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로부터 - 과거에서 기다리고 있는 미래
민이언 지음 / 다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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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소감을 먼저 펼쳐야 할 것 같다. 할 말이 너무 많은데 어쩌지! 민이언 작가를 이 책으로 처음 만났지만, 페이지를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저자의 다른 책들을 인터넷 서점에서 찾고, 담고 사고 있었다.

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가끔 있는 이런 일이 가능하게끔 너무 내 취향이라고 하면 모두의 취향일 것 같다. 공감 포인트가 너무도 많이 포진 되어 있기에 누구나 좋아할 이야기들.

뻔해 보이는 소제목이었는데 뻔하지 않은 글의 여운! 미치겠네! 누구나 꼭 만나보셨으면 싶다.


흡사 프로그램 <슈가맨>에서 80, 90노래를 들으며 100불이 되던 그때, 10대~ 50대 전 세대가 즐기는 순간이 되고 마는 딱 그런 시간이었다. 대학생 언니, 오빠가 주류의 문화를 만끽하는 동안 10년 터울 국민학생 동생도 부모도 함께했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것들로부터 살아나는 나의 리즈시절을 만나니 반갑다못해 울고 싶고 너무 행복하다.

그리고 그때는 그것들이 이렇게 그리울 것이라는 걸 왜 몰랐을까~

잊고 지낸 친구를 만나, 밤새 떠들어도 모자랄 이야기들을 함께 한 것 같다.

여기 우리가 좋아하지 않았던

키워드는 없다.

잃어버린 나의 20, 25, 30년을 찾아주는 책!

이 책이 가져오는 당신의 이야기!

저자가 나열한 그 추억 속도 좋지만 늘 한쪽 머릿속에 덧대어지며 떠오르는 잊혔던 나의 추억들이 살아나는 지금 이 느낌은, 그가 내게 심폐소생술을 한 것처럼 신비로웠다.

그래서 내가 오늘만이 아닌 모든 시간에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작은 소제목마다 펼쳐 주는 에피소드도 격하게 공감하지만, 글 말미마다 전해지는 이 멋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나는 저자의 개인적인 것은 하나도 모르지만 언젠가 짝사랑해봤을법한 뻔하지 않은 녀석이었다.

시절의 추억이 있는 책이라 작가의 나이가 분명히 궁금했지만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다. 내 나이와 비슷해졌다가 때론 멀어지기도 하고 친구 같았다가 대선배 같기도 하며 나는 모든 것을 즐겼고, 바로 추천에 추천의 뉘앙스를 풍기며 돌아다녔다.

더 쓰고 싶은 나의 감상은 나의 몫으로 두고 좋았던 문장을 추리고 추려 몇 개 옮겨보는 것으로 저자의 글 냄새를 풍기며 당신과 더 만나게 하고 싶어진다.

격하게, 격하게,

시간의 두께만큼으로 멀어져 이제는 잘 보이지 않는, 그래서 그 아늑함을 미화된 기억에 의존에 돌아보는 지금 여기에서의 앳된 심정

by 민이언

내가 자란 산복도로 학교가는 길이 떠오르고, 버스를 타던 광경들과 그 무렵의 친구들이 몹시도 보고싶어졌지만, 다시 불러올수는 없는 시간과 감정들이라 슬프기도 했다. 그래도 그것들을 잊지 않고 있는 나를 맍나서 얼마나 반가웠던지!

이 책을 손에 들고 나는 그렇게 생기있는 얼굴이 되어 있었다.


시간을 이겨내는 힘은 기억이다.

푸루스트

프롤로그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순간이 있습니까?'를 묻는다는 건, 결국 현재와 미래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과거를 돌아보는 일로써 당장에 삶의 궤도가 바뀌거나, 어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내일이 도래하는 것도 아니겠지만, 그 과거의 의미로부터 지금 스치고 있는 순간들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한 주제이기도 하다.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때로 우리의 미래는 과거에서 기다리고 있다.

by. 민이언

작가의 말,

책의 제목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패러디했다. 프루스트의 형식으로 써보고 싶었으나, 그 정도의 문학적 소양은 아닌 터, 그 주제만을 따랐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언급되는 수많은 미술, 음악, 문학 그리고 여행지를 대신하여, 내 또래들이 '화양연화' 시절에 좋아하고 향유했던 문화들로 채웠다.

저자가 연결해 준 영화, 노래, 책이 많아서 사전처럼 유튜브를 펼쳐놓고 노래를 찾아 들으며 모든 순간을 느끼고 싶었다.



p 78. 학교 담벼락에 두고 온 것들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그곳으로부터 한 발자국도 걸어 나오지 못한 것 같은, 인생의 어느 순간에 자신을 멈춰 서게 한 듯한 그런 공간들.

친구들과 하릴없이 거닐었던 햇빛 쏟아지던 날들의 그 거리, 그것이 마지막인 줄 모르고 너무 쉽게 너를 보내 주었던 그 골목 모퉁이, 올해는 다를 거라는 기대와 다짐으로 새해 첫 일출을 맞이했던 동해바다, 또 별거 없이 지나간 올해를 정리하러 찾아간 월미도의 어느 조개구이집….

영원히 18살에서 멈춰서 있는 녀석의 얼굴, 다시 만나게 되는 날엔 우리들만 너무 늙어 있겠지? 후까시 가득한 똥폼의 매무새로 기대어 있었던 학교 담벼락에 두고 온 많은 기억들을, 어른의 시간으로 떠나온 뒤로는 잘 돌아보지 않았던 것 같다. 다시 그것들을 찾으러 가는 길, 이런저런 기획을 거쳐, 다시 녀석과 함께 했던 날들에 닿아 가고 있다.

“나 왔다. 그동안 잘 있었냐?"


p 201

늘 가까이 있었던 것을 찾지 못해 다른 곳을 헤매고 돌아다녔다. 파랑새를 곁에 두고 그것이 파랑새인지를 몰라엉뚱한 곳을 헤매던 치르치르와 미치르처럼….

이미 내 곁에 다가와 있는 모든 것들이 그러하리라. 내게서 발견되기 전까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내가 깨닫기 전까지는 현재가 되지 않는 것들. 그 모두가 아직 미지의 미래일 뿐이다. 어둠이 내려앉아야 봉우리를 피우는 것들도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동이 터오기까지 오롯하게 아침을 위한 기다림으로만 채우는 시간들처럼….


p 239

80년대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80년대 영화와 2017년에 재현하는 「1987」이 다르듯, 영화 속의 풍경을 역사로 배우는 세대와 영화의 풍경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던 세대의 서로 다른 소회가, 좁히기 쉽지 않은 세대 차이의 원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공중전화가 여지껏 남아 있다면, 그 또한 무심코 지나치기 십상인 일상의 풍경이지 추억의 가치는 아닐터.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되기 위해서는 또 그렇게 사라져야 하는 것이다. 사라져 버렸기에 더 애틋한 기억으로 붙들어 놓으려 하는 의지인지도 모르겠다. 하여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날들은 모두가 아름답지 않던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일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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