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아이고ㅠ 요즘 부쩍 잠이 많아진 건지.. 먼로 여사님 책이 나랑 안 맞는 건지;;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 책만 읽기 시작하면 왜 그렇게 눈꺼풀이 무거워지던지 ㅋㅋ  총 15개의 단편 중에 하루 만에 읽은 단편이 있었던가? 싶을 만큼 ㅋㅋ 진짜 오래 읽었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닌데 뭐랄까? 너무 조용조용 시작하고, 너무 갑작스레 끝나버려서 마지막엔 계속.. 그래서 뭐? / 헐; / 뭥미?  난처했다. ㅋ ㅋㅋ

 

하지만 또 다 읽었던 부분들을 다시 들추어보고 있으면 이상하네~ 나쁘진 않은데 싶어지고;;  암튼 그래서, 도저히 중간에 던져 버릴 수도 없게 만들었던  ㅠㅠ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ㅋㅋ  요물 같은 책 <행복한 그림자의 춤>  

 

  

 

이 책 읽으면서 제일 짜증 났던 건. 각주, 옮긴이 주가 맨 마지막에?? 한꺼번에 실려 있다는 거 ㅋㅋ 안 그래도 이 책만 폈다 하면 잠 와 죽겠는데 ㅋ ㅋㅋ ㅋㅋ 각주까지 맨 뒷장으로 거슬러 가서 찾아봐야 하고 ㅋ ㅋㅋ  이런 책은 또 내 평생 처음 보겠네! 투덜거리며 읽었는데 ㅋㅋ 이제 와 생각해보니 것도 나름? 이 책을  특색 있게 만들어주는 요소인가 싶기도 하고; ㅋㅋ

  

  

 

또 읽으면서 깜짝 놀랐던 거 하나는 한국 사람도 잘 모르는? 생소한 예쁜 우리 말들이 이 책 곳곳에 보석처럼 숨어 있다는 거!

 

우리는 생게망게 웃음을 터 뜨린다 ♣ 343쪽 <위트레흐트 평화조약 중에서> 

[생게망게 (부사) : 하는 행동이나 말이 갑작스럽고 터무니없는 모양]  한글의 아름다움을 북미 소설에서 느끼게 될 줄이야 ㅋㅋ 이건 앨리스 먼로보다는 번역의 승리인 거겠지? ㅋㅋ

 

또 117쪽에는 "외로워서 그러겠지." 엄마가 힘없는 목소리로 나를 실미지근하게 두둔했다. 이런 표현도 나온다.

[실미지근하다 (형용사) 1. 더운 기운이 조금 있는 듯 마는 듯하다. 2. 철저하지 못하고 열기나 열성이 없다.]



 

 

제일 기대했던 단편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상상했던 것 보다 별거 없어서 실망하기도 했지만..  ( 말 나온 김에 나는 행복한 그림자의 춤 이 뭐랄까 인디언 춤 같은 우아하고 신비로운  어떤 동작을 묘사한 것일  줄 알았는데 ㅋㅋ 단지 피아노 곡 제목이었음.   행복한 그림자의 춤 당스 데 옹브레 외뢰즈 Danse des ombres heureuses)  

 

책 읽으면서 제일 인상 깊었던 캐릭터가 둘 있는데 ㅋㅋ 한 분은 <휘황찬란한 집>에 나오는 풀러턴 할머니, 또 한놈은 ㅋ <작업실>에 나왔던 또라이 같은  집주인 아저씨 ㅋㅋ  특히 풀러턴 할머니는 진심 엄지손가락 추겨 올려주고 싶을 만큼 짱!이셨는데 ㅋㅋ

 

이런 거 나한테만 웃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ㅋㅋㅋ 암튼 대박 웃었던 장면하나만 소개해보자면..   

따지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풀러턴 할머니는 그 부류에 속하지 않았다. 어느 여름날 남편이 홀연히 길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데도, 어쩌면 저리 태평할 수 있을까. 이 한 가지만 보아도 그렇다.

“몰랐어요. 전 여태 영감님이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는데.”

“나보다 먼저 죽진 않을 거구먼.”

허리를 쭉 펴면서 풀러턴 할머니가 말했다. 플리머스록 닭 한 마리가 배짱 좋게 층계 맨 아랫단을 걸어가자, 메리의 어린 아들 대니가 일어서서 살금살금 뒤쫓았다.

“그냥 나그넷길을 떠난 거여. 천성이 그런 양반이여. 윗녘으로 갔는가 미국으로 건너갔는가 그거야 모르지. 죽지는 않았을 거여. 감이 그려. 젊은네도 알겠지만 그 양반은 나만큼 늙지 않았어. 내 둘째 서방이고 나보단 젊어. 쉬쉬할 일도 아니었고 그럴 것도 없었지. 이 집에서 새끼들 키우고 영감 땅에 묻고 난 뒤에 만났으니께. 뭐시냐, 한 번은 우체국에서 창구 옆에 함께 서 있다 편지를 넣으려고 편지통 쪽으로 갔는데, 내가 가방을 놓고 온 거여. 그 양반이 나를 뒤따라오려고 돌아서는 거를 보고 여직원이 부르더니 저기요, 어머니께서 지갑을 두고 가셨어요! 하더구먼.”

호탕하면서도 그럴 수는 없다는 듯한 할머니의 웃음에 맞장구치듯 메리도 따라 웃었다.

 

정말 쿨~하시고, 강인하면서도, 지고지순하기까지 하신 ㅋㅋ 귀여운 풀러턴 할머니 ㅋㅋ  ㅋㅋ 

 

마지막으로 이건 나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인데.. 어떤 이름 모를 분의 리뷰를 읽다 보니 앨리스 먼로 ‘단편집 모든 화자는 여성이다’라는 이야기를 읽고 오. 정말? 싶으면서 다시 되돌아보니 <행복한 그림자의 춤 15개의 단편 중에서 유일하게 남자가 주인공인 건 <태워줘서 고마워>뿐이었다는 것도 발견했고. 

 

암튼,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읽다 보니 2013년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앨리스 먼로를 칭하는 휘황찬란한 수식어들이 과연 그럴만하구나! 어느 정도 수긍이 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극적인 사건도 없고, 파격적인 반전은 더더욱 없고, 너무나 잔잔한 일상 묘사에 너무 졸렸다는 것만 기억에 남으니 어쩌면 좋지? ㅋㅋ 하지만 조만간 다시 한번 읽게 된다면 그때는 분명 훨씬 더 많은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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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3-11-30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가님이 순우리말을 좋아하시나보네요^^ 전 지금 디어라이프 읽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