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에게도 좋은 사람이길 - 임헌일 포토에세이
임헌일 지음 / 렛츠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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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을 통해 들려오는 음악은 무대장치 위의 화려함이나 가수에 대한 집중보다 음악 자체를 듣게 하는 힘이 있다.

같은 노래, 같은 가수이지만, 더 깊숙이 우리 삶으로 들어오기에 하루를 적신다.

                <내가 나에게도 좋은 사람일길>

사실 비긴 어게인과는 상관없이 개인의 포토 에세이지만 덕분에 책이 전해질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나의 독백을 여러 사람에게 전하는 것이 쉬운 경로로 가능한 것은 아니니까~~ 덕분에 나도 이전에 잘 몰랐던 임헌일의 시선을 느껴본다.

에세이들은 보통 개인의 일기나 기록들이 차곡차곡 쌓인 뒤의 결과물이기에 내용에 상관없이 그 기록을 예찬하는 독자로서 읽어간다. 일기라기엔 짧은 듯한 여운이 있어서 보았더니 자신의 기록을 배경으로 한 라디오 오프닝 원고라는 것을 알게 된다.

 

 

기타로, 노랫말로, 목소리로 대화하고픈 마음을 심플하게 독백처럼 담고 있는 에세이로 봄ᆞ 여름ᆞ가을 ㆍ겨울이란 챕터로 임헌일이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들을 만나본다.

마치 당신은 당신에게 좋은 사람입니까? 라고 묻는 것처럼, 라디오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글과 음악을 전하면서 그중에서도 자신에게 남겨 주고 싶은 글들이 모인듯 싶다.

 

하고 싶은 것

p19 나는 나의 버킷 리스트에 무엇을 적어낼 수 있을까? 아니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만들 수는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내가 뭘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을 때가 많다.

- 세상은 모르는 것 천지. 나도 나를 모른다.

삶은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다. 내가 이렇게 나 말고 다른 이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내가 해보지 못한 그 선택에 대한 호기심이다.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는 결코 같지 않을 테지만 알고 보면 사소한 것들이라는 것이 행복이 멀지 않음을 얘기한다.

나를 정리해 써보는 시간

행복했던 기억들을 노트에 적어 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하루는 이렇다... 

 

이렇게 시작하는 글들이 담담해서 좋다. 멋부리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잘 보이기려고 애쓰지 않은 마음이 느껴져서이다. 

p58

내 마음을 지킨다는 것

흔히 자존감이라 불리는 것이

저 꽃의 마음과 같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정받고 칭찬받아야 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존재하는 즐거움을

스스로 알고 피워낼 수 있다면

- 이렇게 나를 써보는 시간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 늘 예찬하고 있기에, 그가 말하는 내가 나에게도 좋은 사람이길 바라면서 또 나를 돌아보는 시동을 걸어간다.

p 67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보다

원래부터 그렇게 있었던

스스로 만들어진 것들을 더 좋아한다.

- 나와 조금 다른 생각도 본다. 그리고 그에게 의미 있었던 단상을 남긴 키워드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기타 소리와 노래가 떠오른다. 내게도 그런 키워드들이 생기고 있는 시점이라 그런지 대답을 하려는 듯 이, 음~ 저는 말이에요~ 하고 속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 내가 느껴진다. 그리고 이 독백들이 음악으로 바뀐다면 더없이 커지겠구나~~ 기대하고 기다린다.

 

 

 

정말 아픈 것

정말 아픈 것들은 정작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눈에 띄는 상처들은 조금 불편하고 아플 뿐이지 누구나 걱정해 주고 물어봐 주기 때문에 그나마 외롭지 않다. 되려 아픈 줄도 모르고 안에서부터 곪아가는 것들, 그대로 방치되어 버린 것들은 그래서 아프다기 보다 서럽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지만 조금은 숨겨둔 글들이다. 이 글을 보며 자신을 떠올려 보라는 의미로 읽는다. 타인의 위로가 완벽할 수 없는 것처럼 내게 상처가 있다면 스스로 써서 지워가야 치유가 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렇게 내가 나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어 가는 에세이를 만나 잔잔하게 여울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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