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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 사람과 사람 사이 ㅣ IPKU 5
마인드랩 편집부 지음 / (사)마인드랩 / 2026년 6월
평점 :

마인드랩의 시리즈를 세 번째 만나는 중입니다. 앞서 읽은 책 [지관, 멈춰서 바라보기]도 너무나 좋았던 내면 여행으로 남았습니다. 소설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닌 하나의 주제로 엮인 고퀄리티 사유 글이 마인드랩에서 나오는 책들의 특징인 것 같아요. 그리고 함께 하는 그림이 더없이 좋습니다. 놓치기 싫은 세미나, 인문학 강의처럼 꼭 챙겨 보고 싶은 책이 되었습니다.
말: 사람과 사람 사이
너무나 좋아하는 주제라고 해야 할까요? 소설책을 읽기 좋아하는 저는 서사에 대한 감동이 삶의 에너지로 작동하는 면이 있습니다. '타인의 이야기가 왜 내게 에너지로 바뀌는가?' 했을 때 그것은 타인의 이야기로 출발했지만 나에게 읽히는 순간 나의 지난 경험까지 새롭게 해석되고 융합되어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하기 때문인데요. 더 친절한 안내가 바로 이 책에 담겨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말을 통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들을 텍스트로 정제한 글에서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그동안 나 자신에게만 국한되었던 어떤 이야기와 삶이 이제 더 이상 나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공감을 일으키고 연결되어 더 큰 세계를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라고 책은 계속 만들어지고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자, 더 깊이 들어가 보고 싶어지시죠?
말이 이렇게 많은 가지를 내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 같네요. SNS 시대에 말이 가진 혐오, 비난, 조롱, 폭력을 너무 많이 보고 듣고 살다보니 무뎌진 것 같기도 해요. 진정한 말을 나누고 싶어서 친구가 아닌 AI를 찾게 된 지금 다시 '내 안에 잠들어있던 말'을 꺼내 나누고 싶어집니다.
목에 걸린 말
삼키지 못한 말
끝내 하지 못한 말
너무 늦게 도착한 말
한마디가 바꾼 인생
침묵이 더 큰 말이 될 때
말하지 않아서 생긴 오해
듣고 싶었던 한마디
평생 기억되는 한마디
사과는 늦었지만 필요한 말
고맙다는 말의 타이밍
사랑한다는 말의 힘
미안하다는 말의 용기
괜찮다는 말의 위로와 거짓
괜찮지 않다는 말을 못 하는 이유
사람을 살리는 말
사람을 무너뜨리는 말
평생 상처가 되는 말
평생 버팀목이 되는 말
칭찬 한마디의 가치
비난 한마디의 무게
말보다 오래 남는 말
말은 끝났지만 마음에는 남는 말
돌이킬 수 없는 말
한 번 뱉으면 돌아오지 않는 말
침묵이 정답인 순간
꼭 말해야 하는 순간
말을 아껴야 하는 이유
말을 아끼면 안 되는 이유
선물이 되는 말
낭비되는 말
돈보다 귀한 말
공짜지만 가장 비싼 말
진심이 담긴 말과 습관처럼 하는 말
말의 온도
말의 결
말의 무게
말은 가볍게 사용할수록
무거워지는 것 같다.
쉽게 던진 말일수록 오래 남고,
의도 없이 뱉은 말일수록
깊이 박히는 것 같다.
그래서 말은 언제나
그 순간에 머무르지 않고
더 긴 시간을 살아남나 보다.
저는 타인의 말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으로서 어린 시절 엄마에게 들은 말들로 만들어진 나의 세계를 기억합니다.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던, 약간 불안한 세계를 가지고 사춘기를 지나면서 방황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책을 좀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습니다. 나 같은 친구를 책에서 발견했다면 외롭지 않았을 테죠. 책은 닫혀 있던 세계를 열어주는 열쇠라는 걸 지금은 알거든요. 인생에서 말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그래서 내 아이에게는 어떤 말로 세계를 열어줄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동시에 그런 시간은 나 자신에게도 선물 같은 시간이 될 거고요. 그 시간을 만드는 길을 열어주는 책으로 이 책 [ 말: 사람과 사람 사이]를 권해드리면 좋겠습니다. 다각도의 시선과 지식과 경험으로, 그림으로 다가와서 미술관 다녀온 듯 한 느낌도 남는 책입니다.
이야기의 힘 : 말이 만드는 인간
영상 역시 강력한 서사를 닫을 수 있다. 영화, 다큐멘터리, 숏 콘텐츠, 이야기의 구조를 통해 감정과 의미를 전달한다. 그러나 말이 전하는 이야기에는 다른 매체가 쉽게 대체하지 못하는 고유한 힘이 있다. 말의 이야기는 독자의 내면에서 다시 태어난다. 영상의 서시는 장면을 구 체적으로 제시한다. 반면 말의 서사는 듣는 사람과 독자의 마음에서 장면을 다시 생성하게 만든다. 같은 소설을 읽어도 각자가 서로 다른 얼굴, 풍경, 감정을 떠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말은 완성된 이미지를 주입하기보다. 상상력의 공동 창작을 가능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같은 이야기가 세월이 지나면서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야기의 빈칸을 독자가 스스로 채우는 순간, 서사는 단순한 전달을 넘어 자기 삶의 경험과 결합한다. 또한 말의 서사는 기억과 정체성을 형성한다.
우리는 삶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그대로 저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건을 선택하고 배열하여 하나의 이야기 구조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해석한다. 이 관점에서 말은 단순 소통 수단을 넘어, 자아를 구성하는 형식이 된다. 인간은 사실의 집합으로 살아가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이해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가족사, 실패와 회복의 경험도 말로 서사화될 때 비로소 삶의 의미를 획득한다.개인뿐 아니라 인류 문명도 마찬가지다. 신화와 역사, 종교 경전, 국가의 건국 서사, 가문의 전통은 모두 말로 전승된 이야기의 형식 속에서 이이지 왔다. 결국 말은 단순한 정보 전달의 도구가 아니라, 인간이 자신이 누구인지 이해하도록 이끄는 서사적 구조물이다.
말이 지닌 서사의 힘은 공감을 만들어 내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영상이 즉각적인 감정 이입을 불러일으킨다면, 이야기는 느리지만 깊이 있는 공감을 형성한다. 한 사람의 고백이나 짧은 회고, 세대를 건너 전해지는 가족 이야기는 듣는 이로 하여금 단순히 김정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마치 그 삶을 함께 겪는 듯한 경험에 이르게 한다. 이처럼 이야기는 타인의 삶을 내면에서 다시 살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니며, 그런 점에서 인간과 인간, 세 대와 세대를 이어온 가장 오래되고 근원적인 문명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영상의 시대,
우리는 다시 '말'을 배워야 한다
책을 읽다가 생각난
나의 에피소드
지인의 부모님 장례식장에 가서 울고 싶어도 도저히 울 수가 없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내가 무감정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고인의 생전의 일들을 하나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때 사람에게 이야기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알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이야기를 알게 되는 순간 이해가 됩니다. 드디어 그 사람을 알 수 있게 된 거죠. 이야기가 하나뿐이겠습니까.
나의 어머니의 해묵은 이야기를 지겹게 듣고 자랐는데 철들고 나니 더 들어 드리고 싶어집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그리워질 날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현실은 통화를 빨리 끝내고 싶어 안달하는 나를 보곤 하지만 결코 엄마의 이야기들을 흘려듣지는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되도록 많은 서사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나의 장례식장에 찾아준 지인들이 울든 웃든 어색하지 않게 뭐라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졌습니다. 말하는 걸 어려워하는 저는 써야 하는 사람이더군요. 이렇게라도 책 사이사이마다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 받아 감사히 읽고 속직하게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