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잠 - 덕자전성시대 덕자의 장편소설
박보미(덕자전성시대) 지음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덕자의 전성시대 유튜브로 팬층을 가지고 계신 덕자 님의 소설이라는 띠지를 보았다. 그러나 그것과 무관하게 먼저 소설로만 만나보고 싶어서 영상을 찾아보지 않고 바로 책의 첫 페이지를 열었다. 시간이 여유로웠던 것은 아니라 잠깐 읽고 다시 이어 읽으려 했는데 2~3시간 꼼짝 않고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갔다. 읽고 바로 리뷰를 쓰지도 않았고 일주일 내 안에서 익혔다. 그래서 단숨에 읽었지만 일주일 읽은 기분이 든다.

소설은 윤설이 아직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시작된다. 그러다 낯설고 두려운 곳에 갑자기... 태어나고 그 감각을 썼다. 읽는 나는 이 책이 소설의 형식으로 그 원초적인 순간부터 더듬어 시작된다는 게 좋았다. 그리고 일기를 통해 알아가는 이야기와 새로운 해석이 오늘을 살아가는 주체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보면서 또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엄마가 쓴 나의 태교 일기나 엄마의 삶이 담긴 엄마의 일기를 읽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될까? 이 시대의 중년인 나는 태교 일기나 일기를 쓰는 부모님을 기대하거나 상상하기 힘들지만 우리 다음 세대들은 기회가 많을 것 같다. 블로그를 비롯해 일기나 SNS 기록 등 지금은 많은 기록을 남기는 세대니까 말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새 생명을 맞을 준비와 부모가 될 준비라는 걸 한다. 나도 태교 일기를 썼었고 지금도 일기를 쓰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내 아이가 크면 이걸 읽게 될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도 있다. 아마도 그때의 아이의 해석은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이 될 것도 분명하다.

배속에서부터, 탄생부터 누군가에게 부정당했다는 걸 알게 된다는 건 너무나 슬픈 비극이 아닐까. 혼자서도 잘 클 만큼 영특하고 똑똑하지만 양육자와 감정을 나누고 소통하고 공감받고 수용 받는 경험의 부족은 뚝뚝 끊어지는 인간관계를 만드는 데 윤슬은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누구도 탓할 수가 없다. 이런 점이 제일 슬픈 지점이다. 윤설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 꿈을 키우길 바랐는데 이건 너무 마음이 아프잖아. 주인공이 겪는 일들이 마치 내 자식이 겪는 일 같아서 마음이 몇 배는 아픈 중에도 윤설이 뚫고 나가주길 바랐지만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어서 더욱 마음이 무거웠다.

주인공 윤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건들을 마주하게 된다. 노력과 고통의 경험치가 높은 삶이었다. 윤슬은 지난날 자신이 쓴 일기도 읽고 다시 쓰기도 한다.

힘든 삶을 누구보다 열심히 견디며 살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무너진다. 좌절과 고통이 어떻게 자신을 일으키는 내부의 에너지가 되어가는지 보게 되는 소설이다. 소설이지만 저자의 삶이 반영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공감하며 저자의 삶으로 읽으려 했던 것 같다.

유년기를 지나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다시금 나 자신이 되는 준비를 해야 한다. 이 소설의 처음처럼 세상에 던져지듯 내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났을 때와는 달리 어느 순간 이후로는 나를 키워가는 주체가 이제 내가 되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다시금 외롭다. 다행히 책은 가장 좋은 친구이다. 좋은 책을 읽으며, 타인의 삶을 함께 겪으며 성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또 한 번 느끼게 되는 성장소설이었다.

윤설과 같이 아르바이트하던 기영이가 주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던 따뜻한 위로와 동반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그러나 중반 이후로 반전이 있어서 또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소설의 엔딩은 또 얼마나 멋지던지. 내가 치유 받은 기분이 들더라. 나보다 어린 친구, 그래서 딸 같던 친구가 어찌나 멋있던지 '잘 컸네~~'하고 속으로 몇 번이나 토닥거려 주었다.

가 걸어온 생의 발자취가 어떠했었는지 돌아보고 싶은 때가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가능하다면 이렇게 하나의 스토리로 묶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마음이 있는데 그러려면 큰 전환기가 있어야 하고 그것이 보통 큰 상실과 애도라는 걸 느끼고 있다. 덕자 님은 분명 전환기를 맞았고 이 소설을 쓰면서 스스로를 치유하고 제2의 탄생을 시작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제2의 윤슬, 덕자를 포함해서 우리를 응원하고 싶어지는 소설이다. 난 또 이런 소설을 좋아한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무상으로 지원받아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