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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 대한민국의 성장통 - 혼돈의 대한민국을 향한 공병호 박사의 통찰과 해법
공병호 지음 / 해냄 / 2010년 3월
평점 :
나와는 다른 생각을 들여다 본다는 것은 약간의 인내심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내가 보지 못하는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 다른 접근, 다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가 되어 주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귀 기울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목소리만 있을뿐 합의와 더 나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다수결의 힘으로 밀어부치고 소수는 격렬히 저항하는 몸짓의 연속이다. 한숨이 나오는 순간이다.
공병호박사 연구기관의 촉망받는 연구원으로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던 그의 모습, 이후 사기업에 몸담으면서 노동자의 입장을 이해하여 기업이나 정부에도 일정 수준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던 모습, 1인기업의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아주 많은 책을 집필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성장통은 그의 많은 책 중에서 처음으로 읽은 책이다.
좌파정권의 잃어버린 10년, 실책에 무게중심을 둔 시각, 그러면서도 포퓰리즘적인 대중추수주의적이고 근시안적 정책을 수행하며 재정적자를 크게 늘린 일등공신으로 현정부를 비판하는 양비론적인 입장도 더러 보인다. 전지구인들의 삶의 형태에 영향을 미치는 신자유주의를 글로벌 자본주의(세계화)를 피할 수 없는 대세로 받아 들일 수밖에 없는 당위성 내지 불가피성을 설파하고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을 진 몰라도 그의 입장은 철저하게 어느 한편에 서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
보리고개를 경험한 부모님 세대들은 보릿고개를 없애준 박정희대통령의 좋은 면만 보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경제기적의 공 너머에 감추어진 문제점이나 잘못도 동시에 보려고 하는 세대의 차이라고 할까.
이 책을 통하여 저자는 대한민국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성장통(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인과 사회의 대처방안을 제시하고자 하나 한권의 책이란 한계 때문인지도 몰라도 심층적인 접근보다는 다소 피상적이고 본인의 감정이 많이 묻어나온다.
대한민국 좋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첩첩산중이다. 혹자에게는 기회인 것이 취약계층, 변화의 흐름을 타지 못한 사람들에겐 엄청난 위협이자 생존권마저 박탈당할 수도 있는 쓰나미가 되기도 하는 것이 저자가 말한 글로벌 자본주의화가 아닐까 싶다.
중년의 아버지는 실직후 다시 찾은 일자리의 급여수준은 이전보다 낮아지고 대학을 졸업한 자녀는 취업을 못한 상황, 어머니는 가계에 보탬이 되려고 잡은 일자리가 저임금 비정규직의 모습이 점점 더 일반화가 되는 현실
끊임없이 나와 남을 비교하는 것에 갇혀 행복한 줄 모르는 스트레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글로벌 자본주의화(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또 다른 표현이지만 어감이 부드럽다), 법집행의 엄정성을 말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묻어나는 비판 아닌 비판(촛불문화제 등에 대한 늦은 대처를 비판하는 등), 정책적인 지원으로 만든 대기업이 이젠 국가권력보다 더 강해진 기업국가의 시대(모든 것을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으로 맞추라는 대학교육의 현주소, 감세정책이 왜 늘어나는가)
대한민국의 경제력은 성장해도 고용은 증가하지 않는 고용없는 성장, 사교육문제, 목소리가 들끓는 사회, 소리를 부추기는 욕망권장의 사회풍토, 생각의 차이, 갈등(노사분규 등)을 대한민국이 앓고 있는 대표적인 성장통으로 든다.
그런데 빠진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서민들의 고통은 일자리 문제도 심각하지만(전 미취업자를 인턴화하는 근시안적 정책은 해결책이 절대 아니고 예산의 낭비로 국가부채만 늘려준다.) 사교육비와 주택문제를 1순위로 드는데 주거비, 육아/저출산, 고령화시대의 도래. 그리고 과거사 청산문제, 남북분단, 대한민국의 성장통은 아닐까
책에서 열거한 성장통을 문제를 일개인이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라 아무리 발버둥쳐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도 많다. 특히 저소득층 자녀를 지원하는 문제의 시각은 무료 급식의 전면시행을 반대하는 목소리와 똑같아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어려운 역경을 극복하는 의지력이 떨어지고 도움을 받는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여 놀랍다는 내용은 충격이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한 생각을 긍정적으로 하는 습관, 자기계발, 불행보다는 우리의 현수준보다 낮은 국가들의 국민들에 비해서는 너무 행복한 수준인 만큼 행복하다는 자기암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학습자의 자세를 가지는 것 등이 성장통을 극복하는 개인들의 대안이다.
국가가 모든 국민을 책임지고 돕지 못한다는 국가 한계론, SSM의 확산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는 등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받아들이는 사회분위기형성, 국가부채에 공기업의 부채를 합산하여 위기의식을 갖고 재정건전성갖추기(단임제의 문제, 임기응변식의 정책으론 좌파든 우파든 피할 수 없는 현실), 교육문제 해결(특목고가 사교육을 유발한 것이 아니라 학부모들의 의식이~~), 성장통을 설명하면서 언급된 엄정한 법집행, 원리원칙이 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 등으로 사회적인 대안을 들고 있다.
강자의 입장에선 저자가 든 해법이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벼랑끝에 내몰린 사람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의 구축, 사교육비 문제와 주거비 등의 폭등한 가계비를 개인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능력이 안되면 사교육을 안시키면 되는데 무리해서 학원을 보내는 부모가 오늘의 사교육문제는 아닌것 같다. 누가 묻는다. 마이스터고 육성정책에 대한 토론을 하는 자리에서 여기에 있는 분들중 자녀가 마이스터고에 간다면 찬성할 사람이 있습니까. 침묵이 흘렀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성장통! 일개인이 극복하기엔 정말로 선택대안이 너무 협소하다. 물론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을 몸소 보여주는 극소수의 성공담이 일반화되기엔 무리듯 금력이 권력보다 강해진 세상, 경제가 모든 문제보다 최우선인 시대를 건너기 위해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정부, 정치인이 더 많아질때 개인이 겪고 있는 성장통의 통증을 치료하는 길이 아닐까?
정부나 정책입안자들은 말한다. 청년층의 실업문제는 누구나 대기업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것,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현실을 말하고 중소기업, 벤처기업이 실업해결의 대안이라곤 하지만.. 그들중 누가 그들의 자녀가 중소기업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는 것에 동의하고 지원하겠는가?
일전에 본 중국의 88만원세대들을 다룬 르포를 보니 지방의 유명대 졸업자들이 대도시로 몰려들어 비정규직을 얻어 극빈자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대학이 너무 많아서 생긴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도 대학 구실도 못하는 대학을 다닐 필요가 있는가라고 한다.
터무니 없는 낙관론도 위험하지만 비관론 역시 위험하다. 대한민국은 신화에 가까운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두번의 경제위기를 오똑이처럼 극복했다. 하지만 그 경제성장과 위기 극복의 이면에 아주 많은 사람들의 삶이 풍비박산이 났다는 것을. 엄정한 법집행, 원리원칙이 통하는 사회라는 말만큼 좋은 말이 없지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이 여전히 유효하다. 성장통은 개인의 문제이기 보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 글로벌 자본주의의 문제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법은 개인보다는 정부에게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의 성장통이란 문제제기는 유효하지만 그 극복대안이 폐부에 와닿는 해결책으론 미흡하다.
어떤 선택을 하든 낙관론, 대한민국은 성장통으로 앓고 있어도 치유할 희망이 있다는 낙관론에 기대를 걸고 싶지만 실직, 자녀 미취업, 아내 비정규직 일자리 갖기가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가 시시각각 나를 사로잡는다. 이미 그것이 현실이 된 이들의 모습을 보는 빈도가 높아간다.
대한민국의 성장통은 하루 아침에 고칠 수 없는 고질병이다. 그러나 그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기엔 오늘의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