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비평 1 - 창간호
풀빛미디어 편집부 지음 / 풀빛미디어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만화비평 1권, 2009년에 제작되어 2010년에 발간된 도서로 출판내역을 찾아보니 주로 상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강사, 졸업생, 대학원생, 학부생 기타 다른 시민단체나 다른 구성원으로 통해 제작되었다.

여기서 보이는 만화비평이란 도서에서는 한국 만화 현황을 이야기하고 그것이 어떻게 하여 곡해되어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대중문화로부터 소외되었는 밝히고 있으며, 만화를 그저 해롭다는 인식보다는 해롭지 않다는 것으로 전환하기 위해 적어진 책인듯 하다.

특히 과거 일제강점기 전후로 한국 만화의 역사에서 시작하여 한국 만화 역사를 조명했는데, 만화는 단순히 웃고 놀고 즐기는 하나의 오락기능이 아닌 그 시대에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는 일종의 정보매체였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21C에는 한국 사람 대부분이 한글을 읽고 보고 쓰고 말할 줄 안다. 하지만 만화가 처음 나온 100년 전 당시만 하더라도 혹은 아직 근대화가 막 시작하던 1960년대에도 한글이나 한자를 보고 쓰고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보고 읽고 쓰는 한글이나 한자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으니 글자 대신에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혹은 전달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런 매체는 그림이 최고였다. 그림은 글 대신 선과 면 그리고 색이 들어가 있는 시각적인 정보매체로 누구나 그림만 보고 대충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만화는 그런 그림에 글자를 일부 추가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의미와 내용을 쉽게 전달하고 공감할 수 있는 좋은 매체이다. 참고로 김용석 교수의 "서사철학"에서 7가지의 서사구조를 소개했는데, 그 중에서 "신화, 대화, 진화, 동화, 영화, 혼화(애니메이션), 그리고 만화"로 소개했다.

그런 점에서 만화는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져 어려운 내용으로 느끼는 문자서사에 비해 쉽게 이해되고, 실시간으로 화면과 소리가 변화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비해 만화는 의문나는 사항에 대해 다시 되돌아갈 수 있어 정보의 수용으로 보면 상당히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 정보의 접근성이나 용이성이 높은 만큼 그 정보에 반영되는 내용이 반드시 좋은 정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좋지 못한 정보도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은 다른 인간에 대해 존중하거나 인정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만약 어느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인정하지 않고 타인에게 올바르지 않은 행위를 하는 것은 인간으로써 가치를 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비윤리적인 가치가 쉽게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는 노출될 수 없다. 그래서 그런 정보를 만화로 통해 반영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만화라는 작품 안에 폭력성이나 선정성 코드를 반영하여 작품성을 전개할 수 있지만, 그런 방법이 하나의 공식으로 되어버리면 사회적인 문제로 연결된다. 

예를 들어 타인에 대한 폭력, 인간에 대한 차별, 여성에 대한 성적 비하 등은 여전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고쳐나갈 문제나 그것이 만화에서는 그것 자체가 즐거움을 주는 요소로 되버릴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런 선정성과 폭력성이 반영된 작품이 문화검열이란 도마위로 올라가서 거기에 맞는 처분을 당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 자체로 하여 만화가 나쁘게 되어버리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한국에서 만화라고 이야기하면 아이들이 시간없이 보는 것이라 하며 만화를 보면 공부에 방해된다거나 혹은 만화라고 하면 폭력적이거나 야한 것만 나와 사회에 도움되지 않은 불순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만화라는 매체가 더욱 나쁜 쪽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만화에 대해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우리는 문학이라고 하면 고귀하고 숭고하며 뭔가 내용이 철학적이고 심오한 것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문학 중에 소설도 과거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불순한 이야기였고, 중국고전의 명작인 삼국지 역시 조선시대 사대부로부터 지탄을 받은 소설이다.

게다가 영상매체시대의 도래로 영화 역시 1920년 전만 해도 예술이라기 보다는 그저 시간남는 사람들이 여흥을 즐기기 위한 하나의 엔터테인먼트였다. 그러나 소비에트 혁명과 그 외 여러가지 실험적인 영화, 그리고 역사성이나 상징성을 드러내는 영화로 통해 예술로 인정받았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영화는 제7의 예술이라 하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만화는 프랑스에서 제9의 예술이다.

우리나라에서 프랑스하면 예술과 철학의 국가라면서 파블로 피카소라고 하면 이른바 조금 돈있거나 조금 배웠다는 사람들이 앞 다투어 미술관으로 돌진한다. 그런데 정작 프랑스에서 예술과 철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게 현실적인 유감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만화를 아동문학과 관련지어 만화로 통해 세상을 알고 배우는 것을 유도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초등학생이나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이전이 어린 어린이에게 길고 복잡한 문자서사인 소설보단 글과 그림이 동시에 들어간 동화나 만화가 좋다. 그러나 동화는 그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클 뿐만 아니라 만화에 비해 넣을 수 있는 내용과 분량이 한계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만화는 동화보다 서사적인 내용을 더욱 강조하면서도 더욱 길게 진행하여 어린이들에게 호기심을 지속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만화라는 것이 유치해서 어린이에게 보는 것이 아니라 만화로 통해 어린아이에게 좋은 글을 읽게 해주고 만화로 통해 세상을 알게 해주고 만화로 통해 친구를 사귀게 해주는 것이 옳은 일이다. 만화가 나쁜 것이 아니라 단지 만화 중에 나쁜 것만 있다는 것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인식하게 하여 만화를 보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그런 만화에 대하여 우리는 이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면 우리 스스로 만화에 대해 깊고 심도있는 대화가 필요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만화비평 그것은 반드시 어느 만화책 1권을 집어들고 다루는 것이 아니라 만화로 통해 이 사회와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같이 소통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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