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잔혹극
루스 렌들 지음, 이동윤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와, 이 책은 진짜 오랜만에 다시 꺼내 본다.

나이 69세에 비로소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이신 우리 서 여사님께 '책 조공' 바칠 때가 다 되어서 ㅋㅋㅋ

울 엄마가 어떤 책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까? 책장에서 고르다 이 제목이 눈에 딱 걸렸다. 

 

<활자 잔혹극>은 2012년에 내가 좋아하는 다락방님께 선물 받은 책인데 ㅋ


(2002년 선물 인증샷 ▲ http://pinky2833.blog.me/151347494)

덕분에 책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책 리뷰를 2015년 오늘까지도 못 쓴 게 영~ 아쉬워서

택배 박스에 담기 전에 사진 한 장 얼른 찍어 잠깐 기록 남긴다.

 

 

오랜만에 꺼내 봤더니 역시나 으 아아아~어떤 내용이었더라?

문맹인 여자 사람이 사람을 죽였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왜 죽였지? 궁금해져서..  

포스트잇 플래그 붙여 놓은 페이지들 대충 다시 훑고 나서야 왜 죽였는지 알아냈다.

그런데 방금 알라딘 책 소개를 컨닝하다 보니 이런 내용이 또 눈에 들어온다.  

 

 

영국 미스터리 소설계에서 거장의 대접을 받고 있는 루스 렌들의 장편소설.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활자 잔혹극>은 예전에 국내에 한번 <유니스의 비밀>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 그때 이 작품은 사회적 통찰과 범죄극을 교묘하게 엮어내는 작가의 구성력에 힘입어 물밑에서 호평을 받았고, 이번에 북스피어에서 선보이는 건 새롭게 번역한 판본이다. - 책소개 중에서

 

 

 

으아니 ~ 나는 첫 문장에는 포스트잇 플래그를 안 붙여 놨던데?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활자 잔혹극이라는 말에 다시~ 다시 ~ 첫 장을 펼쳐서 확인한다.

 


 

1

 

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

뚜렷한 동기도 치밀한 사전 계획도 존재하지 않았다. 금전적 이득도 안전 보장도 없었다. 심지어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여파로 그녀의 무능력은 한 가족과 몇 안 되는 마을 주민에게는 물론 온 나라에 알려지게 되었다. 스스로 재앙을 불러왔을 뿐이다. 그녀의 뒤틀린 마음 한구석에서도, 어떤 이득도 없으리라는 생각은 줄곧 존재했다. 하지만 그녀의 친구이자 공범이었던 이와는 달리, 그녀는 미치지 않았다. 20세기 여성으로 가장한 이 유인원의 기준에서 그녀는 극도로 정상이었다.

 

♣ 활자 잔혹극 - 루스 렌들 :p 5

 


와! 한 사람을 살해한 게 아니라 일가를 다 죽였구나;; 후덜덜 ㄷㄷㄷㄷ 

처음 첫 장 첫 문장부터 이렇게 범인은 이 사람이라며 밝히고 시작하는 이런 책! 멋지다! ㅋㅋ

 


옛날에 히가시노 게이고 처음 알았을 때 <용의자 X의 헌신> 읽으면서도

와! 대애박! 첨부터 이렇게 범인을 알랴줘 버리면 추리소설을 도대체 무슨 힘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지???  깜짝 놀랐었는데ㅋㅋ 첨부터 다 알랴줘도 ㅋㅋ 끝내주게 재밌는 추리소설이 있다는 거 그때 처음 알았었지!

 

 

ps : 좋은 책을 선물해준 다락방님 ♡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이 책은 이제 69세 우리 엄마, 서 여사님에게로 갑니다 ㅎㅎㅎ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은 문명의 초석이다. 문맹은 기형으로 취급된다. 육체적으로 기형인 사람들을 겨냥하던 조롱의 방향이 문맹인 사람들 쪽으로 점차 바뀌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만일 문맹자가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조심스레 살아가려 한다면 별 탈 없이 지낼수 있을지도 모른다. 눈이 나쁜 사람들의 나라에서 장님이 배척당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처럼. 유니스를 고용해서 그녀를 아홉 달 동안 집에 둔 사람들이 별나게 많이 배운 축에 속했다는 사실은 유니스에게나 그들에게나 불운이었다. 만일 이 가족이 교양 없는 사람들이었다면 그들은 현재까지 살아 있었을 테고, 유니스는 활자가 완전히 부재한, 그녀 자신의 감각과 본능으로 구성된 비밀스런 세계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갔으리라.

♣ 활자 잔혹극 - 루스 렌들 :p 5~6

그녀는 아찔할 정도의 행복을 느끼며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는 내용을 소리 내어 읽는 척하면서 희열을 느꼈다. 이는 프랑스 숙어를 하나 외운 여행자가 이를 적재적소에 성공적으로 써먹고 자신의 말을 듣는 사람에게 질문 하나 받지 않았을 때 느꼈을 법한 자부심을 훨씬 능가했다. 그녀가 글을 읽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쉽게 오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전화기를 내려놓고 나자 유니스는 조앤에게, 다른 사람을 앞에 두고 자신이 별다른 재능을 갖지 못한 분야에서 절묘한 기량을 발휘했을 때 느끼는 기분, 즉 따스한 느낌과 뻐기고 싶지만 동시에 겸손해지는 마음, 그리고 속을 터놓고 싶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 활자 잔혹극 - 루스 렌들 :p 108

각자 속으로는 상대의 모습이 바보 같다고 여겼지만, 이 때문에 사이가 소원해지지는 않았다. 우정이란 때로는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있다고 확신할 때 가장 돈독해지곤 한다.

♣ 활자 잔혹극 - 루스 렌들 :p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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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6-25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서여사님(!)도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이 제대로 책의 역할을 하고 있네요.
그나저나 이 페이퍼 읽으니 저도 왜 죽였었는지 기억이 안나요...;;

꽃핑키 2015-06-26 18:46   좋아요 0 | URL
헤헤, 다락방님 감사합니다 ^_^ㅋ
오늘 엄마께 책 택배 부쳤어요 덕분에 풍성한 책조공 보냈답니다.
저도 이번기회에 다시 훑다 보니 처음 읽을땐 잘 몰랐던 부분까지ㅋㅋ 아! 이래서 이렇게 된거구나!!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답니다. ㅋㅋㅋ
여름! 시원하고 건강하게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