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월드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7
엄정진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그래비티북스 17번째 SF 소설

2020년 SF어워드 장편 소설부문 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그래비티북스가 찾아낸 첨단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소설에 충실한 책을 만나게 됩니다. 낯선 여행을 통해 새로운 생각에 빠져 보고 싶을 때 저는 SF소설 만큼 멋진 장르도 없더라구요.

우리가 잘 모르던 세계를 상상하는 것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기도한 일입니다, 초반의 아리송함은 레일월드가 등장하면서 부터 궁금증이 증폭되더라구요. 네모난 행성이라니~ 레일 위의 세계라니~ 독특하지 않나요?

늘~ 뛰어난 지성을 가진 외계인이 지구를 먼저 방문하고, 타고 온 외계 비행체가 열리며 외계인과 처음 대면하게 되는 상상이 익숙했던 것 같은데, 이 책을 통해서 오히려 내가 외계인이 되어 다른 행성을 방문하고, 더 높은 차원의 지성체로서 등장해 그들을 미래를 위해 돕는다는 설정을 보게 되니 신선했습니다.

우주에도 있는 제국주의, 전쟁과 파괴가 디스토피아적이지만 역시나 희망이 있죠.

우주선 임라나를 지키는 것은, 사람은 아닌 정보의식제계를 가진 AI에 가깝다. 그리고 딱 둘, 선장과 부관만이 임라나호를 지키며 저속 자동운항 중이다. 반구형 몸체에 촉수처럼 가늘고 유연한 긴 팔 8개 달린 유체를 '입었다' 고 표현하는 정보의식이 바로 주인공이다.

엄밀히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소설이지만, 사람 이상으로 생명체로서의 가치를 느끼게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우주선 임라나호의 항해 중에 만난 충돌로 거대한 시체더미에서 발견한 유일한 생명체는 이미 육체는 살기리 힘든 상태였고, 임라나호의 유일한 탑승원 선장과 부관은 죽은 사체의 뇌에 자신들과 닮은 몸을 주고 살려낸 다음 휴옌이라 부르게 됩니다.

"따뜻한 공기와 시원한 바람도 닿지 않고, 풀과 바다의 냄새도 맡을 수 없게 되었어. 전 정말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되어 버렸군요."

자기네 행성이 네모나다고 말하는 휴옌을 믿지 못했고, 이해할 수 없어하며 진화와 발전이 더딤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우주전쟁을 일으키는지 알고 싶어합니다.

여기서 누가 누구를 고등 생명체로 보고 하등 생명체로 보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요.

종의 차별의식은 행성을 벗어난 우주에도 깔려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것을 분명 꼬집고 싶었을거라 보았습니다.

후엔은 자신의 고향이 네모난 행성이라고 하고 이 사실을 여전히 믿을 수 없어 합니다. 믿지 못할 소리를 하니, 직접 데려다주고 눈으로 확인해보고자 합니다.

둥근행성이 아니라, 레일 위의 네모난 행성, 레일을 돌며 자전을 하지 않아서 해가 뜨고 지는 일 없이 해는 항상 머리 위에 있고, 밤은 낮의 30%지만 깨어 있고, 나무는 해를 향해 모두 휘어져 자라는 행성이 바로 레일월드입니다.



사실은 이 레일월드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데, 시간이 꽤 걸렸던 것 같아요. 가로 58500km 세로 3500km 사방의벽은5000km라니, 큰 사각 수조를 생각해보게 되는군요.

고향으로 돌아온 휴옌은 자신이 빛의 속도를 지나 온 시간만큼 아주 오랜 옛날 있었던 전쟁의 최초 생존자였습니다.

레일월드가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환경 파괴, 산소 부족, 인구 증가등을 얘기하며 고등 과학기술을 가진 행성의 지혜를 전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레일월드는 불안정하며 환경은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사는 지성체 종족의 미래는 불안하고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이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던 행성의 최고 권위자는 위험을 알리는 휴옌과 임라나호의 선장과 부관에게 너무나 태연해 보입니다.

다가올 위험에 맞써 그들은 더 쉬운 방법을 택하는데요, 바로 자기네끼리 전쟁을 일으켜 반강제로 개체수를 줄이는 형태로 이미 12번째의 전쟁을 치뤄왔던 것입니다. 무모하고 비인권적인 모습에 안타까워합니다.



이 희망의 메세지는 결코 짧은 시간에 성과를 드러내는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쉽게 해결할 일을 후대를 위해 어렵게 가야한다고 말하면서

이 소설의 의미를 보게 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역사의식이겠죠.



여기서, 비장한 연설을 비웃고 야유를 보내는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는데요. 사실 지구 생명체도 아닌 이들에게서 배우는 것은 반성이었습니다. 지키고, 보존하고 후대에 잘 전하는 생명의 소중함이죠.

우주가 제국주의화 되고 있다는 설정 역시 충분히 사상 가능했습니다. 인류가 지구밖에 또다른 정착지를 만든다해도 닮아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안타까움이 생깁니다.

러일월드의 위기는 어떻게 풀리게 될지~이제 시작이지만 스토리는 아껴 두겠습니다.

제국주의는 무수한 생각을 하나로 모으고 끌고가는 사상과 신념이 분명 존재해야 하는데요, 과연 레일월드를 하나로 만드는 신념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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