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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공부 - 느끼고 깨닫고 경험하며 얻어낸 진한 삶의 가치들
양순자 지음, 박용인 그림 / 가디언 / 2022년 8월
평점 :

이 책이 더 잘 팔리려면 분명 책 제목에 30년간 사형수를 만나 상담했다는 의미가 섞여야 했지만 책을 읽다 보니 애써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았다.
저자 양순자 선생님은 교도소 사형수들의 상담 봉사를 37세에 시작해서 그들에게 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30년을 함께 했다고 말씀하시며 그들을 아끼셨다. 자신이 70세가 넘도록 눈물 없이 듣기 힘든 수많은 삶을 보았고 그들의 남겨진 가족들의 사연은 더 힘들었다.
이미 세상에 없는 그들의 이야기를 허락 없이 강의나 책에 써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삶이 전해지는 것이 죄송스러워서 30년의 세월 동안 느낀 교훈들만을 남긴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제목이 어른 공부라는 것을 이해하면서 좀 더 숙연해지기도 했다.
죽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살아서 죽는 연습을 하고
죽어서도 사는 연습을 하라고 하신다.
내가 가진 내 삶에 대한 불평불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그려보게 된 것 같다. 양순자님의 말씀들은 수많은 철학 책이나 진리, 이론보다도 명확하고 선명했기에 묵직한 교훈으로 새기고 싶다.
아니 이런 말들로 설명하기엔 모자란 뭉클함 들을 많은 분들이 함께 하셨으면 좋겠다.
❤️ 죽음을 앞둔 순간까지도 양순자 선생님이 잊지 못하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안에서 인생 꽃이 핀다.
양순자님은 2012년 <어른 공부>를 책으로 내시고 2014년 암 투병 끝에 작고 하셨는데, 먼저 보내고 애도한 사형수들에게 안부 인사라도 가듯이 가서 만나시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슬픈 마음을 책으로 돌아와 선생님의 말씀으로 내가 더 위로받았다.
이 책은 우리들에게 꼭 필요했던 이유로 존재할 수 있었고 그렇게 남겨주신 글들의 물결이 내게도 감사히 닿았다. 2012년이 아니라 2022년이 내가 딱 어른이 될 준비가 된 시점인가 싶기도 했다.
나이 든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게 아닌 걸 뼈져리게 느끼고 살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허위나 가식이 없는 선생님의 말씀들은 귀한 어른 공부다.
인생에도 계급장이 있어. 죽을 나이가 다 된 어른인데도 홍천 터미널에서 헤매고 있는 이등병 같은 사람이 있단 말이야. p 7
죄지은 사람이 교도소에 들어가기는 쉽지만 지은 죄도 없이 교도소에 들어가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고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언제일지 모르는 사형 집행일을 기다리며 사는 것은 암 선고와 시한부 선고보다 고통스럽다는 것도 알았다. 날마다 죽는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살 수 있다는 희망은 절대 없는 그 고통을 헤아려보기란 불가능했다.
"순자야, 나는 네가 사형수 만나는 것 싫다.
너같이 순하고 착한 애가 왜 그렇게 험한 사람들을 만나니?"
"선배님, 그들의 삶이 불행했으니 마지막 가는 길에 착한 사람이 곁에 있어 주면 조그만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조금 더 가진 자, 조금 더 행복하게 산 사람이 불행한 사람에게 밝혀주는 작은 촛불만큼의 배려라고 생각해 주세요."
❤️ 이 글을 보고 생각했다. 그들이 느낀 이 작은 촛불의 온기는 어쩌면 생애 처음 느끼는 빛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생애 전체를 보듬는 온기일 테니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가!
사형수 얘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의 삶으로 보여 주신 어른 공부를 나는 이제야 시작한다. 버릴 것은 무엇이고 챙길 것은 무엇인가? 선생님이 오랜 세월 동안 매년 고쳐 쓰신 담담한 유서를 보며 아무런 의무도 부담도 남기지 않고 가시는 모습에서 새털만큼 가볍게 날아오르시는 모습을 본다.
씨 뿌리는 사람으로, 누군가에게 빛으로 존재해 주신 삶에 감사드립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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