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
정여랑 지음 / 위키드위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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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갱신제, 이 제도가 대한민국에 시행될 수 있을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2020년 정부정책으로 시행된 결혼 갱신제 제도가 등장하고 2년이 지난 시기쯤을 살고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결혼 시작을 종신제로 혼인신고 할 수도 있고, 5년마다 갱신하는 갱신제 역시 선택이 가능한 사회가 된 것이다. 어떤 이유로 갱신제를 선택하고, 그 갱신을 이어가지 못하는지 소설속에서 마치 나의 일인듯이 생각해보게 된다.

나라면 ...어떨까... 나는 여전히 종신제를 고집하고 싶어진다. 사랑을 갱신하기 위한 노력도 좋지만 그로 인해 부정당하는 면들이 더 많을것 같다.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으며 얘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던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의 소설이다.

갱신제로 시작한 결혼 5년 후 재갱신과, 종신, 혹은 이별을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서 갈등하는 선우와 지훈 -가혹한 결정을 해야하는 과정에서 주고 받는 상처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면서 이건 안되겠는데~ 하고 갸우뚱 하기도 했다.

5년 후 함께 살지 안살지 모르는 사람과 살며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은 너무 많은 선택의 시련이 있는 듯 했다.

우선 너무 많이 서로를 의심해야하는 갱신제가 싫었다. 갱신제 속에서 아이들이 혼란스러워 할 모습이 가장 걱정되던 순간이다.

아무리 싸우고 힘들어도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아온 부모님의 치열한 정이 우리를 지금까지 가족으로 이어주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한지 몰랐다. 그러나 꼭 필요한 경우에는 이혼이 죄가 되는 일은 당연히 없어야 한다는 생각도 동시에 한다.

 

가까운 미래의 가족제도와 인구문제에 대한 정책들이 등장하는 소설이 마치 신문 사회지면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우리가 직면한 일들에 대한 모습을 소설로 풀어주고 있어서 드라마 보듯이 읽으며 여러 세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미혼인 상태로 고2의 나이에 아이를 임신한 혜나와 헤어진 남자친구 서준 그리고 혜나의 친구 민지가 공동 양욱자가 되는 것을 보며 그래도 준비되지 못했더라도 부모가 되고자하는 사람들을 정부가 나서서 이정도로만 챙기고 관리해준다면 미래가 꽤 밝아보인다는 생각도 했다. 특히 경제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심리치료나 교육, 생활이 가능한 센터운영까지 더해져서 아이의 생명을 지키고 존중하는 것은 물론이었고 임신중절의 경우에도 충분한 지원과 케어를 책임지는 정부가 있다니 든든함이 한껏 밀려들었다.

적어도 환경에 따른 경우의 수로 임신이 죄가 되는 안타까움은 없을 것 같았다.

소설이지만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것 자체가 안심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부보조금을 주는 것보다 중요한 과제임을 인식하고 있었다. 임신 주체가 원하지 않는 임신과 출산을 하도록 부추기던 제도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바로 잡는 노력이 가득하기에 희망적이었다.

형숙

이 아이가 어릴 때만 해도 이런 세상이 오리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군복무까지 마치고 나서 성전환 수술 받은 아들을 이제 딸로 반갑게 맞이하며 응원하는 형숙이 아들을 딸로 인정할 수 있고 응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 좋았다. 당사자도 가족도 힘들수 밖에 없는 이유는 사회의 인식 때문이지 자신에게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라는 확실한긍정 메세지가 보인다.

 

지안과 승혁

엄마가 아빠를 죽이고 경찰서를 거쳐 교도소에 가고서야 지안은 아빠의 뻔뻔한 외도와 엄마를 향한 구타와 폭력들을 엄마의 일기장을 통해 알게된다. 지안은 승혁과의 만남을 이어오다가 결혼을 앞두고 헤어졌다. 승혁은 형이 두고 간 쌍둥이 조카들을 어머니와 함께 돌봐야 했고 결혼이 멀게만 느껴져 마음과 달리 지안을 멀리했지만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가진 만삭의 지안을 돌봐 왔고 함께 하고자 하는 모습에서 안타까움과 고마움이 느껴졌다.

책 속에서 5년 후의 국립인구지원센터는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이기도 하고 노령인구에 대한 생산적인 경제 활동의 지원이 불평등을 해소하고 복지 효율을 높이는 열쇠이기도 해서 내심 기대하게 된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정신건강과 안정을 위한 교육과 지원들이 있는 미래모습이라서 미래에 대한 희망의 시선으로 지금을 열심히 살아도 좋겠다는 약속을 받기라도 한듯이 든든해졌다.

어머님들, 이제 세상이 바뀌어 가요.이젠 노동이 귀한걸 알아주겠대요. 이 나라가 여태까지 고생하신 걸 다 보상해 주진 못하지만, 앞으로 자라날 아이들을 위해서, 또 늙어 갈 우리들을 위해서 이 나라가 돌봄 노동이 귀하다는 걸 인정해 주겠대요. 영 안 믿기죠? 저도 안 믿기는데 이 정부가 진짜 2년째 계속 해 나가고 있네요. 그러니 우리 어르신들한테 게속 이 교육 신나게 하고 있어요...

사담

내가 아이를 낳아 키운건 9년 전이고, 남편과 시간조율이 가능한 업종으로 자영업을 시작 하고 있을 때였다. 만삭의 배로도 일을 할 수 있었고, 출산 후 한달은 집에서 칩거한채로 남편이 혼자서 가게를 도맡았다. 백일이 지난 아이와 함께 셋이서 일을 했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남편과 함께 있을 수 있었던 시간들은 궁핍해도 행복했다.

그랬던 시간들을 돌아보자니 지금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라면 눈앞이 캄캄해져 오는것 같다. 그런저런 걱정들이 둘째를 일찌감치 생각에서 지웠고, 저출산 문제에 일조했지만 그래도 아이 하나라도 지킬 수 있음이 천만다행이면서도 다음 세대에 대한 걱정과 노년의 걱정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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