미움, 이해불가라는 복잡한 기분으로 대한다.

그래서 TVA 신세기 에반게리온 1화에서 에바초호기를 타는 장면에서 상당한 고민과 절망을 느낀다. 하지만 신극장판에서는 고민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의지로서 타려고 한다.  TVA와 신극장판의 차이는 바로 신지의 의지성의 문제이다. 그리고 TVA에서 신지는 혼자라고 여기고 쓸쓸해 하나 신극장판에서는 혼자라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야시마작전에서 신지는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염원을 담아 그 염원을 자신에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다소 신지가 아버지의 그늘과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에서 확실하게 발전했다. 하지만 뭔가 TVA에서 보여준 진정한 고뇌가 보이지 않음은 조금 묘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에반게리온 초호기는 세상 그 누구도 탑승할 수 없다. 오로지 신지만이 탑승가능하고 다른 사람에게 무리였다. 그것은 에반게리온 초호기가 신지의 어머니인 이카리 유이의 영혼과 육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에서 초호기 속에 숨쉬고 있는 유이는 자신의 하나뿐인 분신을 끌어 안아 주는 느낌이 약했다.

결국 신극장판에서 고대 그리스 신화인 오이디푸스왕의 이야기처럼 아들인 오이디푸스가 어머니인 이오카스테와 부부로 맺어지는 콤플렉스적인 요소를 상당히 배제한 것이다. 그런 배제의식은 신지로 하여금 아버지 이카리 겐도에 대한 감정까지 조금 덜 표출되었다. 그래서 신지가 새롭게 변신하여 성장했는지 혹은 그냥 다르게 보이려 하는 것은 마지막 극장판을 감상하지 않은 이상 판단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안노 히데아키가 TVA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만들 때에는 그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극장판에서는 결혼하여 아이를 가진 후에 아버지가 되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 안노 히데아키는 자신의 성격 하나하나와 비슷하다고 했다. 그의 결혼에 작품세계관까지 바꾼 것일까? 하지만 에반게리온 전설은 바뀌지 않은 채로 많은 극장에서 새로운 신화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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