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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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영혼 조르바! 조르바 할배의 거침없는 이 자유로움을 어찌하면 좋을까? ...;;;;
"결혼해 보았다, 이 말이지요. 그러고는 내리막길을 걸었어요. 가장이 되고 집을 짓고 새끼를 둘씩이나 까고......
하지만 산투리 덕분에 이렇게...."
"근심 걱정을 잊으려고 산투리를 치셨던 게로군요 "
"이것 보쇼. 보아하니 당신은 악기 하나 못 만지는 모양인데,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요?
집구석에 들어가면, 있는 건 근심 걱정뿐...... 마누라가 그렇고, 새끼들이 그렇잖소?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장차 이러다 무엇이 될까? 이런 젠장. 이래선 안돼요.
산투리를 치려면 환경이 좋아야 해요. 마음이 깨끗해야 하는 거예요.
마누라가 한 마디로 될 것을 열 마디 잔소리로 늘어놓는다면 무슨 기분으로 산투리를 치겠소?
새끼들이 배고프다고 빽빽거리는데 산투리를 어떻게 치겠소?
산투리를 치려면 온갖 정성을 산투리에만 쏟아야 해요. 알아듣겠어요?"


쯧쯧 산투리가 뭐길래... 이렇게 마누라와 자식까지 팽개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조르바가 늘 보물처럼 지니고 다니며 산투리를 꺼낼 때는 마치  여자의 옷을 벗기듯 조심조심 보자기를 푼다는 대목이 자주 나와서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뭔가 피리 같은 입으로 부는 악기 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크고 바람을 불어 넣는게 아니라 작대기? 같은걸로 두두려서 소리를 내는 악기였구나!   



이란에서는 대표적인 악기로 꼽힌다. 오늘날 고전음악에서 쓰이는 산투르는 사닥다리 모양의 얕은 공명상자 위에 각각 4줄씩 18∼24코스의 금속현을 치고, 가늘고 가벼운 발목(撥木)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트레모로의 기교를 써서 소리를 낸다. 중세 유럽의 덜시머(dulcimer)와 같은 종류의 악기로 현재 동유럽의 집시가 사용하는 친발롬이나 한국 ·중국의 양금과도 역사적인 연관을 갖고 있다. 아랍어로는 산티르라고 하며 그리스에서는 산투리라고 한다. . 

- 출처 네이버 사전   

 

많은 사람들이 조르바! 조르바! 찬양을 하길래.. 뭐지? 뭐지? 무척 대단한 고전이려니..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온갖 기대를 했는데.. 조르바를 찬양하는 자! 모두 남자였던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거침없는 자유인 조르바 물론 대단한 면도 많았지만.. 어쩔 수 없는 여자 사람인 나는 조르바 할배가 곱게만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자유가 좋다지만... 60넘은 할배가 오갈데도 없이 자식도 마누라도 팽개치고 자유를 찾아 방랑하고,
걸핏하면 여자 꽁무니나 쫓아다니고, 여자한테 돈질 하느라 공금을 횡령하고..;; (물론 일 할때는 미친듯 그 일에만 몰두 했지만;)
"결혼 말인가요? 공식적으로는 한 번 했지요. 비공식적으로는 천 번, 아니, 3천 번쯤 될 거요.
정확하게 몇 번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수탉이 장부 가지고 다니는 거 봤어요?"
이렇게 위험한 발언을 거침없이 주장하고 있으니ㅋ 요즘 같았으면 겁없는 남편?으로 분류될 위인이 되지 않으셨을까?


실제로 카잔차키스가 태어날 당시 늙은 산파에게 이 애, 언젠가는 주교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리스 인 조르바>도 종교적인 냄새가 무척 강하고, 수도승, 부처에 관한 얘기가 꽤 많이 나와서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았다.
그리고 안타까웠던건 학교다닐때 세계사 공부를 열심히 안하다보니ㅠㅠ
왜? 그리스인을 그토록 저주하는지 알 길이 없어서 책 읽는 내내 계속 어리둥절했다.


나는 유럽 인이 싫어. 그 중에서도 더러운 그리스 인, 그리스가 가진 모든 게 싫어. 다시는 그리스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네. 내가 죽을 곳은 이땅...... 이미 여기 험한 산중, 내 오두막 앞에다 내 무덤을 만들어 놓았네. 비석을 세우고 큼직한 글씨로 비문을 내 손으로 새겨 놓았네.그리스 인을 증오하는 그리스 인 여기 잠들다. -216  

 

"두목, 참 잘하는 짓입니다. 몇 시간을 찾았어요. 이런 데 계실 줄 누가 알았겠어요?
내가 아무 대꾸도 않자 그가 말을 계속했다.
"... 정오가 지났어요. 닭 요리를 하고 있는데 이러다 아주 바스라지고 말겠어요. 몰라서 이러고 있어요?"
"알지요. 하지만 난 별로 시장하지 않아요."
조르바가 자기 넓적다리를 탁 치더니 갑자기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시장하지 않으시다...... 하지만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 들지 않았어요?
육체에는 영혼이란 게 있습니다. 그걸 가엾게 여겨야지요.
두목, 육체에 먹을 걸 좀 줘요. 뭘 좀 먹이셔야지. 아시겠어요?
육체란 짐을 진 짐승과 같아요. 육체를 먹이지 않으면 언젠가는 길바닥에다 영혼을 팽개치고 말 거라고요."
-54P


인간의 영혼이란 기후, 침묵, 고독, 함께 있는 사람에 따라 눈부시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네! -143P


".... 인간이란 참 묘한 기계지요. 속에다 빵, 포도주, 물고기, 홍당무 같은 걸 채워 주면
그게 한숨이니 웃음이니 꿈이니 되어 나오거든요. 무슨 공장 같지 않소.
우리 대가리 속에 발성 영화기 같은 거라도 들어 있나봐요."
-393P



"인간의 머리란 식료품 상점과 같은 거예요. 계속 계산합니다.
얼마를 지불했고 얼마를 벌었으니까 이익은 얼마고 손해는 얼마다!
머리란 좀상스러운 가게 주인이지요. 가진 걸 다 걸어 볼 생각은 않고 꼭 예비금을 남겨 두니까.
이러니 줄을 자를 수 없지요. 아니, 아니야! 더 붙잡아 맬 뿐이지...
이 잡것이! 줄을 놓쳐 버리면 버리라는 이 병신은 그만 허둥지둥합니다. 그러면 끝나는 거지.
그러나 인간이 이 줄을 자르지 않을 바에야 살맛이 뭐 나겠어요? 잘라야 인생을 제대로 보게 되는데!"
-462P

 

나는 타락해 있었다. 여자와의 사랑과 책에 대한 사랑을 선택하라면 책을 선택할 정도로 타락해있었다.
-159 page


지나치게 책을 사랑하는 것도 타락이라니.. ㅋ 어쩜. 이런 타락이 다 있을까? ㅋㅋ 이 구절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남친과 책? 둘중 어떤 것을 선택할까? 생각하며 픽~ 웃기도 하고

두 차례에 걸쳐 노벨 문학상 후보로 지명되나 안타깝게 탈락하고 비평가들에게
"카잔차키스가 그리스 인이라는 것은 비극이다. 이름이 <카잔초프스키>였고, 러시아 어로 작품을 썼더라면,
그는 똘스또이, 도스또예프스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는 평을 받았다고 하니..


책을 좀 더 실감나게 재밌게 제대로 읽으려면 나도 이제라도 세계사 공부를 ㅠ 좀 해야겠구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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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10-18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덕뜨덕)그랬던 것 같아요 상당히 마초적인. 지금은 거의 기억 안 나은데...이 책은 어쩌다 툭 튀어나오는 문구가 멋있던 작품이었어요. 두고 두고 새겨들을 만한. 다시 읽으면 다시 해석할 수 있겠는데요. 20대 읽어서...그 땐 정말 비판능력이나 안목이 거의 없었던 시절이었거든요.

꽃핑키 2010-11-02 01:35   좋아요 0 | URL
오! 기억님도 끄덕끄덕 해주셔서 ㅋㅋ 신나요 ㅋㅋ
그 시대엔 그럴 수 밖에 없었는데;; 내가 뭘 잘못 이해했나? 싶기도 했거든요 ㅋ
네 드문드문 멋진 말씀은 많이 나오던데.. 조르바 할아버지 제게는 쫌 비호감이었어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