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병 - 공감 중독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나가이 요스케 지음, 박재현 옮김 / 마인드빌딩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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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Sympaty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

공감합니다♡, 좋아요, 감사합니다,

이 시대의 가장 큰 유행어가 아닐까 싶다.

공감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내게 아직은 긍정적이었다. 평소 '비판'의 시각보다 감탄과 감동의 렌즈를 끼고 살다 보니 '공감'이란 더더욱 따뜻하게 들리는 단어였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감은 이미 '돈'이 되었다는 사실도 충분히 느끼고 산다.

이 책의 제목으로 느껴지듯이 '우리는 공감 병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핑크 빛으로 물들기 바라는 공감획득경쟁중이다.

공감은 집단을 형성하고, 집단 내부와 집단 외부는 다른 기준과 시선을 가지게 된다. 집단은 크고 안전할 수도 있고 작지만 위험할 수도 있다.

이쯤 되면, 공감과 연대는 인간의 숙명이라고 느껴진다.

저자의 이력이 독특한데 테러와 분쟁의 해결을 사명으로 테러단, 투항병, 체포자, 폭력단 등의 사람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 하기를 바라며 교섭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자연스레 '공감'이란 주제를 연구하고 통찰하며 가장 위험한 분쟁 지역에서 최악의 안전 시나리오를 가지고 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 우리는 소말리아 갱과 꿈을 이야기한다> 등의 책을 썼다.

분노와 증오, 과잉 충성, 과잉 공감을 희석 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공감은 '살인 허가증' 이 될 수도 있다.

책 속에서 가장 강렬하게 마주한 챕터이다.

나치 히틀러에게 공감한 나치당은 진심으로 좋은 국가를 만드는데 자신들이 이바지 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소말리아의 소년병이나 자살 테러리스트가 공감한 종교적인 배경이 자살테러 영웅을 만드는 것을 뉴스로 보았지만 여전히 상상하기 힘든 부분이다. 역사적으로 가득한 전쟁, 대학살, 난민 무엇이 이 엄청난 것들을 만들었나 생각해보면 공감이다.

내가 똑같은 상황에 속해 있다면 나도 그럴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서 무서웠다. 내 아이를 살리기 위해 다수를 죽이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 국가를 위하고 신에게 구원 받는 일이라고 보고 듣고 그래서 그것을 믿는다면 인간은 믿는 대로 행동하게 될 것이다. 돈과 신용을 믿듯이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공감 이라는 것이 다른 의미를 지녔다는 것을 이렇게 알리는 것 같다. 이런 취지의 책이 아주 없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같은 동양 작가의 책이라서인지 더 잘 들린다.



공감 중독 시대, 가장 피부로 느끼는 부분은 리뷰 사회가 된 배달음식 문화, 쇼핑 리뷰의 직업화, 팬심이 곧 성장동력인 컨텐츠들이 아닐까! ♡와 '좋아요'가 적어서 어렵게 창업한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면 먹이사슬의 끝은 결국 '돈'이다.

누구나 공감 받고 싶어하고 공감하고 싶어한다. 그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 그 공감이 타자에게 상처 주는 것을 억제하고 좋은 행동을 하게 하는 동기가 된다면 사회는 잘 움직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타자를 심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이해함에서 오는 공감일 때의 이야기다. 때로는 너무나 쉽게 공감 버튼을 누른다. 이 시대의 SNS가 그 스피드한 공감을 먹고 거대해졌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어떤 것이 진짜 옳고 좋은지 나의 공감이 무엇을 향한 것인지 진짜 판단할 수 있을까?

우리는 많은 것을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다양한 매체를 통한 간단한 스토리텔링에도 선동되었을 수도 있다. 너무나 많은 '밈'이 존재한다.

잘못된 공감, 편을 가르는 공감, 가짜 뉴스에도 분명 많은 공감자들이 있다는 것이 공감이 가진 무서움인 것 같다.

또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기 승인 욕구의 과도한 비대화'로 단지 공감을 얻고 싶어서 거짓말을 하거나 허세를 부리고, 목적에 의한 연기를 하는 세상이다. 우리의 좋아요는 무엇을 향한 공감인가? 나역시 처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

쉽게 공감을 받을 수 있는 룰이 분명 존재하며 심지어 다양한 교육을 받고 있다. 사회는 공감을 경쟁하게 한다. 기부 모금이나 자원 봉사 같은 선한 행동도 경쟁을 해야 하는 구조이다. 공감이 대기업화 되어 운영되는 곳이 SNS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감은 때로 독약처럼 작용하여 의존성 높은 마약으로 변해간다. 가랑비에 옷젓듯 처음엔 조금 이상하던 것도 슬금 슬금 빠져 들어 맹신자가 된다. 그렇게 되면 더이상 자기 인생이 자기 인생이 아닌 것이 되는데 내부에 속한 사람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저자의 글과 함께 실린 이 대담은 내게 어려웠다. 비판이 없는 사회 일본에서 지성으로써 과감한 비판의 소리를 내시는 분이라 들었다. 이 책의 취지도 대담의 지향성도 알게 되어 사회에 속하고 국가에 속하고 인류에 속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생각해 보아야 하는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사를 제공 받아 감사히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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