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4
제임스 미치너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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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라는 것은 참 기구한 것 같다. 예술이란 것이 비록 넓고 매우 깊게 분포되어 있는 하나의 대우주라도 거기에는 어느 정해진 패턴이 숨어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통감한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예술이란 과연 상업성적인 면을 배제가능한 것이라는 물음이다.

 
이런 물음에 대해 절실하고 궁극적인 표현을 해준 것이 바로 편집자 이본 마멜편일 것이다. 솔직히 처음에 루카스 요더라는 작가는 매우 성실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에 대해 끝까지 완수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루카스 요더라는 사람의 입장과 상황에서는 좋은 작가일지도 모르나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문학,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예술세계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창조해내는 그 존재에 대해 매우 진실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그런 예술적인 가치가 높은 존재도 결국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가치가 정해져 버린다. 그리고 그 가치를 파악하고 그것이 하나의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위해서는 그런 업무를 맡는 중간론적인 입장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생산자와 소비자는 전혀 다른 생각과 관점을 가지는다 점에서 매우 중요한 것을 알 수 있었고, 그런 대중들에 의한 기호나 취향 그리고 작가에 대한 작문실력이나 깊이를 가늠하는 것이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 중간적인 업무를 맡은 편집자인 이본 마멜의 이야기는 예술은 결코 창작자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준다.
 
특히 이본 마멜의 경우 본래 유대인 계통에 태어났으며, 태어난 자신이 어린 시절 가난했다는 점과 그리고 남자같은 성격으로 인해 팔골절상을 당하여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녀가 운동이 아닌 문학을 접한 것은 사실 팔이 불편하여 자신이 가만히 앉아 쉬고 있을 때 그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기 위한 수단이요 방편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본 마멜 즉 어린 시절의 셜리 마멜스타인은 문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녀의 문학적인 관심은 그녀를 미국 키네틱출판사의 유능한 편집자로 발돋움하게 해주었다. 그런 셜리 마멜스타인이 이본 마멜이 되기 전의 인생을 바라보면 대중의 기호와 문학가의 실력을 제대로 간파하는 편집자의 고뇌가 절실하게 드러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매우 정서적이고 인간적인 글을 적는 루카스 요더 선생, 그 선생에 비해 아주 전위적이고 열정으로 살아가는 셜리 마멜스타인의 애인이자 천재문학도인 베노 래트너 이 2사람의 대조되는 상황에 따라 셜리 마멜스타인의 인생은 크게 좌우된다. 그녀는 자신이 프로적인 의식을 지닌 편집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매우 인간적인 면을 가진 편집자였다.
 
사실 쓰레기산이라 불리는 반송될 운명에 처한 원고들 속에 돌속에 묻힌 보석을 찾아내는 일이란 매우 어렵고 힘겨운 일이다. 그런 그녀가 900편의 쓰레기 중에서 100편당 1편씩 명작이라는 말에 우리는 그녀의 직업정신이 얼마나 투철한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투철한 정신과 지나친 인간적인 면을 그녀를 하여금 절망에 빠지게 만든다.
 
그녀의 절실한 작가인 루카스 요더는 파문이라는 좋은 작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흥행실패로 회사에서 입장이 난처해지던 사실과 그녀의 애인인 베노 래트너는 매우 열정적이고 천재적이고 감상적인 면을 가지고 있었으나 인내력과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기본적인 소양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셜리 마멜스타인은 작가로서 최고의 자질을 가지면서더 최악의 자질을 갖춘 2사람 사이에서 심한 방황을 하였다.
 
특히 그녀의 애인인 베노 래트너는 자신의 여인인 셜리 마멜스타인이 독일인 작가 루카스 요더를 지지하는 것에 대해 매우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는 자신의 천재성만 믿고 너무 교만했던 것이다. 그래서 베노 래트너는 자신의 혈기넘치는 기질을 이기지 못하여 원고가 세상에 알려질 수 없게 되자 자살을 시도했다.
 
그리고 셜리 마멜스타인은 자신의 한계와 베노 래트너의 안타까운 인생에 대해 깊은 상처를 받는다. 또한 시골에서 묵직하게 자신만의 길을 걷는 루카스 요더 선생에 대해서는 생각한다. 2사람은 분명 편집자인 자신에게는 좋은 작가이었으나 편집자로 속한 출판사와 고객들에겐 형편없는 작가였다. 그런 작가를 어떻게 하면 꾸준히 찾아 개발할 수 있을까라고 그녀는 고민한다.
 
최후에 그녀는 미스 셜리 마멜스타인에서 미즈 이본 마멜로 개명한다. 그런데 나는 이 이름을 프랑스식으로 고친 것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한다. 그녀의 애인인 베노 레트너는 독일계 미국인인 루카스 요더를 경멸했다. 그리고 셜리 마멜스타인의 친부모는 사실 독일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넘어온 이국민이었다.
 
그런 그녀와 주변 상황으로 보자면 독일이란 국가나 혹은 독인민족에 대해 왠지 모를 무언가를 지닌 반발적인 심리가 있지 않은가 싶다. 프랑스 발음이 편해 이본 마멜이라고 웃음짓는 그녀이지만 그녀의 가족사와 그녀의 애인인 베노 래트너가 듣기만 해도 증오하던 늙은 독일인 이름에 대한 명칭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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