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4막, 은퇴란 없다
윤병철 지음 / 가디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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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용으로 정면 승부하는 책이지만 눈길을 끌지 못한다면 독자에게 읽힐 기회가 적어질까 봐 속상해지고 있습니다. 절실한 누군가에게 이런 책은 인생을 바꾸는 단초 역할을 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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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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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제가 느끼고 다짐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 삶에서 작은 모래알같은 경험들조차도 결코 무시하지 않겠다.'하는 것입니다. 인생의 귀퉁이 어느 순간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소중히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책. 박완서님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입니다.

필사를 통해 깊게 읽었었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제게 경험이라는 말을 남겨주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박완서님이 책 안에 남기신 에피소드들은 인생에서 마주하는 큰 파도들이였다기보다는 그 큰 파도들이 지나간 다음의 어느 날들의 이야기들이었는데요. 아들을 잃고 난 이후의 감정이나, 남편을 먼저 보내시고 무너졌던 자신을 다시 일상에서 미주한 순간들입니다. 버스와 지하철, 오고가는 길 만나는 사람들, 가족의 이야기와 고향의 정원을 닮은 꽃밭을 가꾸며 하루 하루 묵묵히 살아오신 날들을 남겨주셨고, 손주와의 달구경으로 따뜻해졌던 날들도 보여주시면서 사랑받은 기억으로 다시금 사랑하는 법을 알려 주셨습니다.

우리의 삶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들은 이렇게 모래알만한 작은 경험들이 주는 진실이라는 것을 말씀해주고 계신게 아닐까 하고 여운을 느끼며 다시 책을 만납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고나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크게 와닿는 장면장면이 이상하게도 계속 여울집니다. 이것이 또 박완서님의 사소하지만 완벽한 글의 힘이 아닐까요.

​예쁘게 리커버 되어 다시 만났습니다. 여우눈 에디션 한정판인데요. 문장 하나가 가진 깊이는 어디까지일지. 코로나 속에서 그때보다 더 힘들어진 제 마음을 다독여줍니다.

올 겨울도 많이 추웠지만 가끔 따스 했고,

자주 우울 했지만 어쩌다 행복하기도 했다.

올겨울의 희망도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봄이고,

봄을 믿을 수 있는 건

여기저기서 달콤하게 속삭이는

봄에의 약속 때문이 아니라

하늘의 섭리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 - p 27

박완서





가족들 몰래, 누구라도 깰새라 이불을 덮어쓰고 몰래 글을 쓰셨던 모습이 잊히질 않습니다. 지금 제 앞의 작은 책상 하나가 글을 쓰기에 너무나 좋은 조건이라 그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제가 오히려 부끄러웠습니다.

잡문이라고 표현해주셨던 글들을 만나며 우리 보통의 사람들은 글을 쓰고 싶어졌고, 글로 나를 쓰고 싶은 만큼 나를 알고 싶어졌습니다. 나를 알려면 주변을 돌아봐야 했고 그 안에 숨은 이야기들까지 다시 마주할 수 있었던 감사한 시간을 남겨주셨습니다.



70년 이상의 시간이 저절로 휙 ~ 지나간 것 같지만 우여곡절, 마음의 갈등들이 얼마나 많은 세월이셨을까요? 저는 친정엄마를 많이도 떠올린 시간이었고, 무엇을 드릴 수 있나를 고심할 때, 사랑 받았던 기억을 돌려드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 박완서 작가의 10주기가 느껴지지 않는 언제나 그대로인 글에서 꼭 만나야 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박완서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왜 이렇게 깊고 아프게 들리는지요. 한 번 지나올 땐 몰랐는데 다시 걷는 길에서 더더욱 그리워집니다.



p 13

혼자 걷는 게 좋은 것은 걷는 기쁨을 내 다리하고 오붓하게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다리를 나하고 분리시켜 아주 친한 남처럼 여기면서, 70년 동안 실어 나르고도 아직도 정정하게 내가 가고 싶은 데 데려다주고 마치 나무의 뿌리처럼 땅과 나를 연결시켜주는 다리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늘 내 가슴을 울렁거리게 한다.

매일매일 가슴이

울렁거릴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가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p 15

길은 사람의 다리가 낸 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낸 길이기도 하다. 누군가 아주 친절한 사람들과 이 길을 공유하고 있고 소통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내가 그 길에서 느끼는 고독은 처절하지 않고 감미롭다.

p 32

제법 똑똑한 생각을 요즈음은 어린이까지도 할 줄 안다. 사람들이 갈수록 더 똑똑해지고 있다. 그럴수록 불쌍한 이웃을 보면 이런 똑똑하고, 지당한 이론 대신 반사작용처럼 우선 자비심 먼저 발동하고 보는 덜 똑똑한 사람의 소박한 인간성이 겨울철의 뜨뜻한 구들장이 그립듯이 그리워진다.

프롤로그의 글은 박완서 작가의 맏딸

호원숙님의 글인데요. 처음 읽을 때만해도 이 감정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다시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져 버립니다. 전체를 옮기고 싶은 마음을 다 줄여서 프롤로그만은 꼭 남기고 전하고 싶었습니다.

겨울 에디션으로 다시 만난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를 출출해서 편의점에서 사온 갓구운 군고구마와 함께 했는데요.

글의 먹먹함인지 군고구마의 목막힘인지 모를 이 순간이 또 내내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따뜻한 사랑의 입김으로

어머니의 글은 분명 여러 번 읽었을 터인데도 볼 때마다 처음 보는 것처럼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됩니다.

중학교 정도의 학력이라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쉬운 글이라고 했지만, 저에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친숙함보다는 긴장감이 느껴지면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습니다.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내면이 찔리는 것 같아 불편한 적도있었습니다.

1970년부터 2010년까지 생전에 쓰신 660 여편의 에세이 중에서 추린 글들을 다시 살펴보면서 글쓴이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에게 사랑의 입김을 불어넣어주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세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랐는지, 젊은이들이 밝고 자유롭게 미래를 펼쳐가기를 얼마나 기원했는지, 하찮은 것에서 길어 올린 빛나는 진실을 알려주려고 얼마나 고심했는지, 생의 기쁨과 아름다움에 얼마나 절절하게 마음이 벅찼는지.

그러면서도, 자신에게는 얼마나 정직하고 엄격했던지. 그 담금질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죽고 싶었던 두려운 마음을 고백하며 쓴 글에서 “오늘 살 줄만 알고 내일 죽을 줄 모르는 인간의 한계성이야말로 이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라는 대범한 목소리에 기운을 차립니다. 세상을 떠나신 지 1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저의 “정수리를 지그시 눌러주는” 어머니를 느낄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어머니의 표현대로 거대한 공룡 같아 보이는 숲이 바람에 요동칩니다.

어머니가 마당에 심으신 키가 큰 만추국의 그윽한 향기가 그리움처럼 사무칩니다.

- 늦은 가을 아치울에서, 호원숙-

길은 사람의 다리가 낸 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낸 길이기도 하다. 누군가 아주 친절한 사람들과 이 길을 공유하고 있고 소통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내가 그 길에서 느끼는 고독은 처절하지 않고 감미롭다.

- P15

제법 똑똑한 생각을 요즈음은 어린이까지도 할 줄 안다. 사람들이 갈수록 더 똑똑해지고 있다. 그럴수록 불쌍한 이웃을 보면 이런 똑똑하고, 지당한 이론 대신 반사작용처럼 우선 자비심 먼저 발동하고 보는 덜 똑똑한 사람의 소박한 인간성이 겨울철의 뜨뜻한 구들장이 그립듯이 그리워진다. - P32

가족들에게 사랑의 입김을 불어넣어주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세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랐는지, 젊은이들이 밝고 자유롭게 미래를 펼쳐가기를 얼마나 기원했는지, 하찮은 것에서 길어 올린 빛나는 진실을 알려주려고 얼마나 고심했는지, 생의 기쁨과 아름다움에 얼마나 절절하게 마음이 벅찼는지.

​그러면서도, 자신에게는 얼마나 정직하고 엄격했던지. 그 담금질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죽고 싶었던 두려운 마음을 고백하며 쓴 글에서 "오늘 살 줄만 알고 내일 죽을 줄 모르는 인간의 한계성이야말로 이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라는 대범한 목소리에 기운을 차립니다. 세상을 떠나신 지 1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저의 "정수리를 지그시 눌러주는" 어머니를 느낄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어머니의 표현대로 거대한 공룡 같아 보이는 숲이 바람에 요동칩니다.
어머니가 마당에 심으신 키가 큰 만추국의 그윽한 향기가 그리움처럼 사무칩니다.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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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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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귀퉁이 어느 순간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소중히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책. 박완서님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입니다. 책을 읽고나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크게 와닿는 장면장면이 이상하게도 계속 여울집니다. 이것이 또 박완서님의 사소하지만 완벽한 글의 힘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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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오늘의 젊은 문학 4
이경희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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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SF 어워드 대상 수상 작가 이경희 소설


인류 종말.

책을 시작하면서 내가 너무 진지하고 심각하게 읽고 있다는 것을 50페이지쯤 가서야 알았다. 진짜 멸망이라도 맞은 듯이 미래 예언서를 보는 듯이 경직되고도 전투적이었던 나를 책이 익숙해지고서 돌아봤을 때 좀 웃겼다. 충분히 유쾌하고 재밌게 읽으시길 바라는 마음을 이 책 읽기의 Tip으로 내려놓는다. 강한 이슈로 시작해서 철학적 깊이로 마무리하며 가장 가슴에 남는 마지막 편까지 나는 너무 좋다.

6편의 단편은 따로인듯하면서도 은근히 맥락을 함께하기에 자연스럽게 이어보게 된다.

1. 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

2. 우리가 멈추면

3.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

4. 바벨의 도서관

5. 신체 강탈자의 침과 입

6.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


어떠한 완벽한 욕망의 충족도 늘 약하고 결점이 많은 인간으로 사는 우리들보다 더 그립지는 않다. 욕망 때문에 망가져서 더 이상 버리지 않을 수 없었던 지구를 몹시 지키고 싶게 만들고 씨앗 하나의 가치를 물으며 욕망이 아닌 사랑으로 가꾸어야 할 이야기들을 만났고,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편을 다시 천천히 읽어보고 싶다.

[속보] 서울에서 좀비 사태!

죽은 조상님들 되살아나.

'죽은 조상들이 좀비가 되어 돌아왔다'

조상 좀비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어서 위기 상황이 되었다. 좀비가 되어 나타나는 조상은 그들이 꼰대 같은 소리를 하면서도 정작 꼰대 잔소리에 약해서 죽는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애초에 조상 좀비들이 과거에서 잘못 소환되어 왔던 것처럼 더 오래된 조상을 빨리 소환해 와서 지금의 좀비 조상을 꼰대의 잔소리로 물리치자는 발상이 신선하고도 기발했다. 좀 웃긴 좀비에 웃긴 방식의 해결책이지만 어쩐지 허를 찌르는 통쾌감에 어우~~ 감탄사도 새어 나온다.

꼰대를 없애기 위해 더 윗세대 꼰대로 맞서는 것인데, 그렇게 거슬러 가다 보니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 시대까지 거슬러 갔음에도 꼰대 위의 꼰대는 여전히 존재하는 모습을 보며 웃게 된다.

멈출 줄 모르는 구시대의 패러다임에게 던지는 말로 '시끄러워 꼰대들아'를 외친다. 예를 들어 제사 지내주지 않는다고 덤비는 조상 좀비에게 49제 안 지낸다고 잔소리하는 조상이 나타나고 다음은 3년 상 치르지 않는다고 버릇없다 하는 최강 꼰대가 나타나는 식이다.

은유와 풍자가 있는 SF, 특이하면서도 어떤 면으로 만화적이라 재밌다. 6개의 단편 소설 구성인데 두 이번 단편 소설을 읽고는 이경희 작가의 뉘앙스에 반했나 보다.

음악 오디션 프로에서 날 것의 느낌을 받는 것처럼 세련되려고 기술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기의 것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덕심이 생긴다.


사실< 테세우스의 배>라는 이경희 작가의 전작 SF 소설도 읽었었는데, 그땐 작가를 느낄 겨를이 없이 멋진 스토리에만 푹 빠져있었다면 이번엔 작가에게서 매력을 느껴버렸다고 생각한다.

약간 가볍게 유머러스한 단편과 그보다 좀 더 진지한 단편들 모두 우리가 지금 현실에서 만나는 주제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멈추면 우주가 멈춘다.

스카이랩 우주 정거장. 최최의 우주 파업의 기록

지금의 택배 파업은 미래의 우주 여객선 수송과 노동으로 옮겨졌고, 여전히 답이 없는 정치인들은 사회를 불안정하게 이끈다. 어느 시대에나 저지르는 인간의 실수로 인한 균열의 본질을 묻게 된다. 그렇게 인구문제, 기후 문제를 티 내지 않고 은근하게 미래사회로 확장해서 생각해 보는 것도 좋았다.

이 책의 개인적인 하이라이트는 뒤에 있었지만, 앞서 지나오는 단편들이 디딤돌이 되어주기도 해서 몰입도 있게 읽었고 재밌다.


인류는 너무 훌륭한 발명을 해버렸고

인류 최후의 과학이 되었다.


욕망 구현 장치 상상하는 모든 욕망을 현실에 구현한다.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

사람들이 욕망하는 게 다들 다르니까 현실이 한 가지 형태로 고정되지 못하고 계속 일그러지는 거예요. 중심지 빌딩들은 항상 이런 식이죠. 쳐다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욕망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거예요.

사람들의 각기 다른 욕망이 현실 속에 모두 구현되는 미래야말로 최악의 디스토피아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모든 욕망을 이루고 나서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고 욕망을 다 써버려 고갈된 욕망을 위한 욕망만이 남았다.

이제 새로운 욕망이 필요했다.

내가 원했던 욕망이 대체 뭐야?

Q.

세계가 이렇게 된 건 당신이 ○○를 원했기 때문이에요. 샌드박스가 당신을 막았어야 했는데 어쩐 일인지 샌드박스는 작동하지 않았어요. 당신의 ○○는 미완성이에요.

그래서 디스는 당신에게 ○○를 가르치려고 ...

오탈자인 줄 알았던 이 숨겨둔 단어의 빈자리 ○○을 뒤에서 확인했을 때, 이 구성이 너무 마음에 들어 또 탄성이 새어 나왔다.

바벨의 도서관

1만년간의 건설자들은 끝도 없이 담을 쌓고 수집 자들은 책을 모았다.

아마도 바벨에 끝은 존재할거야.

하지만 영원히 도달할수는 없을꺼야. 바벨의 끝까지 향하는 동안 건설자들은 더 높은 지점까지 탑을 쌓을 테고 무한히 반복될 뿐이야.

문제의 해결을 위한 발달과 개혁이 또 문제를 낳는 딜레마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에서 멈추어야 할까?

우선 이 소설은 최대한 끝까지 가보고자 하는 것 같다.

만약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현실의 문제들을 피해서 시공간을 넘어 미래의 어느 순간으로 가서 살 수 있다고 했을 때 펼쳐본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여태껏 보았던 SF 중에서는 가장 먼 미래로 가보았던 것 같다.



신체 강탈자의 침과 입

스토리는 역시 공상적이지만 외계인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방법에서 빵~~터져 버렸다.

<외계인 구별법>

1. 위생관념 없는 사람들

2. 비인간적인 놈들

이거 말고 뭣이 중헌디~~ 이렇게 복잡할 것도 없이 심플하고도 확실하다니 하면서 웃었다.

이토록 유쾌한 풍자적 SF 소설이라니, 재밌다.

SF로 감동받을 때의 감정은 좀 특별하다. 우리는 현재에도 많은 문제들 속에 살지만 이보다 나은 미래는 어떤 SF 소설에서도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늘 얻는 게 있으면 버려야 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매번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을 단박에 찾아내게 된다.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

78억 8262만 2109년.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나는 꼭 그 개 같은 신을 만남으로 해야겠어 왜 이딴 세계를 만들었는지 왜 우리를 만들었는지 왜 은하가 죽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었는지 꼭 대답을 들어야겠어.

호주가 이렇게 생겨 먹은 것에도 의미가 있다면 그게 대체 무엇인지를 두 눈으로 결말을 꼭 확인해야겠어요 그는 지금보다 더 다정한 세계를 미래에 준비해 놓았어야 해 나는 그걸 요구할 자격이 있어.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떠난다는 것 빼고는 어디건 정착해서 살만했지만, 결국 따라가야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 외에 의미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원, 은하, 하나는 함께 사랑했고, 은하가 죽게 되자 은하가 없는 이곳을 견디지 못한 하나는 웜홀을 향해 도약한다. 정원은 하나를 다시 만나기 위해 따라나서지만 시간 차이를 따라잡기가 힘들고 끝없이 웜홀을 도약해나가며 하나의 메시지를 만난다.

네가 여기까지 따라오지 않기를 바라.

부탁이야, 제발 날 찾지 말아 줘.

내가 가본 가장 먼 미래였다

우주의 나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내게

그것은 불가능이지만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2098년의 반쯤 녹아있는 지구

몇 번의 도약 끝에 도착한

6763년의 방사선 가득한 지구

쉬지 않고 수 십 번의 도약 끝에 만난

18542년의 지구에서 하나와의 시차는 이제 1년까지 좁혀졌다. 그러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많은 것을 보았고, 많은 유혹에 시달렸다.

19898년에 태어난 릴리

20000년의 사람들이 다음 사람을 위해 남기는 메시지들

27734년 파괴된 정착촌에서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조차 남지 않은 채, 인공지능 기계들만 남아 미래를 이어가고 있다.

너는 나를 따라오고 있을까?

가끔은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

겨우 그곳을 벗어났다는 안도감 속에서

지독한 고독을 느껴.

그 모든 게 사랑이라니. 점점 더 모르겠어.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

48762년 애정을 양방향으로 주고받는 대신 한쪽 방향으로만 보내는 애정이 만든 환형의 관계. 욕망 구현 장치가 있다.

짠! 놀라지 마. 여긴 정말 낙원이야.

우린 조금 전에 금성에 다녀왔어. 금성 폭발에 대해 기억해 사람들이 드디어 원인을 밝혀 냈어 금성의 복심해서 욕만 구현 장치의 잔해가 발굴되었다는 거야 세상의 욕망 부양 장치라니.

금성을 멸망시킨 욕구가 다시금 드러났다.

또다시,

p 325

욕망 구현 장치가 완성된 이후로 인류는 그저 천박하게 욕망을 채우기 급급했다. 한 가지 욕망을 채우면 다음 욕망을, 그니고 또 다음 욕망을, 욕망할 수 있는 모든 욕망을 욕망한끝에 그들은 가능한 욕망을 모두 고갈시키고 말았고 충족시킬 욕망이 없게 되자 그들은 금기에 손은 댔다.

타인의 욕망을 대상으로 삼는 일. 살아 있는 인간을 자신의 음험한 욕망 속에 구겨 넣는 죄를 범하고 말았다. 서로를 욕망으로 대상화한 끝에 그들은 스스로를 파괴했다. 사람들은 서로를 지배하기 위해 고통과 죽음에 관한 욕망들은 오염된 힘에 휩쓸려 다 함께 소멸했다. 도시는 정지했다.

73847년의 정원에게 또다시 물어온다.

"이주자 정원씨?

이곳에 정착 하 길 희망하십니까? 아니면..."

"나갈 거예요. 계속 나아갈 거라고요 ㆍㆍㆍ."

결국 그들을 죽게 만드는 원인은 무엇일까? 나는 외로움이라 생각해 무한정 욕망을 채워 주는 기계조차 외로움 많은 어쩌지 못 했던 거야. 외로움 그게 대체 무엇이기에 우리가 이렇게 끊임없이 여정을 이어 가야만 한 걸까?

174200년

끝났어. 전부 다.

모두 떠나 버렸어 인공지능 로봇들조차도 수천 번의 도약 의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했어.

영원히 반복되는 우주를 생각해 봤어.

우주라는 책의 이야기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끝나면 다시 첫 페이지가 나타날 거라고 거기서부터 이 모든 일이 다시 똑같이 반복될 거라고 말이야 만약 시간이 잡혀 있다면 나는 너에게서 멀어지는 동시에 너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거야 언젠가 나는 우주의 끝에 다다른 대고 이야기의 첫 페이지로 돌아가 은화를 구하고 다시 너와 제외하게 될 거야.

업데이트 로맨틱하지 않니 그러니까 나는 계속 나갈 거야 외롭지만.

떠난 하나를 찾기 위해 웜홀을 계속 도약하는 정원을 보며 시공간을 좁히는 것보다 가장 힘든 것은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고 그곳에 우리들의 유크로니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단 한 번.

별들조차 부러워할

사랑을 해요. 우리

78억 8262만 2109년.

나는 혼자야.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고 언젠가 우주 전체가 나의 고독으로 채워질 거야. 우주는 점점 빠른 속도로 별과 별 사이가 멀어지고 언젠가 빛조차 전하지 못하게 될 거야.. 분자 결합이 끊어지고 단 하나의 소립자조차 서로를 만날 수 없게 될 거야. 너는 오지 않을 거야. 내가 너를 밀쳐 냈으니까. 그러지 말 걸.



이 책의 여운이 내게 묻는 것들이 너무도 많았고 <테서우스의 배>에 이어서 이경희 작가의 책은 챙겨보고 싶어진다. ♡♡

p 291

언젠가 하나는 이렇게 물었다.

'정원아, 만약에 말이야. 행복으로 가는 문이 눈앞에 나타난다면 너는 어떻게 할래? 문 너머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행복이 있지만, 대신 문을 넘어가는 순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면, 이곳에서 함께 한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면 말이야.'

하나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겠다고 했다.



나만 느끼는거 아니겠지. 이 소설, 이 작가 정말 멋지다.

 

(책은 다산북스에서 제공받아 감사히 읽었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언젠가 하나는 이렇게 물었다.

‘정원아, 만약에 말이야. 행복으로 가는 문이 눈앞에 나타난다면 너는 어떻게 할래? 문 너머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행복이 있지만, 대신 문을 넘어가는 순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면, 이곳에서 함께 한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면 말이야.‘

하나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겠다고 했다. - P291

영원히 반복되는 우주를 생각해 봤어.

우주라는 책의 이야기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끝나면 다시 첫 페이지가 나타날 거라고 거기서부터 이 모든 일이 다시 똑같이 반복될 거라고 말이야 만약 시간이 잡혀 있다면 나는 너에게서 멀어지는 동시에 너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거야 언젠가 나는 우주의 끝에 다다른 대고 이야기의 첫 페이지로 돌아가 은화를 구하고 다시 너와 제외하게 될 거야.

업데이트 로맨틱하지 않니 그러니까 나는 계속 나갈 거야 외롭지만. - P335

저는 모든 존재를 동등하게 존중하는 실수를 했어요. 그 결과가 이거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안타깝게 바라볼 뿐인 무력한 존재, 미안해요. 당신들의 고통을 알았지만 저는 지켜보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당신은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길 바라요. 더 작은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길, 더 약한 이들에게 섬세하길. 더 사랑할 것과 덜 사랑할 것을 구분할 수 있길.

잘 들어요. 이제 마지막 단계니까.

 -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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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오늘의 젊은 문학 4
이경희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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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개인적인 하이라이트는 뒤에 있었지만, 앞서 지나오는 단편들도 너무 좋았고 내가 가본 가장 먼 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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