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을 쓰는 비결은 바로 문장을 쓰지 않는 것이다 - 이렇게 말해봐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요컨대 '지나치게 쓰지 말라'는 뜻이다. 문장이란 것은 '자, 이제 쓰자'고 해서 마음대로 써지는 게 아니다. 우선 '무엇을 쓸 것인가' 하는 내용이 필요하고, '어떤 식으로 쓸 것인가'하는 스타일이 필요하다.
그런데 젊은 시절부터 자신에게 어울리는 내용이나 스타일을 찾을 수 있는가 하면, 그건 천재가 아닌 한 힘든 일이다. 그래서 어딘가에 이미 있는 내용이나 스타일을 빌려와 적당히 헤쳐나가게 된다. 이미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받아들이기 쉬운 법이라, 재주가 있는 사람 같으면 주위에서 "와, 제법인데"라는 둥의 소리를 심심찮게 듣게 된다. 당사자도 그런 기분에 젖는다. 그러나 거기서 좀 더 칭찬을 들으려다가 영 그르친 사람을 난 몇 명이나 보았다. 분명 문장이란 많이 쓰면 능숙해지기는 한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분명한 방향 감각이 없는 한, 그 능숙함은 대부분 그냥 '재주'로 끝나고 만다.
그럼 그런 방향감각은 어떻게 하면 체득할 수 있을까? 요는 문장 운운은 나중 일이고, 어찌 됐든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와 거의 비슷하다. 어떻게 여자를 꼬드길 것인가, 그런 것들 말입니다. 한차례 그런 일들을 겪어보고 '쳇, 뭐야, 이 정도면 굳이 글 같은 걸 쓸 필요도 없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그게 최고의 행복이고, '그래도 아직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면 - 잘 쓰고 못 쓰고는 제쳐놓고 - 그때는 이미 자기 자신만의 독특한 문장을 쓸 수 있게 된 상태이다.
♣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 무라카미 하루키 :p 33~34
오늘 아침 모닝 책은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연말이니까 뭔가 뜻깊은 책을 한 권 읽어야겠는데..
<총균쇠>는 열심히 읽느라고 읽어도 아직도 프롤로그 밖에 못 읽었고 ㅋㅋ 프롤로그도 되게 길더라ㅋㅋ
<악녀를 위한 밤>도 괜히 한번 들었다가 총균쇠 두께만으로도 버거운데 ㅋㅋ 어쩔; 다시 놨다가.
<안나 카레니나>도 1권 밖에 아직 못 읽었는데, 2권, 3권까지 쭉쭉 읽어볼까? 하다가.
아! 내게는 하루키 아저씨가 있지 않은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를 펼쳐들었다.
읽으면서 오! 나 머리 되게 좋은가봐?? 깜짝 놀랐던 게 ㅋㅋㅋ
나는 이 책을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1,2,3 구 버전으로 읽었었는데
벌써 읽은 지 10년도 다 돼 가는 내용들이 하나하나 새록새록 다 기억나는 거다 ㅋㅋㅋ
너무 오랜만에 읽다 보면 오? 이건 첨 듣는 얘기 같다 싶은 에피소드가. 하나쯤은 나올 줄 알았는데 ㅠㅠ
다 기억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헐;
하지만, 몇 번을 다시 읽어도 하루키 아저씨의 에세이는 오래되고 따뜻한 스웨터처럼 포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