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문법 -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소준철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무거운 마음이지만 꼭 읽어보고자 했던 책이었다. 고만고만 사는 중년 이상이 사람들이 노후 걱정을 하며 꼭 하는 말이 있다. 그리고 우리 부부도 가끔 하는 말이다.

"나이 들어서 폐지 주우러 다니는 일이 없어야 할텐데~ " 하는 소리다.

그것도 몸이 성해야 가능한 일이지만, 골목에서 만나는 폐지노인들은 허리가 심하게 굽었고, 야위셨고, 다리도 불편해 보인다. 골목에서 마주칠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지만 좋은 시선보다는 회피하는 무관심이 더 크지 싶다.

책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특정인을 내세우지는 않았고, 노인 경제활동 연구에 대한 데이터와 현장의 인터뷰들을 가지고 여러 인물들을 종합해 만들어진 1945년생의 한 여성 노인(75세)과 여러 노인들을 가명으로 만들어내 폐지를 줍게 되기까지의 삶은 물론 폐지를 모으는 현장과 뒷 얘기들까지 낯낯이 보여준다.


저자 소준철이 아주 가까이에서 노인들과 오래시간 마주하고 관찰하고 걱정하며 국가와 사회를 향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며 감사한 생각도 들었다. 사회문제에 있어서 논문이 아닌 이상 관심있게 다룬 책이 인터넷 서점에서 눈에 뛰인 것이 처음이지 싶었다. 편히 읽히고도 울림을 전할만한 책이라서 반갑기도 했다.

누가 이들을 걱정해야 하는 것인가?​

궁금해해 본 적이 있는가?

그들이 왜 폐지수레를 두고 화장실도 갈 수 없는지, 자기 동네가 아닌 다른 동네로 가는지, 몇 키로나 더 먼 고작 십원 더 쳐주는 고물상으로 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대체 하루 종일 얼마나 걷고 폐지를 줍는지, 밥은 제때 무엇을 어떻게 드시기나 하는지? 폐지들은 어디에 언제까지 쌓아 두는지? 도둑과 비나 눈이 왜 제일 걱정인지? 왜 사람들과 자주 부딪히며 싸우는지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딱 우리 부모님 나이의 노인들이 살아온 시대의 가난과 빈곤함이 보여서 무거운 마음이었다. 어려운 시절은 다 거쳐왔고 몸이 성하든 성치 않든, 재산이 많든 적든 자식들에게 다 내어주고 더이상 남은 것이 없는 노인들은 자립할 수 있는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짐이 덜어지길 바라며 따지면 시급 300원에서 1000원이 되는 폐지수집을 나서는 것이다.

더욱이 노인들은 자식들에게 들키지 않게 폐지를 줍거나 눈치를 보는 등 말 못할 사정들을 숨기며 일을 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되고, 사회제도 안에서는 쓸모 없는 계층이 되어버린 노인들은 삶을 이어가기 위해 폐지라도 주워 고물상에 팔아서 하루 얼마라도 벌어야 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불법도 아니지만 버려진 노동시장에 서 계신 것이다.



박스 할머니~ 박스 할아버지~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

가난한 사람의 삶을 귀 기울여

들어본 적이 있는가?

□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 아님

□ 부양해야 할 가족 있음

□ 질병 있음

□ 개인연금 없음

□ 소유 주택 없음

□ 전문기술 없음

□ 부양의무자는 있으나 부양 능력 없음

□... 보험 없음

□... 병원비 무서워 병원도 안감

복지제도 밖에서 가장 소외된 일을 하는 사람이 다름아닌 노인들이다. 외국의 경우 덤스터 다이빙이라고 해서 젊은 층이 쓰레기통을 뒤지며 사는 경우가 있지만 특히나 우리나라는 노인층의 일이 되었다.

아무리 오랜시간을 궂은 날씨 속에서 힘들게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취약한 생활 환경이다. 주택가엔 제대로 분류되지 않은 쓰레기들이 방치되기도 한다. 빌라 반장으로써 재활용 분류가 엉망이라 수거해가지 않는 쓰레기에 대한 협조를 부탁하며 급기야 CCTV까지 설치했지만 외부인이 밤 사이 놓고 가는 애매한 쓰레기들은 늘 도둑처럼 나타난다.

그와중에 늘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것이 있다면 박스, 소주 맥주 공병 같은 돈으로 교환가치가 있는 재활용품이다.



이것은 쓰레기라기 보다 점유를 포기한 사유재산이기도 한 것이다. 동네마다 베테랑 폐지노인분들이 계시기도 해서 산더미 같이 쌓아 올린 수레가 차로를 막고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보는 일은 쉽다.

재활용품을 내놓고 가져가는데 있어서 아무런 대화가 필요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젊은 세대들은 그저 귀찮은 어떤 일을 하지 않는 것이고, 노인들에겐 마지막 생계수단인 것이다. 노인들은 더 취약해지고 건강은 나빠지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서 이어지는 일이다.

때론, 폐지를 치워주는 댓가로 건물청소를 해주기도 하는 노동착취가 생기기도 하지만 이를 규제하거나 노인을 보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은 이것이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여성 노인이 거치는 가난의 경로 개인의 문제인가? 낮은 학력, 기반이 없는 결혼, IMF, 가장이 된 여성, 자녀의 대학 진학, 자녀의 결혼, 손주의 양육, 준비 없는 노후

65세 때, 어느 손잡이를 잡으시렵니까?​

여행 가방 VS 폐지 수레

국민연금 가입 홍보 문구로 국민연금을 통해

노인빈곤을 방지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는 포스터지만 노인빈곤층 비하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엄연한 현실이라는 점이 더 아프게 한다.

가난은 변화 속에서의 개인의 선택의 결과이지만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던 결과이기도 하다고 말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가 왜 그녀를 구하지 않았을까?​

<가난의 문법> 가난의 원인이 개인에게만 있는 게 아리라는 얘기를 하고자 한다.

폐지마저도 주우러 다닐 수 없는 아픈 노인들이 더 많다는 사실은 현실이다.

현재 노인층의 기초 연금 액수를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증액 하기 어렵고 추가적인 생계 급여를 지급 하기 힘든 상황에서 일하는 노인을 만드는 정책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노인의 취업시장은 아주 제한적이며 공급도 많지 않다. 그래서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야 하는 실정이다.

우리가 생각할 것

노인을 위한 공동체는 가능한가?

노인의 정신적ㆍ육체적 건강 문제

새벽의 노인들을 위협하는 것들

그들을 바라보는 몇 가지 시선

지역의 업사이클링과 노인의 일자리 사업


도시에서 늙는다는 것

길고양이 만큼이나 살벌하게 살고 있는 노인계층이다. 사람들은 차갑거나 무관심 하고, 때론 온정 가득한 손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누군가 끝까지 책임을 져야한다면 그것은 국가와 사회의 제도로 흔들리지 않고 안전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직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식을 가지게 하며 마무리한 책이다.

또, 작아진 가족 단위로 분리된 노인들을 (우리의 부모님을) 필요가 없어진 쓸모 없는 존재로 생각하는 일이 절대 없길~ 그런 당연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P. 28 이제 가난의 문법이 바뀌었다. 도시의 가난이란 설비도 갖춰지지 않은 누추한 거주지나 길 위에서 잠드는 비루한 외양의 사람들로만 비추어지지 않는다. 어느 날 강서구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작은 골목을 지나는데, 1km가 채 안 되는 거리에서 모두 다른 편인, 재활용품 줍는 노인 무리를 보았다. 물론 그들이 함께 다니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경쟁 중이었고 갈림길에 다다르자 뿔뿔이 흩어졌다. 그때엔 몰랐지만, 고물은 먼저 발견한 사람의 차지가 되니까 남의 뒤를 따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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