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종에 대하여 외 - 수상록 선집 고전의 세계 리커버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지음, 고봉만 옮김 / 책세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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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읽어보겠다고 추릴때만 해도 몽테뉴의 수상록은 스쳐 지나가고 말았었다. 아마도 수상록 자체가 다방면으로 방대한 양이라 쉽게 읽을 생각을 하지 못했을 수 있다.

수상록을 몰랐다면 영원히 몰랐겠지만 많은 책들에서 인용되던 글들이 바로 이 수상록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보고 나니, 엄청난 고전 에세이라는 생각이 밀려든다.

나역시 이번에 수상록 내용중에서도 선별된 <식인종에 대하여 외>를 만나고 보니, 놀란만 햏고, 수상록 전체에 대한 갈망이 커진다.

식인종에 대하여 외 - 책세상 출판

 

 

다소 얇은 이 책이 처음엔 만만해 보였기에 인문교양서처럼 읽으려했지만 읽다보니 결코 쉽게 읽히지가 않는다. 번역은 잘 된건 같고 문체가 어렵지 않은데, 내용이 생각할 거리로 가득하니 그만큼 깊이 빠졌던 것 같다.

작은 사이즈라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읽기 좋았고, 얇아도 깊은 내용에 감사할 지경으로 몇 일을 들고 다녀도 심심하지 않을만 했다.

인문학적 탐구에 오랜만에 재미를 느끼고 있어서 저음부터 책을 씹어 먹기로 작정했다.

 

 

 

"몽테뉴의 수상록 선집을 처음 접했다."

그러니까 나보다 500살이나 많은 몽테뉴를 처음 만났다. 대략 500년 전에

'내가 아는게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한 사상가 중의 한명으로 그는 소크라테스를 존경했다고 한다. '너 자신을 알라' 했던 테스형~~~아닌가.

모두 자기 자신을 끝없이 탐구하며 결국 많은 사람들을 더 올바르게, 생산적이게, 행복하게 하고자 했다.

"철학적 성찰에 있어서는 이상하게도 자기 자신 때문에 깊이 생각하고 탐구한 자만이 뒤에가서 타인의 이익도 된다" 라고 몽테뉴를 존경했던 쇼펜하우어가 글에 표현했다고 한다.​

니체 또한 쇼펜하우어와 몽테뉴를 가장 정직한 사람이라고 했고, 그런 사람들이 글을 썼다는 사실로 인해 이 지상에 사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고 말했단다. 또한 가장 자유롭고 가장 힘찬 영혼들이라고 예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책보다 읽고 싶게 만드는 팩트다.

디지털노마드로 성장하려는 사람들이 각자의 지식을 공유하는 것은 이 시대의 성공전략이다. 21세기에 이렇게 잘 부합되는 15세기의 몽테뉴의 사유들은 신대륙 개척이라는 엄청난 변화로부터 인간을 준비시키고 적응하도록 도운 개척서였고, 지금 디지털시대의 지식 공유경제와 다르지 않은 패러다임을 가졌다. 더욱이 14, 15세기에는 페스트라는 펜데믹이 있었고, 21세기에는 코로나 19가 있다는 것이 소름돋게 닮았다.

지금 읽어야 할 근본적인 책으로 꼽아본다.

중요한 논점이 되는 핵심 문장 몇 개를 가져온다.

신대륙 발견 이후 유럽 사회에는 바깥 세계의 주민과 문화에 대한 정보가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그중에는 사실과 어긋나는 것도 많았다. 몽테뉴는 이에 대한 답답함을 다음처럼 토로한다. (수상록선집 식인종에 대하여 외 p8 )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각자 간적이 있는 지방에 대해 정확히 말해 주는 지리학자일지 모른다...나는 사람들이 자신이 잘하는 주제에 대해서든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해서든 다 아는만큼만 써 주었으면 한다. (수상록 제 1권 3장)

 

원주민과의 만남은 몽테뉴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는 신대륙에 대한 구할 수 있는 자료는 모든 구해 읽었다.

그시대의 슈퍼 컴퓨터같은 역활을 했고, 진정한 지식인이었을 것 같다.

몽테뉴는 신대륙 발견이 분러온 충격과 혼란 속에서 '타인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라는 새노운 고민에 빠졌다.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게 신대륙의 부는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몽테뉴는 무엇보다 야만인, 미개인, 식인종이라 불리는 원주민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신대륙, 야만인과 식인종에 대한 사실들은 아주 충적격이면서도 도대체 누가 더충격 받을 일인지 고민하게 했다. 사이코패스의 원조의 원조라 할만한 충격적인 장면들의 묘사였다.

그러나 생각할 여지가 너무나 많다. 우리의 역사에도 전란의 굶주림과 역병의 몸부림들로 죽은 자식을 삶아 먹어야 했던 아픈 시대들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식인 풍습이 잔인하지만 유럽인에게 낯설기 때문에

이질감을 표현한 '야만인'으로 불리는 것이다...

우리가 그들을 곧잘 비판하면서도

우리 자신의 야만 행위는 똑바로 보지 못하는 것이 서글플 뿐이다.

수상록 제 1권 30장

몽테뉴는 야만과 문명의 구분을 없애려고 한것이 아니라

야만과 문명을 구분하는 방식을 수정 하려 했다

자연은 우리를 자유로운 존재이자 얽매이지 않는 존재로 이 세상에 내 놓았는데 우리가 스스로를 좁은 곳에 가둬 버리는 것이다.

(수상록 제 3권 9장)

 

 

 

몽테뉴의 책을 열면 펼치는 곳마다 우리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 이 시대에 내마음을 그지 없이 불안하게 만드는 일들에 대해 나보다 그가 더 탁월 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의 책에는 '내'가 투영된 '너'가 있다. 여기서 시대의 경계는 허물어 진다. 문학이나 철학 책 한 권과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형제인 인간, 나의 잘못을 진심으로 타이르고 나를 위로해 주는 한 인간, 내가 그를 이해하고 그가 나를 이해하는 한 인간과 함께 있는 것 같다.

나는 이제 우리가 몽테뉴의 책을

펼칠 차례라고 말하고 싶다.

-고봉만

이렇게 이 선집을 만남으로서 엄두를 내보지 못한 몽테뉴의 수상록을 접하게 됨을 정말 감사히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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