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의 발견 - 믿는 것이 현실이 되는 마인드셋
데이비드 롭슨 지음, 이한나 옮김 / 까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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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의 발견>은 제목만으로도 성큼 다가왔다. 스스로에게 기대를 가지며 나자신을 긍정하는 내가 되는 것과 함께 내게 기대해주는 관계는 물론이고 내가 기대해 줄 수 있는 관계를 발견하는 방향으로 읽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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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 - 로맨스 여제의 삶과 사랑, 매혹의 삽화들 ㅣ 일러스트 레터 2
퍼넬러피 휴스핼릿 지음, 공민희 옮김 / 허밍버드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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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을 떠올리면

상상하고 쓰는 삶에 대한 것들이 떠오른다.

일러스트와 편지로 만날 수 있는 작가라는 카테고리로 앞서 반 고흐를 만났었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시리즈가 되는 책일 줄은 몰랐었는데 반 고흐와 훨씬 가까워질 수 있었던 좋은 경험으로 이번에 제인 오스틴을 만나는 이 책이 무척 기대된다. 특히나 일기나 편지처럼 사적인 글로 만나는 경험은 시간을 훌쩍 넘어 바로 곁에서 만나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이후에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을 더 만나면 아는 언니의 글이 되어 있을 것 같다.

편지는 굉장히 사적으로

많은 정보를 알려준다.




제인 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

​

200년 전에 태어난 여성,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 워털루 해전이 있었던 시대의 삶이 편지 속에 들어 있다.

​

자상하고 다정한 목사 아버지 아래에서 자랐다. 제인 오스틴의 아버지가 가부장적이고 폭압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 하나로 우리는 200년이 지난 지금도 제인 오스틴의 글을 통해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골 풍경이 고스란히 담기고 자매간의 돈독한 우애와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함께 팔짱을 끼고 얘기나누며 시골길을 걷고 있는 상상은 억지스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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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만 생동감 있는 천재적인 글에서는 제인 오스틴의 태도, 성격, 연애사, 외부환경, 가족관계와 확장, 살던 집, 일상에 대한 시각, 돈, 날씨, 정원 가꾸기, 생선의 가격까지 보게 된다. 위트와 따스한 신랄함이 담긴 매력적인 편지들을 읽고 나면 한 사람으로서의 제인 오스틴과 애정과 우정을 나누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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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우리에게 극심한 노고를 주었을 때 우리가 가족을 더 보듬었고 서로를 위로했고 힘써 주시는 분들께 감사했듯이 200년 전에도 그랬음을 제인 오스틴의 편지로 느껴본다. 19세기의 도서관을 보기도 하고 의복이나 생활을 상상하기도 하며 19세기의 여성, 제인 오스틴이 되어보는 시간이었다. 21세기의 나도 200년 뒤의 누구가가 지금의 나처럼 호기심어린 눈으로 상상해봐 주길 또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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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생거 사원>의 전신인 <수전>의 판권을 10파운드에 팔았지만 출판사가 오래도록 출판하지 않자 다툼 끝에 다시 판권을 사와 제인 오스틴 사후에 출간되었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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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서 성공의 척도가 되는 재정적인 독립 여부에 대해 그녀는 숨기려 들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즐겼다.

​

제인 오스틴의 말년에 소설로 그녀가 벌어들인 총수입을 계산해 보면 680파운드가 넘는다. 지금껏 널리 사랑받고 있다. 19세에 여성으로 글을 쓰고 수입을 얻기까지 쉽지 않았을 일인데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편지를 읽는 동안 자매의 친근한 편지를 통해 함께 수다쟁이가 되었다가 또 역사 속을 유영한다.

​

반 고흐가 우리에게 남긴 그림과 편지처럼

제인 오스틴의 편지도 그렇게 내게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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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 1811

<오만과 편견> 1813

<맨스필드 파크> 1814

<에마> 1816

<설득> 사후, 1818

<노생거 사원> 사후,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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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창의적인 삶은 분명하게 세 시기로 나뉜다. 《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의 습작을 시작한 행복한 스티븐턴에서의 시절과 이후 바스와 사우샘프턴에서 보낸 아무것도 쓰지 않은 긴 시간이 있다. 어쩌면 경험을 축적하고 생각을 잉태하는 기간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노생거 사원》과 <설득>에 등장하는 바스의 장면은 대부분 이 시기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맨스필드 파크》에 나오는 항구 도시 포츠머스의 장면도 사우샘프턴 해군의 삶에 대한 그녀의 지식에서 출현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위대한 창작의 시기는 그녀가 다시 행복해져 글을 쓸 수 있게 된 초턴에서의 시절이다. 이때 여섯 작품 중 네 작품이 출간되었고, 《노생거 사원>과 <설득>이 완성되었다. 이 두 작품은 유작이 되었다.



 일러스트 레터의

두 번째 시리즈

《제인 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

❤️ 19세기 비혼 여성에서 로맨스 소설의 여제, 영국 지폐의 주인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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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과 편견⟫ 작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편지’와 ‘삽화’로 함께 보여 주는 매혹적인 책

​

❤️  “당신이 몰랐던 제인 오스틴의 연애, 사랑, 상상하고 쓰는 삶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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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이 쓴 편지 70여 통과 당대의 풍경과 문화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삽화 188여 점을 함께 할 수 있다. 웬만한 미술 도서보다 그림이 많고 좋았고, 시대를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어서 영화로 만났던 <오만과 편견>과도 이어지곤 한다.




편지와 그림을 같이 읽다 보면 제인의 세계와 작품 속 풍경을 선명하게 상상할 수 있는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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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작가의 작품을 아름다운 삽화와 내밀한 편지로 읽는 지적인 즐거움, '일러스트 레터' 시리즈의 두 번째 도서로 세 번째 도서가 될 브론테 자매가 예고되어 있다.







편지는 작가 일생의 다채로운 궤적에 따라 연대기 순으로 여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이 방식이 보기 편할 뿐 아니라 그녀의 거주지순과도 우연히 일치하기에 그렇게 구성했다. 햄프셔주 스티븐턴의 목사관에서 시작해 아버지가 은퇴한 뒤 바스에서의 생활,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사우샘프턴에서의 삶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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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두 부분은 초턴에서의 생활에 중점을 두었고 마지막 장은 그녀의 짧았던 말년을 담고 있는데 초턴에 간간이 머물고 이후 그녀가 숨을 거둔 윈체스터의 집으로 이어진다. 제인의 삶, 편지, 예술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소설에서 발췌한 부분들은 이 책 이곳저곳에 삽입돼 있다.



출판사로 부터 책을 무상으로 받아 감사히 읽고 쓴 리뷰입니다.


1808년 12월 27일 화요일 캐슬 스퀘어

커샌드라 언니에게 p.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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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난 즐겁게 편지를 쓸 수 있고 전할 이야기를 거의 다 할 수 있어. 다행히이번 주에는 별일이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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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손데스의 중매는 놀라웠지만 불쾌하지는 않았어. 그녀의 첫 번째 결혼이 사랑으로 이루어진 선택이었거나 그녀에게 다 큰 딸이 있었다면 난 그녀를 용서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가능하다면 평생 한 번쯤은결혼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지금 그녀가 내게 지끈거리는 두통을선사하고 나 자신을 애처롭게 느끼도록 만들었지만 난 그냥 내버려 둘 거야. 행복을 위해서…… - P133

1809년 1월 24일 화요일 캐슬 스웨이

사랑하는 커샌드라 언니에게 p.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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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금요일이 아닌 목요일에 편지를 받을 수 있는 기쁨을 누리게 해줄게. 그렇다고 언니가 일요일 전에 답장을 쓸 필요는 없어. 언니와 언니의손가락이 분주할 테니까. 소중한 몸을 잘 보살펴 줘. 너무 열심히 일하지 말고. 커샌드라 고모는 베벌리 양처럼 귀한 존재라는 걸 잊지 마.어제 찰스한테 편지를 받아 기뻤지만 그 이야기는 최대한 자제할 생각이야.힘든 헨리 오빠도 곧 편지를 받게 될 테니 내 지식을 허비할 수는 없잖아.12월 7일과 10일에 버뮤다에서 쓴 편지였어. 다들 잘 있고 패니만 유일하게 아직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어.​

​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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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 - 로맨스 여제의 삶과 사랑, 매혹의 삽화들 ㅣ 일러스트 레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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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의 도서관을 보기도 하고 의복이나 생활을 상상하기도 하며 19세기의 여성, 제인 오스틴이 되어보는 시간이었다. 21세기의 나도 200년 뒤의 누구가 지금의 나처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상상해봐 주길 또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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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ㅣ 에디터스 컬렉션 1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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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에 대한 무경험의 거리감을 단박에 깨준 사람이 다자이 오사무였고, 그게 처음이라 너무 다행이고 감사했다. 교보문고의 디 에디션에서 다자이 오사무가 포함되어 있어서 그때 처음 이 사람은 누군데 헤르만 헤세, 어니스트 헤밍웨이, 조지 오웰, 버지니아 울프, 김수영, 최근에 추가된 알베르 카뮈와 함께 있나 하면서도 쏙 걸러내고 빼버렸던 기억으로 여전히 빈번호의 책이 되어 있다. 아마도 나처럼 다자이 오사무를 이유 없이 건너뛴 사람들이 계신다면 어떤 경로로든지 꼭 챙기시길 당부드려야겠다.​​

​


다자이 오사무는 내게 '솔직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동경을 주었다. 가족에게 얽히고 나 자신에 얽힌 이야기들을 많이도 건드려 주었는데, 상처를 건드리는 바람에 쓰라린 만큼 또 새살이 차오르는 것도 확인했다. 사실 우리 엄마가 살아온 이야기야말로 소설로 써야 하는 이야기들인데, 그것에 관해서는 기회가 있을 때 재차 묻고 다시 들어둬야겠다.

​

<사양>에서 머릿속을 맴도는 짧은 몇 마디의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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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

2. 뱀

3. 나쁜 사람

4. 비밀

5. 자살

6. 혁명

​

<사양>을 말하기 위해 <인간실격>을 말하고 싶고, <인간 실격>을 말하다 보면 <사양>을 말하고 싶어진다. 하나씩 읽었

어도 거대하고 위대했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책을 두 권째 읽고 보니 이제 10권이 읽고 싶어진다. 책장에 다자이 오사무 자리를 만들어야 하지 싶다. 그 와중에 문예출판사 책이 표지도 예쁘고 사이즈도 좋아서 더욱 가슴 뿌듯하기까지 했다는 것까지 남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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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인간실격>을 읽고 그 후폭풍을 호되게 앓았던 독서 지기에게 이 책 <사양>도 전해야 하는데, 그 무거움과 후폭풍을 이제는 알기에 건네기가 쉽지 않다. 어느 날 반갑게 들려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줄거리 내용이 없는 리뷰를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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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을 읽기 전엔 다자이 오사무를 안다고 말할 수 없다. 매우 공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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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탁에서 수프를 한 숟가락 뜨신 어머니가 "아" 하고 가는 신음 소리를 내셨다.

이 소설의 첫 문장 - 사양 / 다자이 오사무

뭔가 참을 수 없는 수치심에 사로잡힐 때 자기도 몰래 '아' 하는 가녀린 비명이 새어 나오는 법이다.

p 13



내게도 이런 순간이 있다. 남편에게서는 들어보지 못했지만 나는 가끔 '아' 했다가 "왜?" 하고 물으면 '아니야'로 덮어두는 수치심의 순간들이 있다. 그것은 쉬이 말하기도 싫은 비밀이다.

​

​

이 '아'라는 말이 자자이 오사무의 모든 책을 관통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이 짧은 낱글자 하나가 가장 순수하고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

​

​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실격> 이후에 또 내 마음속에 단단히 걸어둔 빗장을 열려고 한다. 다자이 오사무를 만날 때마다 솔직해지고 싶고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에서 멀어진 자유를 누리고 싶어진다. 나는 이제 다자이 오사무의 책 속에 '나쁜 사람'이라고 꼬리표 붙은 사람들을 주인공 가즈코와 같은 이유로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자유'에 나 역시 반기를 들 수가 없다. 그것이 혁명이라는 말에 동의했다.

​

​

휙 지나가며 읽어버린 <인간실격>의 한 문장을 가져와 본다. 왜냐하면 인간실격의 주인공이 <사양>의 주인공 '가즈코'의 남동생 '나오지'이자 다자이 오사무 자신이기 때문이고, 사양의 내용을 관통하는 말 같았기 때문이다.​​

​

"다시 말해서 나는

여자들의 사랑의 비밀을

지켜줄 수 있는 남자였다는 말입니다." ​

인간실격 p. 27

또 하나의 기쁨이랄까?

아니면 처리되지 않은 슬픔의 확인이랄까?

나는 <인가 실격>에서 결국 자살을 하는 그의 유서를 <사양>을 통해 보는 셈이 되었다.


<사양>에 대한 저의 감상은 만날 필요도 없이 그냥 만나시면 좋겠어요~~ <사양>을 먼저 읽고 인간실격 읽어도 좋습니다.

암튼 꼭 읽어야할 책같아서요

​

그래서요 ~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쓴 리뷰입니다. by 모든 것이 좋아



아침 식탁에서 수프를 한 숟가락 뜨신 어머니가 "아" 하고 가는 신음 소리를 내셨다. - P7

뭔가 참을 수 없는 수치심에 사로잡힐 때 자기도 몰래 ‘아‘ 하는 가녀린 비명이 새어 나오는 법이다. - P13

아아, 돈이 없다는 것은 뭐라 표현해야 좋을지 모를 두려운, 비참한, 살아날 구멍 없는 지옥 같다는 걸 태어나 처음으로 깨닫고는 가슴속에서 뜨거움이 복받친다. 속이 꽉 메어와 울고 싶어도,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인생의 쓴맛이란 이런 느낌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천장을 바라보며 누운 나는 빳빳이 굳어 그대로 돌이 되어버렸다.

​ - P26

작년엔 아무 일이 없었다.
재작년엔 아무 일이 없었다.
그 전해 역시 아무 일도 없었다.


이런 재밌는 시가 종전 직후 어느 신문에 실렸는데, 정말이지 지금 생각해 보면 여러 일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역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말에 공감하게도 된다. 전쟁의 추억이란 건 말하기도, 듣기도 싫다.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이 주었는데도 진부하고 지루하다. - P44

그저 그렇게 허무하게 내 몸에 남은 건 이 지카타비 한 켤레뿐인 무상함이다.

​ - P50

"나 같은 것 없어지면 좋겠죠? 그래요. 나가지요. 저한테도 갈 데가 있다고요."

​ - P59

"아아, 가즈코의 그 비밀이 잘 여물어서 좋은 열매를 맺으면 좋겠구나. 난 매일 아침, 너희 아버지에게 가즈코를 행복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단다."

​ - P61

나는 이 털실 색깔 덕분에 비로소 ‘좋은 취향‘이라는 게 뭔지 알게 된 것 같다. 좋은 취향. 어머니는 한겨울 눈을 머금은 하늘에 이 옅은 자주색이 얼마나 아름답게 조화될지 이미 아시고 일부러 손수 골라주셨는데 나는 어리석게도 그걸 싫다고 했다. 하지만 어린아이였던 내게 그것을 강요하지 않고 마음대로 하도록 맡겨주셨던 내어머니. 내가 이 색의 아름다움을 진정 깨닫게 되기까지, 무려 20년 동안이나 이 색에 대해 한마디도 더 하지 않으시고 묵묵히 모르는 척 기다려주신 어머니. 정말이지 너무나 좋은 어머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런 좋은 어머니를 나와 나오지 둘이서 속 썩이고 곤경에 빠뜨려 사그라들게 만들고, 급기야 이젠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말려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65

문장에 이르지 못하고 인간에 미치지 못하는 꼬락서니. 장난감 나팔 소리 높여 아뢸 말씀이 있습니다. 여기 일본 제일의 바보가 있습니다. 당신들은 아직 양반이오. 부디 건재하시길! 잔을 들며 기원하는 애정은, 이건 도대체 무슨 뜻이란 말인가.

​ - P75

논리는 전적으로 논리에 대한 애정이다.

살아 있는 인간을 향한 애정이 아니다.

​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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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ㅣ 에디터스 컬렉션 1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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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는 내게 ‘솔직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동경을 주었다. 나처럼 다자이 오사무를 이유 없이 건너뛴 분들이 계신다면 어떤 경로든지 꼭 챙기시길 당부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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