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 - 그림으로 사랑을 말하고, 사랑의 그림을 읽다,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선정도서
김수정 지음 / 포르체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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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전공자이기에 앞서 사랑 앞에서 주로 실패하고 주로 홀로 있어야만 했던 시간 덕분에 사랑의 얼굴을 오래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하는 저자의 머리글이 좋았습니다.

사랑이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설렘과 기쁨을 가지고 있는지 또 어떤 두려움과 고통을 느끼는지 그림을 통해 만나보는 시간이 기대되었죠. 어찌하였든 사랑이라는 감정에 무뎌진 채로 아이에 대한 사랑에 더 익숙해져 있는 저는 드라마 속 떨림의 순간들을 구경하고 있었어요. 오랜만에 사랑이라는 것의 표정을 상기시켜 봅니다.

이 책에 실린 그림을 보며 그렇게 마음이 좋고 편해지더군요. 정말이지 따뜻한 시선들이고 자연 풍경과 어우러진 아늑함이었습니다.




표지가 담고 있는 앙리 마르탱의 그림입니다. 안고 있는 양을 항한 시선과 사랑이 느껴지는 손길부터 남자를 뒤따르는 녀석 역시 살포시 기대어 사랑을 갈구하는 것 같아요. 온통 꽃으로 둘러싸인 이 넓은 초지에서의 평화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네요.

이 책은 이렇게 말합니다. 몰랐으면 모르나 한 번 알고 나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들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그림이지만 이 사랑스러운 그림을 본 눈은 다시 앙리 마르탱의 그림을 찾아 두리번거리게 된다...

정말 그렇더군요. 저도 처음 보는 이 그림에 오래도록 시선을 두었어요. 신혼부부에게도 오래된 부부에게 선물하고 싶은 느낌을 가진 그림 입니다.

다정함이라는 재능

사랑의 시작은 열정이고 사랑의 지속은 인격이며 사랑의 끝은 성실이다. 그러하니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면 무엇보다 나의 성품을 가꾸어야 한다. 내가 먼저 다정한 사람이 되지 않으면 그런 사람을 결코 찾을 수 없다.

사랑은 달콤하기만 한 것도 아니죠.

사랑을 만났을 때, 사랑을 잃었을 때, 사랑이 사라졌을 때 우리는 한결같이 먹먹하다고 저자가 말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는 저자를 떠나와 우리 삶의 벌거벗은 얼굴이 되었습니다. 내가 먼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당신의 이름을 내게 주세요

그간 쌓아온 자기 인생을 버리고

사랑하는 이의 이름으로

자기를 부르는 생을 살아가겠다는 결정은

내가 곧 당신이 되겠다는 의미이다.

무엇을 하건 당신을 염두에 두며

살겠다는 결심이다.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 p 22





소개된 김환기 님과 김향안 님의 뮤즈 같은 사랑이 참 좋았습니다. 김환기의 미술의 가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서 사랑받고, 이해받으며 맘껏 사랑할 수 있었던 두 분의 사랑이 영원했으면 싶은데 김기환 님은 아내보다 30년이나 먼저 떠나셨더군요. 그래도 이 사랑은 끝나지 않습니다. 남겨진 아내는 남편의 예술론을 끊임없이 정리해서 발표하시며 세상에 돌아다니는 남편 안내에 대한 오류를 찾아내 수정하시고 미술관을 건립하시고 책을 내셨어요. 사랑의 상대가 죽으면 절망만이 남고 그것으로 사랑도 끝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시네요.

사랑은 지성이다.

함께 성장해야 함부로 시들지 않는다.

김향안 여사의 말

100자 평

♡ 흔해 빠진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진짜 사랑을 만나보지 못해서 그럴 거예요. 가슴 절절한 사랑, 밋밋해져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사랑도 생각해 보면 나의 전부이지 않을까 ~ 생각하며 읽어가는 책입니다. 소개된 그림과 이야기들이 저마다 결도 다르고 풍성해서 다 소개하기는 힘든 책이에요.

조용한 시간, 사랑이라는 우리의 삶을 다시 보며 소중한 것을 발견하시고 싶으신 분들에게 권해봅니다.


성모를 그리는 순간을 그리는 이 그림의 디테일이 감동을 줍니다. 이 작은 종이 구석구석에는 그들이 가졌던 사랑이 담겨있는데요. 그리스도어ㅣ 대한 경이, 성모어ㅣ 대한 존경, 그 마음은 그저 사랑이라고 그림이 보여줍니다. 애정 없이는 이토록 끝까지 디테일한 무엇인가를 마무리 지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 감히 나는 단언한다.

"사랑은 영원하다"라는 성경의 말에는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고,

영원한 사랑은

시간의 끝까지 가는 사랑이 아니다.

연원한 사랑은 마지막 디테일까지

충성을 다하여, 끝맺음을 하는 사랑이다.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 p 41

♡ 성실한 사랑이 숭고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은 그들에게서 성화에나 그려지는 밝은 빛을 엿보게 되죠. 연인 사이를 지나 부부간에도 부모 자식 간에도 사제 간에도, 친구 사이에도 끝까지 오래도록 서로 감싸 안는 이들을 보면 늘 부럽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수많은 형태의 사랑 중에서도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절절함에 우리는 마음을 빼앗기는데요. 끝내 이루어지지 못해서 영원할 수 있었던 사랑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습이라는 세상의 벽과 예정된 결혼이라는 운명이 갈라놓는 사랑은 어떻게든 다시 만나기를 바라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은 그림으로 시와 소설, 영화로 그려집니다.

영화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누군가를 그린다는 것은 누군가를 바라본다는 것이고, 상대도 나를 바라본다는 뜻이다.

누군가를 자기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나 역시 그 사람이 바라보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순간의 사랑으로 영원을 사는 연인, 나흘간의 사랑을 죽음의 순간까지 침묵 속에 묻어둔 남자의 인내와 "하루라도 그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라고 고백하는 여자의 깊디깊은 그리움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사랑이다.



마음이 얽혀버리면 끝이다. 그걸 아는 사람들은 이 그림을 그냥 스쳐 보낼 수 없다. 그런 그림을 그들이 사랑한다. 화가들은 늘 절정을 화폭에 담습니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몰래 만나야 하는 안타까움과 그마저도 허락지 않는 현실이 고스란히 전해지는군요.

마지막으로 저는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담은 그림으로 이 리뷰를 마무리 지어야겠네요!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난생 처음 보아 버렸네


아~ 어떻게 이런 사람이 세상에 살아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을까?

감출 수 없는 사랑이 묻어나는 소녀의 모습이 저를 과거의 어느 시간들과 장소로 데려가는군요!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

그 제목만큼이나 여운이 오래 남는 책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랑을 담은 얼굴을 가지고 계시나요?

화가가 담은 순간은 그 대상을 사랑했던 순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많이 느끼며 나는 지금 누굴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 책을 출판사를 통해 무상으로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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