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박사, 의사, 철학가이기도 한 기시미 이치로에게 이 책은 무엇보다 그 자신의 애도 일기이면서도 인생 회고이고 누군가에겐 안내서인 것이다.
뇌경색으로 어머님 보내드리고 시간이 흘러 아버님은 알츠하이머를 앓게 되셨고 그러는 사이에 본인도 뇌경색으로 고비를 넘기셨는데 간병과 생계의 무거운 짐을 생각하면 가슴이 묵직해지고 답답해지는 경험이 아닐 수 없다. 100세 시대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사회적 난제이기도 해서 읽고 심리적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p 188
무언가 못하게 된다고 해도 시간이 걸려 서서히 앤 되는 것이기 때문에 짧게 보면 어제와 오늘로는 변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많습니다. 부모님과의 관계에서도 이 '변화 없음'에 주목해 기뻐해야 합니다.

P.25
돌아가신 어머니는 더 이상 나이가 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저는 어머니와 같은 나이가 되었고, 결국에는 어머니의 나이를 넘어 어머니가 경험해 본 적 없으신 쉰 살이 되었습니다. 쉰 살이 된 제게 남은 삶은 마치 미지의 땅으로 떠나는 여행과도 같았습니다. 어머니는 한 번도 가본 적 없으신 곳에 저 혼자 받을 내디디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P.37~38
더 이상 어머니 꿈을 꾸지 않게 된 것은 어머니를 위하여 제가 할 수 있었던 일과 할 수 없었던 일이 있었고,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용기를 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네 인생이란 가끔은 불합리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지금의 저보다도 훨씬 젊은 나이에 병으로 돌아가신 것처럼요.
P.133
저는 아버지가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 계신 동안에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일을 하곤 했습니다. 아버지가 잠드시면 그야말로 아버지를 위해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지요. 하루는 아버지에게 “하루 종일 이렇게 주무시기만 하시니 제가 안 와도 되겠네요”라고 한숨 쉬듯 말하자 아버지는 뜻밖에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게 아니야. 네가 옆에 있으니까 내가 안심하고 잠드는 거야.” 그 말씀이 마음에 확 와닿았습니다.
P.198~199
저는 아버지의 “고맙다”라는 말이 기뻤습니다. 그 말이 확실히 힘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고맙다”라는 말을 듣지 못한다고 해서 낙담해서는 안 됩니다. 부모님이 “고맙다”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을 때, 혹은 원래 그런 말을 잘하지 않는 부모님이라면 간병은 고통스러운 일이 되니까요. 부모님이 방금 밥 먹은 사실도 잊어버리고, 어떤 일을 해줘도 기억하지 못하고, 무슨 일을 해도 당연하다는 태도를 취한다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 수는 있습니다. 간병 그 자체가 힘든 것은 견딜 수 있어도 내가 하는 일이 쓸데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견디기 힘들 것입니다. 간병은 어쩌면 상대방이 아니라 나 자신을 먼저 납득시켜야 할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P.227
인생을 미루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은 할 수 있을 때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숨이 막힐 것 같은 현실의 긴박한 상황을 이겨내며 살라는 뜻은 아닙니다. 소설 속 남자가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표현에 현실이 있습니다. 시간을 하나하나 계산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행복입니다. 시간을 계산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대충 산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시간에서 자유로워졌다는 의미입니다. 자유로워졌기에 지금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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