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카의 여행
헤더 모리스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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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 간지 4일째 날이다. 487페이지가 생각보다 더 긴 여정이 되고 있는 이유는 책이, 한 페이지, 한 글자도 놓치지 못하게 나를 붙잡고 있는데다가 처참한 수용소의 사람들을 떠올리는 시간들이 늘 버겁기 때문이다.

그때, 아우슈비츠의 문신가를 읽을 때도 책 속의 참담함과 그에 비해 풍족한 내 현실의 온도 차이가 극심해서 미안함으로 식욕을 잃기도 했었다.

머리속에 그려지는 수많은 장면들이 나를 조금은 무겁게 하고 있지만 실카에게 삶의 기회가 생길 때마다 나도 기운이 나곤했다.

나도 실카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아내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렇게 실카가 그랬던 것처럼 말도 안되는 희망을 품어보며 마지막장까지 왔다.

실카가 지키고 싶었던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내 목숨보다 지키고 싶고,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나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반면에 실카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나갔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아니라도 내가 그럴 수 있을까? 에 대한 물음에 숙연해진다.

전세계 모든 분쟁지역에서 전쟁의 무기가 되어버린 강간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우리의 역사에도 있었고, 나의 일이 될수 있다는 마음으로 읽으면 더욱더 힘들었지만 꼭 읽어야 할 책이었다.

이미 아우슈비츠, 홀로로스트에 대해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고 그렇게 찾아 본 사진과 자료들은 너무 참담해서 이 글에 붙일 용기도 없다. 그 모습을 보았기에 책을 읽으며 겹쳐보인다. 전생에 내가 시베리아에 있었던 것처럼 춥고 너무 아프다.

수용소의 사람들

볼이 움푹 패이고, 모든 뼈가 드러나고, 양동이 하나 들 힘이 남아있지 않은 수용자들은 매일 강제노역을 나가야하고 끔찍한 추위와 굶주림에 차라리 죽고 싶어한다. 자해를 해서라도 강제노역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비위생이 가져온 질병에 그대로 노출되어 죽어가는 이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는 수용소. 소중한 사람들과 헤어지고, 죽었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 애도할 수도 없이 그냥 사라지는 곳. 사랑이라는 희망을 품기에는 너무 절망적인 곳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도우며 지키고, 거기서 희망을 찾아야 내일이 의미 있었다.


여긴 아우슈비츠는 아니었다. 실카는 분명히 아우슈비츠 홀로교스트에서 랄레, 기타와 함께 살아 남았었다.

아우슈비츠의 문신가

아우슈비츠의 문신가이자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였던 랄레 소콜로프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 소설은 극한의 상황에서 꽃피는 인간 정신과 사랑의 힘에 대한 증언이라 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실카의 여행은 헤더 모리스에게 작품의 소재를 제공한 ‘아우슈비츠의 문신가’ 랄레 소콜로프의 실제 이야기에 등장했던 소녀 세실리아 클라인(실카)의 아우슈비츠 이후 이야기다.

실카의 이야기

<아우슈비츠의 문신가>를 읽었었다. 거기서 가슴 아프게 했던 이름들을 그대로 마주하게 되니 벅찼다. 랄레가 사람들을 보호하고 싶었던 마음을 기억하고 있기에 실카를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실카가 랄레와 기타를 보호하기 위해 해야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실카의 여행>은 여성 수용자의 참담함에 더 주목하고 있다.

인권유린의 현장에서 살아내려는 사람들. 그 속에서 또 권력과 서열로 힘들어하는 포기한 사람들 속에서 희망을 얘기하는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많은 사람들을 희망 가까이 데려갈 수 있는 실카의 이야기는 감동이었다.


조시와 그녀의 딸 나티아를 끝까지 보호하는 실카에게 기회를 준 것은 어쩌면 조시였다.

실카는 어쩌다보니 순식간에 또다시 원치 않는 권력의 자리에 놓이게 된다. 다만, 그 일을 하며 노역을 피해고, 남는 음식을 챙겨 29구역 막장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나눠 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었고 더 열심히 해야했다.

신참 수용자들은 고참 수용자들이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살아남기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할 수 없었다.

실카의 여행 p57

실카는 그 끝을 이미 경험했고, 그래서 사람들을 보호하고 싶었다. 자신이 수치스럽게 생각했던 용기로 해낸 일들은 손가락질 받을 일이 아니라 위로 받아야 할 일이었다.

모든것을 잃었다.

견뎌 냈는데 또다시 견뎌야 하고

그로 인해 벌을 받아야 한다

저 여자들은 지쳐 쓰러지고

굶주리고 사라지고 죽어 갈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는 살아남을 것이다.

왜 늘 그런 확신이 되는지

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지

알 수 없지만 그녀는 할 수 있다.

나는 16살이었어.

내가 선택한 게 아니었어. 그 어떤것도.

나는 그저 살아 남았을 뿐이야.

p 158

아무도 우리를 판단할 수 없어

실가는 이를 악물고 말한다

너는 그게 어떤 건지 몰라 우리에겐

둘 중 하나 밖에 없었어.

살아남거나 죽거나

실카는 매우 절망적인 미래와 앞으로 함께 하지 못할 사람들 생각에 숨죽여 흐느낀다.


실카 계속 살아 남으라는 말 말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매일 아침 일어나 숨을 쉬어.

너는 이곳에서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어

p 310 옐레나 의사가 실카에게 하는 말

실카 p339

"이곳에에나 갈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해 주세요." 그녀가 애원 하듯이 옐레나에게 말한다. "다른 여자들처럼 살 수 있을 거라고, 내 삶에서 사라지지 않는 친구들도 생길거라고, 나를 위해서도 사랑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될 거라고, 내게도 아이가 생길거라고 그렇게 말해 줄 수 있나요?"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렇게 되도록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거라는거야.

옐레나가 차분하게 말한다.


실카가 사람들을 진심으로 도울수록 실카를 도우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실카, 대체로 당신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말하지 않아. 당신이 말하지 않아서 그 사람들이 목숨을 버는 거야. 그래서 그들이 당신을 돕고 싶어 하는 거라고 알아들어?"

그런 모습들이 다시 희망을 꿈꾸게 해왔다. 싸우고 서로를 죽이는 비극의 순간에도 사소한 희망의 순간은 언제나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장면

실카가 있던 홀로코스트 25구역에서 엄마와 보낸 마지막 밤의 장면이 너무 가슴 아프게 남아있다. 엄마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보려 나가려는 실카를 잡아 두는 장면은 더이상 내가슴도 견디지 못했던 것 같다.





많은 줄거리들을 건너뛰고 짧은 순간들만 옮겨보는 이 후기가 너무 아쉽다.

집으로 돌아가 내 아이의 통통한 볼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

책에서 빠져 나오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분쟁지역에 대한 뉴스도, 여성 인권유린의 현장도 그저 내게 멀리 있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던 시간이 미안하고 안타깝다.

모두가 작은 힘들을 모아가야하고 언젠가는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보내야한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신참 수용자들은 고참 수용자들이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살아남기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할 수 없었다.

- P57

나는 16살이었어.

내가 선택한 게 아니었어. 그 어떤것도.

나는 그저 살아 남았을 뿐이야. - P158

실카 계속 살아 남으라는 말 말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매일 아침 일어나 숨을 쉬어. ​

너는 이곳에서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어 - P310

"이곳에에나 갈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해 주세요." 그녀가 애원 하듯이 옐레나에게 말한다. "다른 여자들처럼 살 수 있을 거라고, 내 삶에서 사라지지 않는 친구들도 생길거라고, 나를 위해서도 사랑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될 거라고, 내게도 아이가 생길거라고 그렇게 말해 줄 수 있나요?"

- P339

내가 이곳에 오고 나서 본 많은 일들 가운데 오늘을 꼭 기억할 거야 이 곳의 어두운 기운이 나를 감싸고 위협할 때면 온 일을 기억하고 버틸거야.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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