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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후애사전
이나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아보니가 인생 별것 없더라고. 아무리 지독한 고통도 그 순간을 참고 견디면 견뎌지더라고 살아있는 그 자체가 행복이라고 생각하면 그냥 살아지더라고. 여든 세살에 하늘나라로 가신 할머닌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우리 부모님은 어떤 생각을 하시면서 오십을 지나오셨을까? 아무래도 의무감 하나로 인생의 간난신고를 견뎌오신 것은 아닐까? 피붙이에 대한 무한 애정 그 하나만으로. 그러나 지금의 오십대는 어떤가? 자식에게 모든것을 바치고 앙상하게 남은 뼈마디만 남은 모습은 아니라도 준비된 사람과 준비되지 않는 사람의 차이. 뉴스에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후 상반된 모습을 다룬 뉴스가 너무 자주 뜬다.
위기의식! 목전에 둔 오십~ 햇빛이 쨍쨍해야 하는데 우중충, 서울을 할퀴고 간 수마처럼 악몽을 꾸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오십이라 해도 늦결혼을 한 사람들이 대부분..그래봐야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갈 나이구나. 어이쿠야. 괴롭다 괴로워를 연발하고나 있지 않을까? 대박을 꿈꾸지만 쪽박차기 쉬운 세상이고 그래서 로또다 연금복권이다 문전성시를 이룬다. 회사도 예전엔 편해질 나이겠지만 이젠 눈치를 봐야 하는 나이. 왕년에 타령을 하기도 어딘가 모르게 젊고, 젊다고 하기엔 몸도 마음도 어제 오늘이 다르다. 몸도 마음도 위축되어버리기엔 아직도 남은 인생이 너무 길다.
처칠, 세익스피어도 말년엔 행복을 느끼지 못했고 고갱이나 세르반테스는 온갖 역경을 딛고 일어나 세계적인 소설가, 화가가 되었다. 자타공인의 업적을 이루고도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면 우리네 범인들의 눈으론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성공한 사람보다는 행복한 사람이 되라고 자주 말한다. 성공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서 성공한 것이라고.
관에 눕혀져 두껑을 닫기전엔 그 사람의 인생 모를 일이다. 놈이란 말보다는 님이란 말을 조문온 사람들의 입에 읊조려지는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그것이 어디 쉬운일인가? 법 없어도 살 사람을 모범인생이라고들 했는데 요즘 세상 누가 알아나 주간디. 남의 눈에 피눈물나게 하고서라도 돈을 벌어야해 돈. 돈. 인생의 전부가 돈인양 욕망을 부추기는 시대를 건너야 하는 슬픈 세대다.
* 우리 부부(부모님)도 이 책이 필요할까?(출판사에서 진행한 이벤트 설문이다)
1. 각방을 쓰기 시작하셨다. ( Y / N )
2. 정년퇴직 후 부쩍 한숨이 느셨다. ( Y / N )
3. 노후자금도 없으면서 어학연수를 보내주겠다고 하신다. ( Y / N )
4. 별로 친하지도 않다면서 또래 모임에 열심히 나가신다. ( Y / N )
5. 이미 세상을 뜬 누군가를 생각하며 자주 눈물을 흘리신다. ( Y / N )
6. 성형수술, 30대 후반이 입음직한 옷 등에 관심이 많아지셨다. ( Y / N )
7. 스마트폰, MP3 등 전자기기를 다루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으신다. ( Y / N )
4개 이상 Yes! 라면 오십후애사전》이 필요하단다. 아직은 이상무, 지천명의 나이가 되면 모를 일이다. 목소리가 더 높아져가는 칼로 물베기 싸움, 나이 들어보소 당신은 찬밥이 될테니.. 아내의 동창회를 졸졸졸 따라다니는 일본의 남성, 황혼이혼이란 단어가 어디 일본만의 이야기던가?
이미 읽었으니 예방주사를 확실하게 맞은 셈인가. 아내에게도 강권 필독시켜야겠다.
五十, 나이에 대한 새로운 상상
後, 세월의 흔적에 익숙해지기
愛, 사추기(思秋期)의 은밀한 감정 다루기
事, 다시 세상과 사랑하기 위한 조건
典, 인생의 수레바퀴를 완성하는 행복 공식
오십줄이 된 정신과 전문의자 심리분석 전문가인 이나미박사가 다섯장에 걸쳐 자신과 동년배들에게 던지는 질타와 위로의 목소리는 아직 그 나이는 아니지만 한없이 내 뇌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국내외의 조사결과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오십대는 피곤하다. 불행하다. 힘든다.란 말을 더 많이 하는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다. 기억력이 가물가물하여 금방 읽은 책도 몇장만 넘어가면 언제 읽었나 싶을 정도가 되고 간장질환, 위, 당뇨 등 한가지 이상의 성인병에 시달리거나 발병위험도가 아주 높아 건강염려증에 걸린 사람도 많구 팔자 좋은 사람들은 몸짱이다 성형이다 해서 나이에 맞지 않게 주름살 하나 없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도 많아진다. 연하녀, 연하남 애인을 사귀는 것을 전리품인양 자랑하는 사람도 있다. 나이들면 주름지는 것이 당연한데. 받아들이 몫하는 것인가. 곱게 늙어란 말이 있듯이 그 사람의 얼굴만 보면 삶의 이력을 알수 있다는데 요즘은 얼굴도 속도 모르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이나미박사에게 상담을 받으러 와야 하는 비정상의 삶을 살아 겉으로 웃어도 속으론 우는 것이다.
주야 맞교대를 하는 자동차부품회사 노동자들을 다룬 추적 60분을 보았다. 인간의 생체리듬에 역행하는 밤샘근무가 온갖 질병을 유발한다. 굴지의 자동차회사도 마찬가지다. 주간 2교대로 전환하면 손에 들어오는 돈이 줄어든다. 그래서 주간 교대 근무를 선뜻 찬성하지 않는 노동자도 많다는 현실. 돈. 돈. 돈이 웬수인 세상, 명을 재촉하는 일인줄 알지만. 그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미국보다 훨씬 적게 일하는 유럽인들이 더 행복한 삶을 누리는 차이를 우리는 크게 봐야 하는데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 여윳돈이 생기면 여행계획을 잡는 유럽인들과 노후, 자녀교육에 신경을 써야 하는 우리의 차이를 보니 눈물이 난다.
내가 그 입장이 되지 않고는 배부른 소리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의 저자의 하는 말씀이 모두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어느 면에선 배부른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소리로도 들린다. 당장 목구녕에 풀칠하기 힘든 입장이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자녀교육에 올인하지 말라는 말도 들리지만 올인할 여유도 안된다면~.
知天命의 나이라는 오십. 그 다음 인생을 어떻게 살것인가? 닥치기전에 미리 준비해야 할 일이지만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당사자의 선택에 달렸다는 것이다. 많이 가져서 많이 누려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어떻게 자연스레 다가오는 심신의 변화를 달게 받아들이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며 살것인가?
참 어려운 질문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반이나 남았다. 반밖에 안남았다. 어떻게 생각하며 살아가는냐. 그것은 각자의 선택에 달렸다는 것을.
시간은 구체적으로 실재하는 무엇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주관적인 경험일 뿐이다. 죽음은 죽기 직전까지 우리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으므로 손에 쥐어지는 실재는 아니다. 그러나 그 죽음이 우리 삶을 찾아오기 때문에 순간순간이 훨씬 더 가치 있을 수 있다. 시간은 인간의 의식이 눈을 뜨는 순간 탄생하는 것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을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쩌면 아직도 무의식 세계에서 헤매고 있는 원시적 인간일지도 모른다.(2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