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분에게

어렵게 백지 편지를 보내신 이유를 내 나름대로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이건 어지간히 중대한 사안인 게 틀림없다. 어설피 섣부른 답장을 써서는 안 되겠다, 하고 생각한 참입니다.

늙어 망령이 난 머리를 채찍질해가며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결과,

이것은 지도가 없다는 뜻이라고 내 나름대로 해석해봤습니다.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은 길 잃은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마 당신은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p 446~447

 

 

 

 

 

 

 

 

생각해 보니까 나는 늘_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보다는 원래는 좀 까칠하게 보이지만

나한테만 미소 지어주는 사람, 나한테만 잘해주는 사람에게 더 끌렸던 것 같다.

 

오지랖 넓은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를 보면서. 솔직히 나는 휴 - 한숨을 쉬었지만.

가끔은 나도, 누군가 얼굴 모르는 사람을 위해 축복을 빌어줄 수 있는 착한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좋은 책을 읽으면 마음도 예뻐지는거 같다.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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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6-29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에서 읽을 수 있는 순한 문장이군요. 살짜쿵 담아갑니다. 예쁜마음 저도 가져야겠어요~~^^

꽃핑키 2013-06-29 21:23   좋아요 0 | URL
방갑습니다 프레이야님, ^-^ㅋ 예쁜 마음으로 예쁜 주말 보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