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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강림 1
유현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 인간에게 신화, 전설, 민담은 아주 오래 전의 선조들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어째서 이상하게도 그 예전에 선조들이 즐기던 그 이야기들이 다시 고전으로 되풀이되어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현실에서도 계속 논의되고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는 역사보다 철학적이라고 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는 곧 신화라는 뜻이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언급한 고대 그리스 비극이나 신화 역시 아리스토텔레스가 살기 수백년전에 나온 작품들이다.
그런 점에서 예전에 입으로나 혹은 서적으로 전승되어 내려온 고전들이 왜 아직까지도 유효할까 생각해보면 그 이야기 속에는 인간이 간절하게 원하고 이루지 못한 많은 소원과 욕망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와 같은 전설이나 신화도 결국 오늘날의 인간들에게 계속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오히려 옛날 이야기라는 수식어로 통해 나와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식으로 돌려 말하기 쉬운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고전이야기를 다시 각색한 만화들은 과거 인간과 혹은 현재 인간이 원초적인 갈등이나 이야기가 변화없다는 것을 알려주기에 정말 좋은 사례이다.
한국 만화 중에서 이런 전설을 다시금 보여주는 작품이 있다. 그것은 선녀와 나뭇꾼 전설로 토대로 만든 선녀강림이다. 본래 선녀와 나뭇꾼의 전설에서 나뭇꾼은 극심한 효자로 병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매우 착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유일한 걱정거리가 있으니 나이가 이미 찬지가 오래이나 극심한 가난으로 인해 혼기를 맞추지 못하였다.
그러나 나뭇꾼은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자신의 입장을 돌보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어머니는 아들이 걱정되어 결혼을 어서 해주기를 바란다. 그런 나뭇꾼은 어느날 나무하러 산에 들어가는데, 어느 사슴이 사냥꾼에게 쫓기자 이에 불쌍히 여겨 사냥꾼의 포위망에서 숨겨주게 된다. 사슴은 나뭇꾼의 자비에 감동받아 선녀가 목욕하는 곳을 찾아가는 길을 알려준 뒤에 사라진다.
그리고 나뭇꾼은 사슴의 말대로 선녀가 목욕하는 호수를 찾아 선녀옷 하나를 훔쳐내고, 다른 선녀들은 모두 날개옷을 입고 하늘로 올라가는데, 옷을 분실한 선녀는 날개옷이 없어서 결국 나뭇꾼에 의해 나뭇꾼의 집으로 가게 되고 둘은 혼인하게 된다. 그리고 선녀는 나뭇꾼이 선량하고 효자라는 점에서 아이 3명을 낳아주고, 어느날 나뭇꾼에게 자신의 고향인 하늘나라에 가고 싶다고 한다.
나뭇꾼은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날개옷을 주자 선녀는 이옷을 받고 하늘나라에 가버린다. 여기서 다른 이야기 2가지가 있다. 하나는 나뭇꾼이 선녀에게 날개옷을 주고 난뒤에 홀로 지상에 남는 것과 하나는 나뭇꾼이 선녀의 도움으로 하늘나라에 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늘나라에 온 나뭇꾼은 지상에 있는 어머니가 그리워 아내인 선녀에게 부탁하여 용마를 타고 지상에 내려오나 용마에서 내리게 되면 죽는다는 금기를 듣고 내려간다. 그러나 나뭇꾼은 사랑하는 어머니를 보는 것에서 그 반가운 마음을 진정하지 못해 용마 아래 떨어져서 죽고, 나뭇꾼은 닭으로 환생하여 사랑하는 아내인 선녀와 아이들이 있는 하늘을 보고 슬피 울었다고 한다.
물론 선녀강림의 모티브는 선녀와 나뭇꾼이나 기본적인 맥락은 같다. 단지 차이점은 선녀인 환타가 자신이 알던 아버지가 진짜 아버지가 아니라 추하고 더러운 존재라는 것이다. 거기서 자신의 가치관이 무너지고, 동생과 어머니를 배신한 자인한 형은 환타의 아버지는 그 자신의 죄로 인해 하늘나라 어느 비밀장소에 봉인된다.
소재전개가 비슷하나 형제의 유무와 가족의 비극사는 약간 추가되었다. 하지만 선녀라는 존재가 고귀하고 인간이란 존재가 하등하다는 기본 관념은 바뀌지 않았다. 아마 이 전설이 나오던 시절은 남녀가 자유연애가 가능한 한국사회에서 어느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와 살았으나 자신의 신분이 미천하여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거나 거기에 좌절하여 만든 신화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반대되는 신화는 바보온달과 평강공주가 있다. 고구려 바보로 소문난 온달은 극심한 효자이나 지적능력이 매우 떨어진다. 얼마나 바보냐면 도성에 있는 임금님의 귀에 들어갈 정도이다. 임금에겐 사랑하는 공주인 평강이 있었으니, 평강은 어릴적에 상당한 울보였고, 평강이 울때마다 임금인 아버지는 평강에게 자꾸 울면 바보온달에게 시집보낸다고 했다. 그러면 평강은 마법처럼 울음을 멈추고 웃었다고 한다. 그리고 평강이 나이가 차서 혼기를 맞자 평강은 아버지의 어린시절의 농담을 근거삼어 온달을 부마(임금의 사위)로 삼아달라고 한다.
그러나 임금은 온달같은 바보와 결혼한다는 평강공주의 말에 크게 노하여 평강을 도성에서 내보낸다. 그리고 평강은 온달집에 가서 온달과 결혼하여 그에게 학문과 무술을 연마하도록 도와주고 온달은 문무를 쌓은 뒤에 나라를 지키는 한 사람의 장수로 인정받아 임금의 부마가 된다.
이 바보온달 전설과 선녀와 나뭇꾼의 전설은 당시 여성은 계급적으로 높으나 남성은 미천했으며, 그 남성은 여성과의 사랑으로 통해 신분 상승을 하기 원했던 욕망이 보인다. 그러나 바보온달은 좋은 결말로서 이야기를 마무리짓지만, 선녀와 나뭇꾼은 아이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비극으로 끝난다. 당시 여성은 결혼 후에 아이를 가져도 재혼이 가능한 시대에 나온 이야기일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런 신화와 전설로 통해 오늘날에 살아가는 우리 한국사회의 많은 대중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는 계속된다고 본다. 왜냐면 신분이나 배경은 다를뿐 그런 인간은 변함없이 유지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