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힘
원재훈 지음 / 홍익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회사일로 부쩍 바빠져 아침에 출근하면 하루를 꼬박 넘기고 새벽 한 두시에야 퇴근하는 꽃재만씨 영향인가?

<고독의 힘>이라는 책 제목에 몹시 끌렸다.

 


교양인문 > 에세이로 분류되는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고독의 진정한 가치와 힘을 일깨우고, 품위 있게 고독을 누리는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인데.

 


1부 첫 시작은 이렇다.

 

시집 <악의 꽃>으로 근대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19세기 프랑스의 최고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어느 신문에 실린 '고독은 사람에게 해롭다'는 기사를 보고, 자신의 산문집 <파리의 우울>에 이렇게 썼다.

 "혼자 있을 줄 모르는 이 불행이라니!"

고독이 사람에게 해롭기는커녕 혼자 있는 것이 행복이라는 보들레르의 말은 고독을 절망에 이르게 하는 병으로 인식하고 있던 당대의 지식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들렸다.

♣ 고독의 힘 - 원재훈 :p 13

 


19세기 아닌 요즘에도 고독을 무슨 질병처럼 취급하며 혼자인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나는 정말 많이 봤다. 그 예로 결혼 초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논다고? 지인들에게 이야기할 때마다 들었던 말이 '혼자 하루 종일 안 심심하냐?', ' 안 외롭냐?' 소리였는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혼자 놀기의 달인인 나는 어찌나 기분이 나쁘던지 ㅎㅎㅎ 아니!! 하루 종일 혼자 읽고 싶은 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고, 퀼트에, 펠트에, 인형 만들기에 이것저것 보고 만들고 배우고, 할 일은 또 얼마나 많은데? 왜 나를 불쌍한 사람으로 취급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고, 그렇게 안쓰러워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세상에 재밌는 게 얼마나 많은데? 왜 심심하고 왜? 외롭냐? 되묻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인간이란 원래 고독한 존재여서.. 혼자여도 외롭고, 결혼을 하고 둘이 되고 자녀를 낳아 셋이 되어도 외롭고, 하루 종일 사랑하는 사람과 딱 붙어 지내도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 법인데? 혼자 있을 줄 모르는 사람은 평생을 우울하고 불행하게 보낼 수밖에 없다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고독은 인생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자양분이다'라고 시종일관 강조하는 이 책 구석구석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들도 참 많이 만났는데 총 248쪽의 얇은 책이라 술술술 읽히기도 참 잘 읽힌다. 

 


 


▥ 밑줄친 구절들 ▥ 

“기록되기 전에는 아무 일도 진짜로 일어난 게 아니란다. 그러니 너도 가족과 친구들에게 많은 편지를 써야 한다. 일기도 꼭 쓰고.”버지니아 울프가 어느 소녀에게 전한 말이다. 소녀는 나중에 버지니아 울프의 전기를 쓴 나이젤 니콜슨이다.

p29

 

 지금 당신이 외롭다면, 그래서 눈물이 날 만큼 괴롭다면, 그 모든 것을 먼 훗날의 풍요를 위한 시간으로 생각하고 현재와 미래를 채울 재료들을 부지런히 모으길 바란다. 당신은 지금 터널을 지나치는 것처럼 고독할 뿐이다. 따라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우리 삶은 고독이라는 어둠 속에서 한층 견고하게 지켜진다.”

p91

 

무엇인가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를, 나의 삶을 새롭게 느꼈다는 의미다. 직장에서 일을 하거나,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여행을 하거나, 친구와 잡담을 나눌 때 ‘아, 이건 써놔야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결국 글로 남기는 것은 바로 그런 일들을 통해 새로운 나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세계를 만드는 일이며, 그렇게 하여 나를 지상에 남기는 일이다.”

p98

 

일기는 고독한 인간의 위안이자 치유다. 날마다 기록되는 이 독백은 일종의 기도이자 영혼과 내면의 대화, 신과의 대화다. 이것은 나로 하여금 혼탁에서 벗어나 평형을 되찾게 해준다. 의욕도 보장도 멈추고, 우주적인 질서 속에서 평화를 갈구하게 한다. 일기를 쓰는 행위는 펜을 든 명상이다.

p30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문을 벽으로 만드는 사람과 벽을 문으로 만드는 사람이다. 강인한 사람에게 벽은 단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열어야 할 문일 뿐이지만, 나약한 사람은 문을 벽으로 여기면서 그 앞에 주저앉아 버린다.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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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03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마트폰의 마법이 너무나도 강해서 아무 곳이나 혼자서 SNS을 접속하는 상황이 덜 외롭게 느껴져요. 이렇다 보니 스마트폰이 없으면 혼자 있다는 생각에 외로움이 한꺼번에 몰려들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