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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나로 존재하는 법
헤르만 헤세 지음, 유영미 옮김 / 뜨인돌 / 2024년 2월
평점 :
내가 나인 것에 부족함이란 없다
내겐 또 한 번의 균열
헤르만 헤세의 나로 존재하는 법
헤르만 헤세의 대표 소설들을 읽었거나 읽을 예정이라면 꼭 봤으면 하는 책입니다. 헤세의 에세이 중에서 그가 이토록 가까이 느껴지는 책이 있었나 싶을 정도예요. 그의 소설이 탄생하는 동안에 있었던 헤세의 내면적 갈등을 포함해 세상이 말하는 바른길에서 벗어나 스스로 정한 길을 걸을 줄 아는 헤르만 헤세는 여전히 더 많이 만나봐야 할 사람입니다. 헤세의 본질적인 생각들을 모두 담고 있어서 이런 생각이 <데미안>으로 <싯다르타>로 <유리알 유희>, <황야의 이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 크눌프>로 표현되었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어서 특별히 즐거웠습니다.
뜨인돌 출판사의 헤르만 헤세 시리즈는 책이 또 너무나 예뻐서 소장 즐거움 또한 배가 됩니다. 곁에 가까이 두고 자주 읽고 싶은 책입니다. 이번 책에서 헤르만 헤세의 글을 통해 다시금 인식하는 것이 있었어요. 바로 '고집'과 '자기만의 감각'인데요. 헤세는 역시 나를 깨워주는 최고의 스승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저의 독서에도 나름의 '고집'과 '나만의 감각'이란 것이 있었음을 회상하고 그립니다. 또한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이죠. 그런 이유로 더 많은 분들이 만났으면 하는 도끼 같은 책이네요.
p 30
자기 개성의 비밀은 오직 자신만이 발견할 수 있답니다. 당신은 결코 일개 군중 속 인간이 될 수는 없을 거예요. 당신이 지금 개성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 이미 당신이 평균 이상으로 개성적인 사람임을 보여 줍니다.
- 헤르만 헤세
p 109
당신의 보통에 군중이 살아가는 평균적인 삶이 아니라 고유한 삶을 영위하도록 타고났다면 그 길이 힘들지라도 당신의 고유의 개성으로 고유의 삶으로 나아가는 길도 찾게 될 것입니다.
자신의 성향과 취향을 가능하면 한껏 발휘하는 것 말고 자기실현의 다른 방법이 있던가.
'자기 자신이 되라'
여담 가득 ... 성향과 취향
자영업 15년, 가게에 앉아 책 읽기 시작하고서의 6년이라는 시간은 돌덩이를 내려치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돌덩이 안에 본연의 내 모습이 있고 필요 없는 부분을 제거해가면서 내가 될 때까지 단련해가는 피카소 식의 자기 구현이지 않을까요?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가고픈 마음이 진정한 나를 알에서 깨어 나오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점점 단순해지고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나를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내 모습이라고 말해야겠네요.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 단순함을 모자람이라고만 생각했을 것 같아요. 여전히 몰랐을 나의 창의적인 모습이기도 하고 말이죠.
잊고 있던 나를 발견하면서 나라는 사람이 오히려 더 혼란스럽고 어렵게 느껴지던 시간들도 있었죠. 그럴수록 지적으로 만족스럽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서 지적이라는 게 대단한 건 아닙니다. 다만 세상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배움이죠. 내가 나를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여행에 필요한 지도 같은 것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너무 흔들릴 테니까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과 최고의 여행이자 확장이 독서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 안의 샘물도 끌어올리게끔 해주는 마중물이 되는 것이 바로 호기심과 배움인 것 같아요.
내가 나로 잘 살아가는 데에는 적절한 여과 장치가 필요했어요. 그것은 마치 깨끗한 물과 공기 같은 것이겠죠. 또 내 안의 배설물을 깨끗이 버릴 수 있는 배수 장치도 필요해요. 그것은 정화, 치유, 휴식의 다른 말일지도 모르고요.
사람들에겐 저마다 조금씩 고집스럽게 해가는 것들이 있어요. 글쓰기, 춤, 음악, 그림, 요리, 여행 등은 우리 각자가 자기 삶에 둔 순환 장치입니다. 저는 읽고 쓰고 싶은 것이겠죠. 내 삶의 순환이 잘 되도록 하는 에너지가 바로 독서라는 걸 확인 받습니다.
p 109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을 위해 무엇이 허락되어 있고 무엇이 금지되어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자기 자신의 편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바꾸어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주어진 삶을 더 많이 인정하고 받아들일수록,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내적으로 화해할수록 더 강한 사람이 될 것이다.
나와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헤르만 헤세
주도적인 성장과 몰입을 무엇으로 경험하느냐는 선택이지만 하고 싶은 것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이 필요 없이도 스스로 하고 있는 것이 우리에겐 있어요. 거기서 '고집'과 '자기만의 감각'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헤르만 헤세 자신이 싯다르타이자 그의 아들이기도 했다는 걸 느끼게 되었어요. 어른들의 가르침과 방향에 대해 반대의 선택을 하길 원하는 자신의 모습이었던 것이죠.
싯다르타를 읽으며 느낀 바대로 아이를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만 가자고 채근하지는 않습니다. 부모의 세계와 아이의 세계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틀렸다가 아니라 다른 것이다 보니 내가 살아온 가치를 그대로 이어 전해준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도요.
부모 마음은 좋은 것만 주고 싶은데 그런 일이란 쉽지 않아요. 애초에 좋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자기에게서 올 테니까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도 봐야 하는 아이들입니다. 이 과정이 책이 주는 선물인 것 같아요. 시행착오를 미리 경험하고 새로운 방향의 사고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거든요.
내가 되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