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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나는 책을 읽을 때 사전 지식 전혀 없이 무작정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또 어떤 책을 읽고 나서는.. 그것이 어떤 책이건 간에 책을 읽기 전에는 아~ 이런 내용이겠구나~ 하는 약간의 사전 지식과 마음가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무작정 읽었다가 망한 케이스인데 그토록 기대하고 기대했던 이 책을 하필이면 <궁극의 아이>를 읽은 다음에 읽어서 더 망한게 아닐까 ㅠㅠ 이제서야 드는 생각이긴 하지만 나미야 잡화점을 먼저 읽고 궁극의 아이를 읽었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두 권 다 더 재미있게 읽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ㅎㅎㅎ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책표지(좌)는 그렇게 딱? 내 취향은 아니라서 그냥 파랗구나! 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찬찬히 살펴보니 나미야 할아버지 생전에 잡화점이 저런 모습이었을까? 싶기도 하고, 얼핏 봐서는 잡화점이라기보다는 음식점이나 빵집 분위기가 나서 어쩐지 맛있는 냄새도 막 - 나는것 같고 ㅎㅎ (아! 갑자기 배고프다 ㅠ) 껍질을 벗겨 내면 저렇게 새빨간 속살이 나온다. (우)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정말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소설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같지 않은 책이었는데 먼저 책소개부터 간단하게 살펴 보자.
총 5장으로 구성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기묘한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설정 때문에 판타지 색채가 두드러져 보일 수 있지만 이는 각각의 이야기와 등장인물을 하나의 연결 고리로 모으는 주요 장치로 작용한다.
XX시 외곽에 자리한 나미야 잡화점은 30여 년간 비어 있던 오래된 가게이다. 어느 날 이곳에 삼인조 좀도둑들이 숨어든다. 이들은 몇 시간 전 강도짓을 하고 경찰의 눈을 피해 달아나던 참이었다. 인적이 드문 외딴집인 줄로만 알았는데 난데없이 나미야 잡화점 주인 앞으로 의문의 편지 한 통이 도착하고, 세 사람은 얼떨결에 편지를 열어 본다.
- 알라딘 책소개
처음 인터넷 책소개 페이지에서 목차를 봤을때부터 "답장은 우유상자에" 라는 소제목이 너무 귀엽고 마음 따뜻하게 느껴졌었는데 나머지 제목들은 다.. 그저 그렇;; ㅋㅋ 가끔 하루키 아저씨 책은 소제목도 완전 멋져서 내 블로그 카테고리 제목으로 써먹을까? 싶은 것들이 참 많은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아무리 감성적으로 변신을 한다해도 한계가 있겠지? 하는 엉뚱한 생각도 잠시 들고 ㅎㅎㅎ
“해코지가 됐든 못된 장난질이 됐든 나미야 잡화점에 이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다른 상담자들과 근본적으로 똑같아.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휑하니 뚫렸고 거기서 중요한 뭔가가 쏟아져 나온 거야. 증거를 대볼까? 그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반드시 답장을 받으러 찾아와. 우유 상자 안을 들여다보러 온단 말이야. 자신이 보낸 편지에 나미야 영감이 어떤 답장을 해줄지 너무 궁금한거야. 생각 좀 해봐라. 설령 엉터리 같은 내용이라도 서른 통이나 이 궁리 저 궁리 해가며 편지를 써 보낼 때는 얼마나 힘이 들었겠냐. 그런 수고를 하고서도 답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없어. 그래서 내가 답장을 써주려는 거야.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p 158
와아. "상담편지에 답장 보내는 일" 나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 지끈 아파져 오는데 ㅠㅠㅠ 글쎄 _ 아주 친한 사람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 주고 내 의견을 살며시 보태주는 일이야 얼마든지 나도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아무나가 느닷없이 내게 고민상담을 해 온다면...? 그런 상황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을 만큼 내겐 끔찍한데 ㅠㅠ (내가 좀 스펀지 같은 면이 강해서 우울한 이야기 들으면 내가 더 우울해지고, 슬픈 이야기 들으면 내가 더 엉엉 울고, 짜증나는 이야기 들으면 하루종일 내가 더 짜증 나서 괴롭기 때문) 나미야 할아버지는 정말로 멘탈최강 오지랖 대마왕 ㅎㅎㅎㅎ
▲ 456쪽의 위엄 !! *ㅅ*y 첨엔 두께 보고 기겁했었는데;; 글 잘 쓰기로 소문난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답게 기본 흡입력도 있고 ㅎㅎㅎ 5개의 이야기가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던데 도대체 이 얘기들이 어떻게 연결된다는 걸까?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읽다가 보면 자연스레 가속도도 붙어서 두께는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그건 그렇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기 전에 나는 "아무래도 핑키님은 좋아하실 것 같아요."라는 말을 몇 번씩이나 들었는데ㅎㅎ 이 책 다 읽고 나니까 어랏, 내가 어떻지? 내가 다른 사람에겐 어떻게 보이길래? 같은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듣게 되는 것일까?? 나 혼자 또 이상한 핀트에 꽂혀가지고 거기에 대해 한참 생각해봤다. 내가 좀 - 착하고, 순수하고, 감성적이고, 따뜻해서;; 이런 내용 좋아하게 보이는 걸까? 잇힝~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 그런데 솔직히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런 잔잔한 소설보다는 읽고 나면 헐;;; 우와 대박,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기존 추리 소설 쪽이 더 좋다.는 게 함정!!
아, 그리고 나미야 잡화점 읽고 있으니까 김하늘 유지태 주연의 영화 <동감>이 너무 생각나더라. 벌써 10년 전 영화라 내용도 가물가물한 데 내친김에 동감도 다시 한 번 봤으면 좋겠다 싶었고, 맨날 범인 잡는 추리소설만 쓰던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런 감성적인 글도 쓸 수 있구나! 나는 좀 놀랐고. 이 책 읽을 때는 커다란 한 방을 기대하며 읽으면 나처럼 망할 수 있음을 기억하시고, 차분하게 릴렉스 하시고.. 세 명의 좀도둑에게 집중하시면 더 재미있게 읽으 실수 있을듯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