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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여행 - 낯선 공간을 탐닉하는 카피라이터의 기록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사는 시간이 따로 있고
삶을 증언하는 시간이 따로 있는 법이다.내가 이렇게 사부작거리는 이유가 나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었구나~
나도 원하는 삶이 있고, 이루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다라는 증명이 필요했을까? 내가 원하는 것은 지금을 사는 것이었다.
김민철 작가에게 빠진 마음은 식지 않는다. 좋다고 좋다고 몇 번 씩이나 말했고, 공감을 넘어선 공감에 핑~하고 알 수 없는 눈물이 돈다. 뭐야~~이 씨~~하며 나자신에게 놀란다.
이 책이 슬퍼서가 아니라, 모르고 살았던 것들에 대한 후회와 교차되는 설렘도 한 몫 했고, 나의 갈망과 그리움이 뭔지 얼핏 보았기 대문이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했지?
평생 모르고 살뻔 했던 어떤 것이 있다.

여
행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를 위한 경험을 빙자한 여행이 몇 년간 이어졌었다. 여행보다는 방문에 가까웠던 시간들은 많은 사진을 남겼고 그때 분명 좋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때 더 많은 걸 가슴에 깊이 담았어야해'
음~~ 그곳에 다시 간다면 좋을까?
그때 뭐가 특히 좋았었지?
더듬어 보기에도 버거울만큼 남아 있는 기억이 많지 않다.
그때만해도 일기를 비롯해 어떤 메모도 남기지 않았었기 때문에, 막 찍어댄 사진들만이 기억을 붙들어 주고 있다. 그나마도 다행이다. 사진이라도 있어서 천만 다행이다.
그래서 흔히 하는 말,
찍는게 남는 거다.
여행은 사진 찍으러 간다. 같은 말.
이곳은 다시 없다.
사람이 변하고 빛이 변하고
풍경이 변하고
무엇보다
내가 변한다.
내게는 여행에 대한 철학이 빠졌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이해했다. 우리가 왜 아직 어려서 기억도 못할 아이와의 추억 쌓기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 여행의 진정한 이유가 빠졌다.
지금 이 순간을 평생 가슴에 두고 싶어서라고 그때 생각했더라면, 조금 다른 선택들을 했을 것 같다.
인생이 여행이라면 어떤 여행이 되고자 하는지, 어디에 닿고 싶어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을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잘~ 모른다.
각자의 여행엔 각자의 빛이
스며들 뿐이다.
어쩌면 나의 문제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나는 내 깜냥 만큼의 여행을 할 수 있을 뿐이니까.
그동안 여행에 대한 큰 기대가 없었던 나의 이유도 딱 이 문장에 있었다. 나는 내 깜냥만큼의 여행을 한 것이다. 집 안에서도 낯선 곳에서도 익숙한 것들만 해가며 새로운 여행이길 바랐던 나의 잘못이었다.
더 힘들어도 좋을 여행을 편하게, 무사하게, 별일 없고 큰 돈 들지 않게 라는 틀에 가두었기 때문에 우리의 모든 여행이 같았던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 쓰인 이 책이 해외는 물론 국내 여행도 어려워진 지금 걸리버 여행기 만큼이나 내겐 재밌고 신기하다.
여행의 참 맛이 이런 것이라면, 제대로된 여행이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커졌다.
이제야 제대로된 여행계획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에 대한 태도뿐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를 잘 배웠고, 느낄 수 있게 해준 특별히 공감되는 책 덕분이다.
p 127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동시에 여러 순간을 사는 사람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선택을 한다.
지금 어디에 있을 것인가, 거기에 언제 있을 것인가, 여행에서 이 두 가지 질문은 끝없이 교차한다.
김민철의 책 <하루의 취향>에서 만난 자신만의 취향으로 흠뻑 적셔진 여행들이 이제 나의 여행을 기대하게 한다.
여행도, 책도 각자의 빛으로 반사되어 또 다른 빛으로 스며든다. 책에서 반사된 지금 빛의 일부를 적어보았을 뿐, 다시 볼 때마다 새로울 것 같다.

집 나가면
몸이 고생이다.
하지만 집을 나가지 않으면
마음이 고생이다.
적당한 방황과
적당한 고생과
적당한 낯섦이 그리워
수시로 끙끙 앓는
마음을 가졌다.
어쩌다 보니
여행자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내 곁에 남은 여행 동반자를 생각해본다. 나는 딸과의 이런 인생 여행을 꿈구지만 그것이 딸에게는 잔인할지도 모른다. 네가 커서 누구와 함께이고 어떠한 여행지를 택하든 나는 너를 응원해야 한다는 확신을 여기에 담아둔다..
p 123
좋아하는, 내가 좋아하는, 남들과 상관없이 내가 사랑하는, 바로 그것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 어쩌면 그것을 찾는 것만으로도 남들과는 다른 여행의 출발선에 서게 될 것이다. 건투를 빈다.
좋아하는, 내가 좋아하는, 남들과 상관없이 내가 사랑하는, 바로 그것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 어쩌면 그것을 찾는 것만으로도 남들과는 다른 여행의 출발선에 서게 될 것이다. 건투를 빈다. - P123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동시에 여러 순간을 사는 사람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선택을 한다.
지금 어디에 있을 것인가, 거기에 언제 있을 것인가, 여행에서 이 두 가지 질문은 끝없이 교차한다.
- P127
사는 시간이 따로 있고 삶을 증언하는 시간이 따로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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