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눈물은 닦지 마라
조연희 지음, 원은희 그림 / 쌤앤파커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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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눈물은 닦지 마라

이글은 지나간 내 청춘에 대한 고백이고 그 백발의 청춘에 대한 장례이다. 너무 멀리 달아난 청춘을 복기 하다 보니 자전적인 사실 Face에 상상 magination을 보탤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의 장르를 굳이정의해보라면 팩션 Faction 정도가 될 것이다.

이 책을 영원히 보내고 싶지 않은 어머니에게 바친다. by 조연희


서문을 읽으며 시작된 문장 하나가 파고들면서 추억이라고 하기엔 가슴 한 켠 시린 이야기 속으로 단숨에 빨려들었다.

'다 볼거야. 똑똑히 다 볼거야.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할거야.' 나도 기억하는 1980년 1990년대의 가난해서 아픈 이야기는 서로를 울리는 이야기였다.





당시엔 미처 몰랐다.

뫼비우스 띠나 로저 펜로스 상각형처럼

미로를 헤매며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그런 삶도 있다는 것을

지난 우리의 삶이 어떠했더라?

내 어린날들의 언저리와 부모님의 삶의 이야기는 어떤 모습이었더라?

지난 시간들엔 목에 걸린 가시같은 것이 있어서 평범한 오늘을 삼키기도 버겁게 만들던 날들이 있었다. 방황이라고 하기엔 눈에 보이는 것 없는 내안의 큰 태풍이었다.

그 태풍은 심각하고, 위험하고 매우 큰 일이 날듯이 두렵다가고 시간이 지나고 날이 개이면 말짱해지며 푸른 하늘을 드러내는 날씨 같아서 반복되는 것이 힘들었지만 그러려니 살아가게 된다.

아프지만 그래도 잊고 싶진 않은 이야기들. 어느새 희미해진 기억들을 이 책으로 온전히 만나며 감사했다. 그래 우린 이랬었지. 나 뿐만 아니라 내 친구들도 그랬지.

다시 만나는 지금은 그날들이 너무 소중했구나 싶지만 어디다 남기거나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지난날들을 회상하고 엄마를 생각하며 썼었던 글 몇 개가 이 책과 함께 하나가 되어 다시 내게 돌아오는 듯 해서 감격스러웠다랄까, 감사한 순간이었다.

작가의 소양이 없는 나로서는 그나마의 이야기를 써둘 수 있었던 것 마저도 참 다행이었다.

이런 내게 이 책은 내가 그리워 하던 것들을 다 보여준 것이다. 응답하라 1984를 보며 웃고 울었던 시간들처럼 내게 그시절의 것들을 보여주었다.

저자의 아버지가 직업없이 밖으로 돌며 바람을 피울 때, 저자는 골목을 해맸고, 엄마는 종아리가 부어오르도록 미싱을 밟았다. 그 어머니의 미싱밟는 소리는 내 어머니의 미싱 소리와 같았기에 울컥했다.



여자의 가난은 이제 매일

복리식으로 불어나고 있었다

엄마는 정순왕후도 아니면서

아버지가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밤낮으로 일했다

밤마다 마치

논개구리 울음 소리를 내는 듯 했다.

그때 알았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죽음도 전염병도 아닌 가난이라고...

가난은 때때로 논개구리 울음소리를 낸다고.

40, 50, 60대 그 시절을 지나오지 않은 이가 없다. 내가 조금 어렸을 뿐, 나도 그시절과 함께 했고 내 부모님도 50대의 나이를 머금고, 지금 생각하면 아픈 청춘이었다.

우리의 이야기이자 부모님의 이야기로 읽게 되는 이 책이 담담히 쓰인만큼 더 아프고 나의 산복도로 집이 생각나서 가슴이 먹먹해질 수 밖에 없었다. 산복도로 아이들, 어린 가슴에 다들 큰 돌덩이를 하나씩 지고 살았던 눈이 맑은 내 친구들이 생각나서 몇 일은 그날들을 되새김질 했다.

흐르는 눈물을 왜 닦지 말라고 했을까!

그 아픔 ,슬픔 , 외로움 막지말고 자연스럽게 흘려내자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야 고여서 섞지 않고, 멍울이 되지 않고, 여전히 아픔으로만 남지는 않을테니~ 결국 흐르게 되어 있다.

이곳에 사는 아이들의 꿈은 어서 산꼭대기를 내려가 저 도시에 합류하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별이란 하늘에 떠있 것이 아니라 저 산 아래 반짝이는 것이었다.

흐르는 눈물은 닦지마라 p 24

p 38

가끔은 그런 엄마가 마녀 같다는 생각도 했다. 엄마 손이 닿으면 모든 생기 있는 것들은 시들어버리고 행복도 잿빛으로 변해버리는, 그 검은 한숨을 호흡해야만 생을 연명할 수 있는 마녀. 학구열이 유달리 강했던 아버지가 저렇게 변한 것도 어쩌면 엄마의 갈퀴 같은 손이 닿았기 때문인지 모른다.

마녀를 지탱시켜주는 것은 활활 타는 증오, 엄마는 종종 아버지가 아닌 우리에게도 거품을 물고 눈을 하얗게 까뒤집어보이곤 했다.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그것이 엄마를 지탱해주는 유일한 힘이라고, 그 발작을 묵묵히 견디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할 일이라고, 갑자기 문을 쾅 닫는 소리가 들렸다. 언니가 화난 사람처럼 방으로 뛰어들었다. 곧이어 “남편 복 없는 녀언 자식 복도 없다. 더니~” 길게 목청을 뽑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꽤나 엄마의 신세한탄 들어야 했던 딸로 자라왔기에 이 심정이 어떤 것인지 잘 안다. 세상 누구보다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또 원망하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다시 죄책감을 느끼며 스스로 더 힘들었던 마음을 마주하며 또 한 번 아프고 쓰리지만 어느새 굳은 살이 베긴 마음이라 이제 죽을만큼 아프지는 않는다 해도 그것은 고독을 가져온다.

가장 힘이 되면 좋을 관계이면서도 가족들과의 전쟁은 큰 상처들을 남겼다. 그렇지만 어디에도 드러내거나 도움받을 수 없는 것들이라서 또 내 얘기를 하지 못하는 소심한 아이가 되어버렸을 것이다.

책을 함께 하며 가슴의 생채기들에 약을 발라가고 있다.

우리는 너무도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어떤 말을 하면 상처를 가장 많이 받는지 어디를 공격하면 가장 아픈지. 그러면서 상처가 난 곳을 더 독한 상치로 소독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가족이니까.

흐르는 눈물은 닦지마라 p 41

꼭 사진첩을 남겨보는 듯한 책이었다. 그 언저리 우린 웃었는지 울었는지 이제야 들여다볼 여유가 생긴것은 아닌지 ~ 많은 분들이 읽어봤으면 하는 <흐르는 눈물은 닦지마라> 이다.




가끔은 그런 엄마가 마녀 같다는 생각도 했다. 엄마 손이 닿으면 모든 생기 있는 것들은 시들어버리고 행복도 잿빛으로 변해버리는, 그 검은 한숨을 호흡해야만 생을 연명할 수 있는 마녀. 학구열이 유달리 강했던 아버지가 저렇게 변한 것도 어쩌면 엄마의 갈퀴 같은 손이 닿았기 때문인지 모른다.​



마녀를 지탱시켜주는 것은 활활 타는 증오, 엄마는 종종 아버지가 아닌 우리에게도 거품을 물고 눈을 하얗게 까뒤집어보이곤 했다.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그것이 엄마를 지탱해주는 유일한 힘이라고, 그 발작을 묵묵히 견디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할 일이라고, 갑자기 문을 쾅 닫는 소리가 들렸다. 언니가 화난 사람처럼 방으로 뛰어들었다. 곧이어 "남편 복 없는 녀언 자식 복도 없다. 더니~" 길게 목청을 뽑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P38

우리는 너무도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어떤 말을 하면 상처를 가장 많이 받는지 어디를 공격하면 가장 아픈지. 그러면서 상처가 난 곳을 더 독한 상치로 소독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가족이니까.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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