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ㅣ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작가는 실패 전문가다. 소설이라는 게 원래 실패에 대한 것이다. 세계명작들을 보라. 성공한 사람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노인과 바다>의 노인은 기껏 고생해서 커다란 물고기를 잡는 데 성공하지만 결국 상어들에게 다 뜯기고 뼈만 끌고 돌아온다. <안나 카레니나>의 안나와 <마담 보바리>의 보바리 부인은 자살하고 만다.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는 옛사랑을 얻기는커녕 엉뚱한 사람이 쏜 총에 맞아 젊은 생을 마감한다. 문학은 성공하는 방법은 가르쳐줄 수 없지만 실패가 그렇게 끔찍하지만은 않다는 것, 때로 위엄 있고 심지어 존엄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그러니 인생의 보험이라 생각하고 소설을 읽어라.
♣ 말하다 - 김영하 :p 21

육체의 근육도 일정한 훈련을 통해 길러지듯이 감성 근육도, ‘아, 오늘부터 개인적 즐거움을 깊이 추구해야지’ 한다고 해서 바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독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소설을 읽고 즐기는 것은 원래 어렵습니다. 자기와 전혀 상관없는 세계, 예를 들어 19세기 귀부인이 젊은 남자와 바람이 나는 얘기라든가, 1920년대의 미국의 벼락부자가 옛날 애인을 되찾기 위해 분투하는 얘기가 단박에 마음에 와 닿을 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소설이라는 것은 끝까지 읽어도 주제를 알기가 어렵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주제를 알기 어려운 소설일수록 좋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능 있는 작가일수록 작품의 주제를 독자가 쉽게 찾지 못하도록 잘 숨겨둡니다. 훈련된 독자 역시 너무 간단해서 주제를 쉽사리 파악할 수 있는 소설보다는, 지성과 감성을 충분히 사용하면서 적절한 어려움을 겪은 후에야 작품의 참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소설을 더 좋아합니다. 소설을 즐기기 위해서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 말하다 - 김영하 :p 30

지금, 폭풍 밑줄 그으며 읽고 있는 김영하 작가님 책 『말하다』
읽을 책 진짜 많이 밀려있는데 세트병이 돋아서 전작 <보다>까지 구매함;; ㅋㅋ
눈에 모터를 달고 부지런히 읽어도 못 따라갈 판에, 좋은 문장 나오면 되돌아가서 한 번 더 음미해야 하고, 까먹지 않게 포스트 잇 플래그까지 각맞춰 줄맞춰 깔맞춰 알록달록 붙여야 하고, 그 와중에 필사 노트에 베껴 적고, 그것도 모자라 한글파일 불러와서 타이핑도 열라 해야 하고 바쁘다 바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