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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헤의 시간 - 독일 국민 셰프 호르스트 리히터 씨의 괴랄한 마음 처방
호르스트 리히터 지음, 김현정 옮김 / CRETA(크레타) / 2021년 12월
평점 :
고요히 침묵하며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마주하는 모험
나는 하루 종일 중노동을 하고, 내 아이들을 가르치고 요리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장을 본다. 이런 내가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어떤 강좌를 감당할 수 있을까? - 호르스트 리히터
이 책은 나 자신에게 '고요함'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생각과 자극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나누기 위해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 속의 생각들을 실랄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독일의 스타 셰프이자, 유명한 방송인으로 살고 있는 호르스트 리히터는 많은 사람들과 많은 계획 속에서 바쁘게 사는 삶을 살았지만 코로나를 겪으며 강제 고요함을 만난다. 어떠한 역할도 주어지지 않았던 어린 시절에 만났던 그 조용함을 회상한다.
말을 안 하고 싶은 날도 있어서
리히터는 갑자기, 계획에 없던 침묵 수행을 위해 낯선 기도원의 프로그램에 신청하고 그 낯섬에서 자신을 만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옛날 집의 다락방을 좋아했던 내가 떠오른다. 그 작은 공간에 있었던 책상과 따뜻해 보이는 노란색 형광등, 공기가 멈춘듯한 고요함을 행복하게 떠올렸다. 그곳은 오롯이 나만의 공간이었고, 아래의 소음과 분리된 내게 최상의 장소였다. 일상과 분리된 낯선 곳에서 자신과 주변 환경이 주고받는 대화를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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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리히터가 수도원에 도착해서 첫날부터 가졌던 실망감과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는 일정에 대한 내적 불만들을 천천히 따라오게 만든다. 그것을 따르다 보면 나도 억지로 수도원에 끌려온 것만 같다. 리히터는 수도원에 왜 갔고? 나는 또 이 책 <루헤의 시간>을 왜 읽고 있는가? 하고 '뭐야?' 하게 된다.
웃긴 것은 저자 로히터는 독자가 그렇게 느낄 것이라는 것까지 예상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까지 보여준다. 그러면서 독자의 평가도 뒤로 미루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나도 오롯이 그의 이 지루한 경험을 따라가보기로 마음먹는다. 그 이후로는 다시 믿음이 생겼다.
올바른 자세로 앉는 법, 올바로 걷는 법들을 설명하는 강사를 이해하지 못했고, 동시에 그가 어떤 기대와 생각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는지 그 자신도 이해받지 못했다. 그 모든 것이 몹시 불편하고 못마땅했다.
나 같았으면 조용히 모든 과정에 순종하고 적당히 따르며 의미를 찾고자 했을지 모른다.
나같이 싫어도 싫다는 말을 잘 못하는 독자가 볼 때에 그것은 어쩌면 당연했으니까.
리히터는 투덜대는 것을 넘어서 끝없이 '뭔가 잘못되었다'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는 반면에 자신이 수강하게 된 이 명상 강의의 강사와 프로그램이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빨리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생각을 바꾸게 된다.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고, 이곳에서 도망치지 않겠다. 모두가 자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자기 방식대로 살아간다.
그래서 그는 표지에서 말하는 괴랄한 마음 처방을 스스로에게 내렸고 나누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나한테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곧 이 모험 전체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 반대다.
"기쁨이 있으면 슬픔이 있고, 행복이 있으면 불행도 있다” 인생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주변에 휘둘리기도 하고, 관계에 충실하고 싶어서 나를 위한 시간을 기꺼이 할애한다. 어쩌면 어느 날 산물처럼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혼자의 시간을 온전히 즐길 준비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정말 원하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챙기지 못한다. 더구나 SNS, 블로그를 내려놓는 일주일이라면 세상과의 단절에 죄의식ㆍ죄책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내게도 물어본다. 지금부터 휴대폰을 내려두고 일주일을 살 수 있느냐고? 이보다 무서운 말이 없게 드리면서도 저 깊은 곳에서는 간절히 원하고 있다.
정적인 내면의 평화와 고요함은 내가 원하는 퀘렌시아이기도 하다. 재충전의 시간을 재촉할수록 배터리는 빨리 방전된다는 말을 곱씹는다.
고요함과 침묵의 날은
인생에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
마음속의 평화를 견고하게 하기 위한 미세 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나의 경우 책으로 일기로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가지며 수많은 행복의 작은 나사들을 조이는 것 같다. 분명 나를 계속 이끌어주는 원동력이다.
지금 현재에서 작은 힐링, 좋아하는 것을 찾아 기꺼이 할 수 있는 행복을 맛보는 것은 거친 사막의 오아시스만큼이나 달콤한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더 자주 물어야 할 질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게 고요함을 주는 나만의 방법을 좀 더 생각해 본다.
그것은 내가 가진 걱정과 불안의 스위치를 꺼주는 마음 처방이니까!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