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행성 샘터 외국소설선 6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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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전쟁, 유령여단도 읽지 않았고 더더구나 존 스칼지에 대한 지식도 전무하다. 그러나 3부작 최종편 마지막 행성은 처음엔 조금 지루했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우리의 현실과 우주 개척이 너무 닮아 있음에 놀랐고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재밌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SF다.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 우주인에 대한 시각이 우리 현실의 반영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주 오래전 부터 인디언이란 원주민이 살았음에도 콜롬부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고 하고 콜롬부스가 인도라고 알았다고 해서 원주민의 이름도 인디언이라고 명명했던 그 기억이 되살아나는 책이다.

정복, 개척, 탐험의 차이가 무엇일까? 콘클라베와 우주개척연맹의 차이점,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채 그들의 폭격에, 노림수에 희생양이 되고 만다. 인간이 진화를 거듭해도 그 본성과 탐욕은 한치도 달라지지 않는 것인가. 디스토피아를 그릴 것인가, 유토피아를 그릴 것인가? 종국에 정의는 승리하는 영화나 소설이 대부분이라고 해서 어김없이 발생하는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 이들은 누가 보상을 할 것인가. 그저 어찌할 수 없다고 해도 되는 것인가.  우리 역사에도 그렇고 그런 대의명분이나 집권자의 탐욕에 의해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희생양이 되지 않았던가.

이런 소설은 그저 가볍게 흥미위주로 읽어야 제맛임에도 마지막 행성은 ?를 던지게 하고야 만다.

 

로아노크라는 행성개척이란 임무를 부여받는 노병 존 페리, 그리고 특공대 출신의 그의 아내 제인, 전편에서 인류를 배반한 샤를 부탱의 딸 제인, 그리고 오빈족의 히코리와 디코리(샤를부탱이 오빈족에게 의식을 부여한 은공으로 조이를 수호하는 종족.. 이들이 결정적인 무기를 제공.. 참 신묘한 무기..)
그리고 우주개척연맹에서 선발한 사람들 2500명..그러나 그들이 도착한 행성은 애초에 약속한 로아노크가 아닌 아주 생소하기만 행성이다.(로아노크는 아메리카에 터잡은 최초의 영국식민지..)

 

로아노크처럼 마지막 행성은 작가의 역사의식, 사회의식이 배태되어 있다. 하나 둘씩 밝혀지는 우주개척연맹의 음모 그리고 콘클라베에 대한 진실이 베일을 벗는 순간, 페리와 제인은 우주개척연맹이 부여한 대의명분보다는 개척지의 수호, 개척민의 보호에 모든 것을 바칠 것을 결심하게 된다.

 

제1차, 제2차 세계대전, 베트남전쟁, 6.25 남북전쟁에서도 이와 같은 갈림길에서 고민한 페리와 제인과 같은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콘클라베를 무력화시키는 수단으로서의 로우노크를 활용하려는 우주개척연맹, 항복이냐 전멸이냐의 양단간의 선택을 강요하는 콘클라베..어떤 선택을 하든 페리와 제인에겐 치명적이다. 그러나 부부가 선택한 최후의 선택지는 나의 상상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등장하는 비속어의 등장이 나를 실망케 한다. 그들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이 인간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음에 안도감이 든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2016년 10억을 내면 우주로 여름휴가를 갈 수 있는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라고 한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가며 경쟁적인 우주탐험에 나서고 있는 지구인들, 지금의 기술론 고등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간 여행은 불가능하다. 달 탐사에 나서는 숨겨진 이유가 엄청난 자원이란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거기에 들어가는 돈의 일정 수준만 투자하면 지금 이시간에도 굶어죽는 대부분의 생명을 구할 수 있고 지구가 앓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도 해결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마지막 행성의 우주개척연맹처럼 우리 역시 우주를 정복이나 지배의 대상으로 생각하며 우주선을 쏘아올리고 있다. 우리보다 더 뛰어난 지능을 가진 고등생명체가 있다면 우리가 가려 하지 않아도 그들이 먼저 오지 않을까? 우리의 DNA가 외계에서 온 것이란 이야기도 들었다.

인류의 희망 역시 지구에서 찾아야하지 않을까?
거대 권력의 음모에 희생되지 않고 살아남은 로아노크처럼 전쟁없는 평화를 누리며 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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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드립 파라다이스 - 디시인사이드 유식대장의 구치소 체험기
김유식 지음 / 가쎄(GASSE)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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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가서는 안되는 곳, 경험으로 얻는 지식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이곳만은 절대 경험하지 않았으면 싶은 곳이 바로 교도소(구치소) 아닐까? 그러나 살다 보면 법 없이도 살 사람도 갈 수도 있는 곳이 바로 구치소다.

 

선후배의 면회를 위해 다녔던 경기도 의왕의 서울 구치소. 버스에 동승한 죄인(?)들의 가족들은 대부분 하나같이 우리 거시기는 무죄라는 소릴 읊조렸다. 건네 듣기로는 파렴치한에, 흉악범임에 분명하지만 호구지책으로 선택한 업종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났을 뿐이란다. 범법자는 개인의 선택에 의해 되는 것이 분명한 경우도 있었지만 이 사회가 양산하는 부류도 없지 않음을 구치소로 가는 버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다.

 

아햏햏, 개죽이란 유행의 물결을 만들어낸 디시인사이드의 유식대장이 우회상장이란 지름길로 가려는 욕심때문에 명예도 돈도 모두 잃어버리고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113일간 생활한 서울구치소의 인간군상과 생활기를 담아 서울 구치소 가이드를 개드립 파라다이스란 책에 담았다.


넉넉한 영치금 덕에 남들보다 편한 구치소생활을 했다 하더라고 구치소는 구치소.. 여기서도 그의 개드립은 끊이지 않았고 유머스러운 인간군상이 비현실처럼 보이지만 그의 낙관과 긍정적인 사고는 그곳에서도 빛을 발한다.

 

2.17평의 좁은 감방 6명이 함께 생활하는터라 한명이 전방을 가거나 출옥을 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인 공간. 그곳에도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가 있었고 먼저 들어와 터를 잡은 사람이 대장 노릇하는 불문율. 가보지 않고, 전해듣지 않고는 상상불허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유쾌, 상쾌, 통쾌한 일상들을 저자의 구수한 입담 그대로 글발로 피어난다.

 

그 머리로 어떻게 공무원 생활을 했을까 싶은 사기군 박경헌, 입만 떼면 거짓말을 일삼는 뚱뚱 가물치 장오, 그들을 입담과 김천 소년보호소에서 갈고닦은 내공으로 제압하는 박창헌, 경제사범, 갱출신의 마약범, 단순절도범 등이 어우러져 한바탕 쇼를 벌린다.

궁하면 통한다고 오징어를 불려먹고, 김치찌게를 해먹고, 케익을 만들고.. 심지어는 술까지도 담그어 먹는다는 그 전설같은 이야기가 웃음을 동반하는 글로, 비현실적인 인물들이 뱉어내는 어수룩한 거짓말..알면서도 속아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여유.

 

그것이 구치소생활을 버팅기게 하는 힘이 아닐까? 선후배들로부터 들었던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는 그곳. 가고 싶지 않은 곳이지만 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장오처럼 바깥세상보다 그곳이 더 편한 세상인 사람도 있다는 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졸보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확천금을 노리거나 죄를 저지르고 싶은 충동이 일거든 서울 구치소로 가는 버스에 올라보라. 그리고 면회객들이 오가는 그곳을 가보라. 그리하고도 그 충동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개드립 파라다이스를 읽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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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의 위대한 길
김용만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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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이 아니라 태왕
동창이 고교시절 본인의 이름이 호태라는 빌미로 책마다 국강상광개토평안호태왕이라고 적어놓은 것을 보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알던 광개토왕, 광개토대왕이란 칭호와 너무 달랐기에.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


국강상(國岡上)은 광개토태왕이 묻힌 지역, 광개토경(廣開土境)은 나라의 영토를 넓힌 광개토태왕의 업적, 평안(平安)은 백성을 편안하게 한 치세를 표현, 호(好)는 왕을 아름답게 부르는 미칭,  太王은 일국의 왕이 아니라 제국의 황제를 의미한다. 영락(永樂)이란 독자연호를 최초로 사용했고 장수왕은 건흥이란 연호를 사용하였다. 신라는 법흥왕대에 연호를 사용하였으나 진덕왕 2년 이후엔 중국의 연호를 사용하였고 이는 조선에도 이어지다가 대한제국에야 독자연호를 사용하게 된다.

우리에겐 광개토대왕이란 명칭이 익숙하나 이보다는 광개토태왕이 맞는 칭호이며 모두루의 묘지석엔 국강상광개토지호태성왕이라고 칭하기도 하고 신라 호우총에서 발견된 호우엔 국강상 강개토지호태왕이란 명문이 새겨져 있다.

광개토태왕대에 고구려는 일개의 국가가 아니라 신라, 백제, 가야, 북여, 거란, 말갈, 숙신 등을 속민으로 거느린 제국이 되었고 왕의 호칭이 대왕이 아니라 태왕으로 부르게 된다.



광개토태왕비에 담긴 의미
초가집보다 키가 큰 높이 6.39m, 무게 37톤, 총 1775자의 글자가 새겨진 비문, 그중 일부는 해독이 불가하여 갖은 억측이 난무하고 더구나 1883년 최초 발견 탁본자가 일본 육군 참모본부의 밀정 사코 가게아키인지라 사서답지 못한 일본서기의 기록에 짜맞추는 임나일본부설을 정당화시키는 사료로 인용되기도 하나 이 책을 읽고 보면 비문이란 사서와 달리 주인공의 입장에서 읽어야 제대로 해독이 된다는 관점에서 보면 터무니 없는 억측이요 주장이다. 더구나 일본 날조설도 제기된바에야 일러 무엇하랴

 

장수태왕은 광개토태왕의 비를 세운 이유가  후연과 백제에 대한 복수를 하고 백성을 평안케 하고 고구려제국을 연 아버지의 위업을 높이고 천손인 고구려 왕실의 기개를 널리 알리고자 함이었다면 일본에 유리한, 고구려에 불리한 기록은 비문에 담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비문은 추모왕의 건국신화, 광개토태왕의 업적, 묘지기에 대한 규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광개토태왕에 대한 기록은 거의 전하는 것이 드물어 조선시대엔 잊혀진 왕이었다가 근래 들어 태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이란 저자의 분석이 씁쓰레하다. 삼국사기와 비문의 연도가 1년차이가 나는 것은 비문이 옳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18세에 즉위하여 22년간 치세를 한 태왕, 그가 벌린 정복전쟁, 신라 구원전쟁, 그와 동시대의 인물이나 제도에 대한 기록이 일천하여 더 많은 사료가 발굴되기를 기다려야 그분의 위업을 제대로 알수 있을 것이라니 안타깝다.

 

Faction보다 Fiction이 강한 사극
삼국시대와 그 이전의 기록이 일천하여 역사적 기록만으론 그 시대를 복원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대하 드라마는 팩션보다 픽션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바램이 있다면 부록이든 자막으로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구분하여 시청자들에게 가이드를 제공하여 혼선을 줄여주었으면 한다. 수사반장에서 범인은 언제나 흉악하게 생기고 무식쟁이든 우리 적국의 인사들을 모두 그렇게 그리는 것도 썩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에 때한 깡짜 등의 이유로 사극이 인기절정이다. 계백, 무사 백동수, 공주의 남자, 광개토태왕..공주의 남자를 제외하고는 영웅을 다룬 이전의 사극의 판박이를 보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  영웅은 극한 시련을 극복(장보고, 대조영, 대무신왕, 연개소문..), 반대파와의 극한의 암투에 이르고 보면 어디선가 본듯한 장면처럼 보여 아쉽다.


사극의 고정 패턴을 따라하는 것이 잦으면 찬물을 끼얹게 된다는 kbs의 사극에 대한 평가가 담긴 시사프로그램을 보고 바로 긍정하게 된 연유가 바로 이런 까닭이다.

이 책을 읽고 보니 드라마의 픽션이 더 도드라지게 들어온다. 근초고왕이란 드라마에 나왔던 전연의 황제 모용황(이를 연기한 송용태씨가 광개토태왕에선 고국양왕을 연기)의 다섯째 아들 모용수가 후연을 개창하여 광개토태왕의 적수로 등장한다. 선비족이 모용선비, 우문선비 등으로 갈래가 나누어진다
국상의 아들이자 상인으로 등장하는 고운은 훗날 풍발(후연의 장수)의 지원으로 북연의 왕이 된다고 한다. 유주자사 진의 무덤으로 알려진 덕흥리 고분의 묵서, 모두루고분 등의 사료를 기준으로 봐도 광개토태왕과 함께 싸운 장수나 신하의 이름은 오리무중이다.

 

거란, 백제, 후연, 신라, 가야, 왜, 그리고 부여
후연은 고구려 황제의 능을 도굴해가고 근초고왕과 근구수와의 싸움에서 고국원왕은 숨을 거둔 원한. 소수림왕과 그의 아우 고국양왕은 외치보다는 내치로 광개토왕이 할아버지의 복수를 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 주었다.
태왕은 후연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후연을 바로 공격하지 않고 북쪽의 거란을 정복하여 배후를 튼튼히 하고 내물왕의 요청으로 가야와 백제 왜의 세력을 물리치나 후연의 침입으로 군대를 북으로 돌릴 수 밖에 없었고. 백제를 공격하여 수많은 성을 빼앗아 항복을 받았음에도 완전 지배하지는 못했다.
후연과의 일전을 벌일때 백제의 사주를 받은 왜가 침입하여 다시 눈물을 머금고 회군을 해야 했다는 이야기. 마지막으로 동부여를 아룰러 그의 정복사업은 막을 내린다.

 

평양천도 이유.
광개토태왕부터 추진된 평양천도는 국내성은 수많은 인구를 먹여 살리기엔 부족한 도읍지, 5부족으로 나뉘어진 귀족이 좌지우지 하는 나라(드라마만 보면)였기에 왕권강화를 위해 평양으로 천도한 것이지 장수태왕의 남진정책이 이유가 아니라는 소리다.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광활한 대륙을 누볐던 영웅 광개토대왕, 정복군주라서 영웅이 아니라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백성을 평안케 한 점을 더 높이 사 호태왕이란 미칭을 얻었다는 것이다.

수많은 고구려의 고분들, 아직도 발굴되지 않는 사적지를 남북한이 함께 투자하여 발굴해 나간다면 광개토태왕의 위업, 고구려제국에 대한 구체적인 사료, 나아가 우리 고대사의 수수께끼가 하시라도 빨리 밝혀져 일본의 강짜와 중국의 억지가 백일하에 들어났으면 좋겠다.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을 선조로 둔 우리는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가져도 충분하며 거란, 말갈, 선비, 숙신, 백제, 가야, 신라인을 아우루는 제국을 분열이 아니라 통합으로 일군 태왕의 정신을 다문화되어가는 대한민국이 따라 배워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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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 무한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 크로스 1
정재승,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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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란 말을 들으면 이 책에서 진중권씨가 언급한 공룡 영화에 나온 아이젠버그를 조조정하는  영희 철수가 팔을  크로스하면 더 강력한 합체 로봇으로 변신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서로 다른 생각, 서로 다른 학문이 크로스를 하면 우리가 보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간과했던 중요한 것들을 얻을 수 있다. 통섭의 시대라는 윌슨교수의 말처럼 인문학자와 과학자의 공동 집필이란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겨레신문 연재에서부터 책으로 묶어 나오기까지 모두가 신선한 발상이다. 정재승교수는 과학콘서트로 널리 알려진 뇌과학자이고 이미 소설과 김탁환과 눈먼 시계공이란 소설을 공동 집필한 정도니 신언서판 모두가 뛰어난 사람이다. 안철수박사처럼. 진중권은 시사토론이나 사회현상에 대한 독설로 유명한 입담이 재바른 사람이지만 실은 미학 오딧세이 등의 다양한 전문서적과 사회비평서를 펴낸 우리 시대의 지식인중의 한 사람이다.

 

그들이 크로스하여 우리 사회의 문화현상을 과학자의 눈으로 인문학자의 눈으로 발라내고 감추어진 속내를 들추어 분석한 점에서 크로스는 가볍게 접근하지만 묵직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현상 기층에 흐르는 숨겨진 원리, 이면을 파헤쳐 볼 수 있느 감식안을 갖는 무척 힘든 세상이다. 세상의 변화에 아무런 비판없이 흡쓸리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지만 어느 사이 자기도 모르게 그 소용돌이에 휩쓸려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크로스의 주인공이 된 인물들, 사회 현상들, 상품들 어떤 것은 내가 직접 그 대상이 되기도 한 것이고 전혀 무관하게 살아가고 있는 현상들이지만 저자들처럼 한번쯤은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식견을 갖추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 입맛으로 나, 우리, 그들을 구별하는 세상 : 스타벅스
2. 디지털 세상, 어떤 사람이 구루가 되는가 : 스티브 잡스
3. 검색을 잘하면 지능도 발달할까 : 구글
4. 미래를 예측한다는 위험한 욕망 : 마이너리티 리포트
5. 캔버스 위 예술가와 실험실의 과학자 사이 : 제프리 쇼
6. 소년공상만화가 감추고 있는 그 무엇 : 20세기 소년
7. 다음 세기에도 사랑받을 그녀들의 분홍 고양이 : 헬로 키티
8. 기술은 끊임없이 자아도취를 향한다 : 셀카
9. 왜 눈 위의 작은 선 하나가 그토록 중요한가 : 쌍꺼풀 수술
10. 아름다움도, 도덕도 스스로 창조하라 : 앤절리나 졸리
11. 악마도 매혹시킨 스타일 : 프라다
12. 마시는 물에도 산 것과 죽은 것을 구별하는 이유 : 생수
13. 나는 모든 것을 다 보고 싶다 : 몰래카메라
14. 웃음, 열등한 이들의 또다른 존재 증명 : 개그콘서트
15. 끼와 재능도 경영하는 시대 : 강호동 vs 유재석
16. 그곳에서는 정말 다른 인생이 가능할까 : 세컨드 라이프
17. 집단 최면의 시간 : 9시 뉴스
18. 작게 쪼갤수록 무한 확장하는 상상력 : 레고
19. 사이버의 민주주의를 실험하다 : 위키피디아
20. 예술의 경계가 무너지다 : 파울 클레
21. 지식의 증명서? 혹은 사람의 가격? :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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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후애사전
이나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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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니가 인생 별것 없더라고. 아무리 지독한 고통도 그 순간을 참고 견디면 견뎌지더라고 살아있는 그 자체가 행복이라고 생각하면 그냥 살아지더라고. 여든 세살에 하늘나라로 가신 할머닌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우리 부모님은 어떤 생각을 하시면서 오십을 지나오셨을까? 아무래도 의무감 하나로 인생의 간난신고를 견뎌오신 것은 아닐까? 피붙이에 대한 무한 애정 그 하나만으로. 그러나 지금의 오십대는 어떤가? 자식에게 모든것을 바치고 앙상하게 남은 뼈마디만 남은 모습은 아니라도 준비된 사람과 준비되지 않는 사람의 차이. 뉴스에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후 상반된 모습을 다룬 뉴스가 너무 자주 뜬다.
 

위기의식! 목전에 둔 오십~ 햇빛이 쨍쨍해야 하는데 우중충, 서울을 할퀴고 간 수마처럼 악몽을 꾸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오십이라 해도 늦결혼을 한 사람들이 대부분..그래봐야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갈 나이구나. 어이쿠야. 괴롭다 괴로워를 연발하고나 있지 않을까? 대박을 꿈꾸지만 쪽박차기 쉬운 세상이고 그래서 로또다 연금복권이다 문전성시를 이룬다. 회사도 예전엔 편해질 나이겠지만 이젠 눈치를 봐야 하는 나이. 왕년에 타령을 하기도 어딘가 모르게 젊고, 젊다고 하기엔 몸도 마음도 어제 오늘이 다르다. 몸도 마음도 위축되어버리기엔 아직도 남은 인생이 너무 길다.

 

처칠, 세익스피어도 말년엔 행복을 느끼지 못했고 고갱이나 세르반테스는 온갖 역경을 딛고 일어나 세계적인 소설가, 화가가 되었다. 자타공인의 업적을 이루고도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면 우리네 범인들의 눈으론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성공한 사람보다는 행복한 사람이 되라고 자주 말한다. 성공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서 성공한 것이라고.

 

관에 눕혀져 두껑을 닫기전엔 그 사람의 인생 모를 일이다. 놈이란 말보다는 님이란 말을 조문온 사람들의 입에 읊조려지는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그것이 어디 쉬운일인가? 법 없어도 살 사람을 모범인생이라고들 했는데 요즘 세상 누가 알아나 주간디. 남의 눈에 피눈물나게 하고서라도 돈을 벌어야해 돈. 돈. 인생의 전부가 돈인양 욕망을 부추기는 시대를 건너야 하는 슬픈 세대다.

 

* 우리 부부(부모님)도 이 책이 필요할까?(출판사에서 진행한 이벤트 설문이다)
1. 각방을 쓰기 시작하셨다. ( Y / N )
2. 정년퇴직 후 부쩍 한숨이 느셨다. ( Y / N )
3. 노후자금도 없으면서 어학연수를 보내주겠다고 하신다. ( Y / N )
4. 별로 친하지도 않다면서 또래 모임에 열심히 나가신다. ( Y / N )
5. 이미 세상을 뜬 누군가를 생각하며 자주 눈물을 흘리신다. ( Y / N )
6. 성형수술, 30대 후반이 입음직한 옷 등에 관심이 많아지셨다. ( Y / N )
7. 스마트폰, MP3 등 전자기기를 다루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으신다. ( Y / N )

 

4개 이상 Yes! 라면 오십후애사전》이 필요하단다. 아직은 이상무, 지천명의 나이가 되면 모를 일이다. 목소리가 더 높아져가는 칼로 물베기 싸움, 나이 들어보소 당신은 찬밥이 될테니.. 아내의 동창회를 졸졸졸 따라다니는 일본의 남성, 황혼이혼이란 단어가 어디 일본만의 이야기던가?
이미 읽었으니 예방주사를 확실하게 맞은 셈인가. 아내에게도 강권 필독시켜야겠다.

 

五十, 나이에 대한 새로운 상상
後, 세월의 흔적에 익숙해지기
愛, 사추기(思秋期)의 은밀한 감정 다루기
事, 다시 세상과 사랑하기 위한 조건
典, 인생의 수레바퀴를 완성하는 행복 공식

 

오십줄이 된 정신과 전문의자 심리분석 전문가인 이나미박사가 다섯장에 걸쳐 자신과 동년배들에게 던지는 질타와 위로의 목소리는 아직 그 나이는 아니지만 한없이 내 뇌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국내외의 조사결과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오십대는 피곤하다. 불행하다. 힘든다.란 말을 더 많이 하는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다. 기억력이 가물가물하여 금방 읽은 책도 몇장만 넘어가면 언제 읽었나 싶을 정도가 되고 간장질환, 위, 당뇨 등 한가지 이상의 성인병에 시달리거나 발병위험도가 아주 높아 건강염려증에 걸린 사람도 많구 팔자 좋은 사람들은 몸짱이다 성형이다 해서 나이에 맞지 않게 주름살 하나 없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도 많아진다. 연하녀, 연하남 애인을 사귀는 것을 전리품인양 자랑하는 사람도 있다. 나이들면 주름지는 것이 당연한데. 받아들이 몫하는 것인가. 곱게 늙어란 말이 있듯이 그 사람의 얼굴만 보면 삶의 이력을 알수 있다는데 요즘은 얼굴도 속도 모르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이나미박사에게 상담을 받으러 와야 하는 비정상의 삶을 살아 겉으로 웃어도 속으론 우는 것이다.

 

주야 맞교대를 하는 자동차부품회사 노동자들을 다룬 추적 60분을 보았다. 인간의 생체리듬에 역행하는 밤샘근무가 온갖 질병을 유발한다. 굴지의 자동차회사도 마찬가지다. 주간 2교대로 전환하면 손에 들어오는 돈이 줄어든다. 그래서 주간 교대 근무를 선뜻 찬성하지 않는 노동자도 많다는 현실. 돈. 돈. 돈이 웬수인 세상, 명을 재촉하는 일인줄 알지만. 그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미국보다 훨씬 적게 일하는 유럽인들이 더 행복한 삶을 누리는 차이를 우리는 크게 봐야 하는데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 여윳돈이 생기면 여행계획을 잡는 유럽인들과 노후, 자녀교육에 신경을 써야 하는 우리의 차이를 보니 눈물이 난다.

 

내가 그 입장이 되지 않고는 배부른 소리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의 저자의 하는 말씀이 모두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어느 면에선 배부른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소리로도 들린다. 당장 목구녕에 풀칠하기 힘든 입장이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자녀교육에 올인하지 말라는 말도 들리지만 올인할 여유도 안된다면~.

知天命의 나이라는 오십. 그 다음 인생을 어떻게 살것인가? 닥치기전에 미리 준비해야 할 일이지만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당사자의 선택에 달렸다는 것이다. 많이 가져서 많이 누려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어떻게 자연스레 다가오는 심신의 변화를 달게 받아들이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며 살것인가?

 

참 어려운 질문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반이나 남았다. 반밖에 안남았다. 어떻게 생각하며 살아가는냐. 그것은 각자의 선택에 달렸다는 것을.

 

시간은 구체적으로 실재하는 무엇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주관적인 경험일 뿐이다. 죽음은 죽기 직전까지 우리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으므로 손에 쥐어지는 실재는 아니다. 그러나 그 죽음이 우리 삶을 찾아오기 때문에 순간순간이 훨씬 더 가치 있을 수 있다. 시간은 인간의 의식이 눈을 뜨는 순간 탄생하는 것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을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쩌면 아직도 무의식 세계에서 헤매고 있는 원시적 인간일지도 모른다.(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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