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드립 파라다이스 - 디시인사이드 유식대장의 구치소 체험기
김유식 지음 / 가쎄(GASSE)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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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가서는 안되는 곳, 경험으로 얻는 지식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이곳만은 절대 경험하지 않았으면 싶은 곳이 바로 교도소(구치소) 아닐까? 그러나 살다 보면 법 없이도 살 사람도 갈 수도 있는 곳이 바로 구치소다.

 

선후배의 면회를 위해 다녔던 경기도 의왕의 서울 구치소. 버스에 동승한 죄인(?)들의 가족들은 대부분 하나같이 우리 거시기는 무죄라는 소릴 읊조렸다. 건네 듣기로는 파렴치한에, 흉악범임에 분명하지만 호구지책으로 선택한 업종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났을 뿐이란다. 범법자는 개인의 선택에 의해 되는 것이 분명한 경우도 있었지만 이 사회가 양산하는 부류도 없지 않음을 구치소로 가는 버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다.

 

아햏햏, 개죽이란 유행의 물결을 만들어낸 디시인사이드의 유식대장이 우회상장이란 지름길로 가려는 욕심때문에 명예도 돈도 모두 잃어버리고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113일간 생활한 서울구치소의 인간군상과 생활기를 담아 서울 구치소 가이드를 개드립 파라다이스란 책에 담았다.


넉넉한 영치금 덕에 남들보다 편한 구치소생활을 했다 하더라고 구치소는 구치소.. 여기서도 그의 개드립은 끊이지 않았고 유머스러운 인간군상이 비현실처럼 보이지만 그의 낙관과 긍정적인 사고는 그곳에서도 빛을 발한다.

 

2.17평의 좁은 감방 6명이 함께 생활하는터라 한명이 전방을 가거나 출옥을 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인 공간. 그곳에도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가 있었고 먼저 들어와 터를 잡은 사람이 대장 노릇하는 불문율. 가보지 않고, 전해듣지 않고는 상상불허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유쾌, 상쾌, 통쾌한 일상들을 저자의 구수한 입담 그대로 글발로 피어난다.

 

그 머리로 어떻게 공무원 생활을 했을까 싶은 사기군 박경헌, 입만 떼면 거짓말을 일삼는 뚱뚱 가물치 장오, 그들을 입담과 김천 소년보호소에서 갈고닦은 내공으로 제압하는 박창헌, 경제사범, 갱출신의 마약범, 단순절도범 등이 어우러져 한바탕 쇼를 벌린다.

궁하면 통한다고 오징어를 불려먹고, 김치찌게를 해먹고, 케익을 만들고.. 심지어는 술까지도 담그어 먹는다는 그 전설같은 이야기가 웃음을 동반하는 글로, 비현실적인 인물들이 뱉어내는 어수룩한 거짓말..알면서도 속아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여유.

 

그것이 구치소생활을 버팅기게 하는 힘이 아닐까? 선후배들로부터 들었던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는 그곳. 가고 싶지 않은 곳이지만 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장오처럼 바깥세상보다 그곳이 더 편한 세상인 사람도 있다는 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졸보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확천금을 노리거나 죄를 저지르고 싶은 충동이 일거든 서울 구치소로 가는 버스에 올라보라. 그리고 면회객들이 오가는 그곳을 가보라. 그리하고도 그 충동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개드립 파라다이스를 읽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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