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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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의 예쁜 표지를 가진 참 특이하고 재밌는 책을 만났습니다.양파처럼 까는 맛이 있는 양파같은 소설. 상상력이라는 힘이 느껴지는군요. 이 책 뭔지 몰라도 독자를 자극합니다.

소재의 참신함이나 재미요소도 많지만 의미하는 바도 작지 않은 소설입니다. 자기 계발서 같기도 한 제목이지만 이 책은 SF 판타지소설로 분류됩니다.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마치고 정리한 뒤 침대로 가 큰 쿠션에 기대어 비스듬히 누웠습니다. 한 쪽 손은 머리 뒤에 받친 채 느긋하게 시작했는데 곧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책의 첫 장은 딱 내게 하는 말이었으니까요!

제 옆에는 실제 충전해야 쓸 수 있는 독서등이 에너지를 잃고 켜지지 않는 상태였죠.

뭐야? 이 책은 나에 대해 다 알고 있는거야?



곧 낯선 남자가 집으로 쳐들어 올거라고 책이 말합니다. 창 밖의 모자쓴 낯선 남자 얘기.

저는 창 밖에 모자 쓴 낯선 남자가 있는지 떨리는 마음으로 확인 했습니다. 그때 알았죠. 에이~ 당했네. 낚시 당했구나~

그런데 이미 이 책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뒷 표지 얘기를 안할 수도 없네요. 나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장담하는 책은 사실 이 책을 잡아든 내가 아니라 소설 속 주인공 남자 벤에게 하는 말이었어요. 그렇게 최면이 쉽게 걸리는 사람이 되기라도 한듯이 한 발 한 발 이야기로 빠져들었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이 책을 아무 페이지나 펼치고 읽으세요.하지만 정말로 필요할 때만 아시겠지요?

자, 이제 우리 안의 무언가가 바뀔 시간이다!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책과 술 혹은 술과 책뿐!!


벤에게 지금 상황에서 우리를 도와 줄 수 있는 안내서가 있고, 나는 우리가 받을 수 있는 도움은 전부 받아야 한닥느 생각해. 이 책을 포함해서 말이야. 물론, 너무 지나치면 안되지만! - 오스나트의 말



이 알쏭달쏭한 책은 목차가 없습니다. 직접 써보라는 얘기인가? 이게 또 도전의식을 부르더군요.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하면 직접 읽어봐~ 하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소설의 처음은 누구나 허둥대는거 아니겠어요?

기자로 일하던 벤이 요양원 인터뷰에서 만난 나이든 노인.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남자라 불린던 울프는 사후에 유산을 남깁니다. 벤에게 그리고 오스나트라는 여자에게 위스키 한 병씩을 남겼는데, 이 소설에서 위스키와 책은 매우 중요한 장치입니다. 울프는 기억을 그러니까 경험을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경험자들을 모아 세계 각지로 보내 경험을 수집해와서 이라는 것에 저장해 두었습니다. 경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경험이 담긴 술을 파는 바 없는 바를 만든 사람이기도 하죠.

그 경험이란 엄청난 것일 때도 있지만 노숙인의 삶의 경험이 되기도 합니다. 내가 느낄수 없던 것들을 호기심이든 필요에 의해서든 가지려하는 것이죠. 때론 이 경험이 아주 위험하게 쓰이기도 합니다.

경험이 사람을 바꾼다고 했던 내말 기억나지?

자! 이제 네 안의 무언가가

바뀔 시간이야!

이 대목에서 책을 읽어가는 저를 상기시키게 되네요. 책을 읽으려고 하는 이유, 그것이 바로 경험하고 싶어하는 것이니까요.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을 나의 경험으로 착각하고 있던 저에게도 번쩍~ 정신차리게 해주더군요.

계속 무척 흥미롭게 읽어 나갑니다.



사실 챕터 '8'이 시작하기 전까지는 몰입이 어렵기도 했는데 그때부터 시작되더군요.

챕터'9'에서 경험전달자와 위스키의 관계를 알게되면서 작가가 몹시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챕터 '15'절반까지 한 달음에 달려오게 하네요.





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뭔가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경험을 필요로 하고 사가거나, 탐내거나, 훔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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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야 해요

소설의 특성상 모두를 얘기해버릴 수는 없겠죠. 다행입니다. 저도 아직 절반까지 밖에 못왔으니까요. 그럼에도 이 소설의 주제쯤 되는 경험에 대한 사유의 시선과 작가들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던지는 부분들도 예사롭지 않네요.


이 책의 접근성 부터, 가볍지 않은 사유, 무엇이 펼쳐질지 모르는 궁금증이 상상력을 자아내는 재밌는 소설. 추천드립니다.

저자 - 요아브 블룸

《우연 제작자들》로 이스라엘 최고의 SF, 판타지 소설에 부여하는 레트로-게펜상 수상은 물론 자국에서 5만 부 이상 판매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은 신예 작가로 화려하게 데뷔한 요아브 블룸의 두 번째 소설. 특유의 통찰력과 따뜻한 시선으로 써낸 힐링 판타지 소설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참신한 스토리로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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