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속에 책을 만나면 제목을 꼼꼼하게 적어두는 편이다. 물론 단지 메모에 그칠때가 더 많지만..;;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의 추천 책이라면! 반짝반짝 눈에 불이 들어오고, 내 손은 자연스레 메모할 포스트 잇을 찾게 된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한비야언니께서 강력 추천하신 책이라 알록달록 플레그를 붙이고, 장 지글러. 장 지글러. 자우지 장~ 지글러.. 리듬까지 붙여가며 외우고, 나도 꼭 읽어 봐야지! 했던 책이었는데... 때마침 8월 책날다 모임에서 이 책과 또 만났다. 사실 그동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는데.. 어쩐지 이런 제목의 책은 진도가 엄청 안나갈것 같아;; 망설이다가 우스갯소리로 "이런 심오한 책은 어려워서 읽는데 한 달 쯤(?) 걸리겠다"고 엄살을 부렸더니 먼저 읽어보신 분들이 모두들 절대 어렵지 않다고 하셔서; 큰 맘(?ㅋ) 먹고 빌려오게 되었다. 살랑 살랑 몇 장을 넘겨보니. 정말!!! 여백도 많고, 글씨도 크다! 특히 아빠가 초등학생(?) 아들에게 두런 두런 들려주는 이야기 같아 나도 충분히 알아먹을 수 있겠다 싶은 용기가 생겼다. (ㅋㅋㅋ) 

 

 그러니까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먹여 살릴 만한 식량은 충분이 있다는 건가요?
그뿐이 아니란다. 지구는 현재보다 두 배나 많은 인구도 먹여 살릴 수 있어. 오늘날 세계 인구는 60억 정도(세계 인구는 2006년 2월 26일 현재 65억명을 넘어섰다) 되지. 하지만 1984년 fao의 평가에 따르면 당시 농업생산력을 기준으로 계산하여 지구는 120억의 인구를 거뜬히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거였어. 먹여 살린다는 의미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하루 2,400~2,700 칼로리 정도의 먹을 거리를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지. 물론 각 개인이 필요로 하는 칼로리의 양은 나이, 직업, 또는 거주지역의 기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말이야.
그렇다면 배고픔은 세계의 주민들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고통이 아닌거네요?
물론이지. 식량이 제대로 분배된다면 모든 사람이 충분히 먹고도 남게 될거야.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36p~39p  


책을 읽어 갈수록.. 한 쪽에서는 먹을 것이 넘쳐나서 비만을 걱정하고, 한 쪽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서 몇 초에 한 명씩 사람이 죽어 나가고 있는 이런 기막힌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건지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단순한 나는 그렇다면 식량 분배를 잘~ 하면 될 것 아닌가! 막연한 생각이 들었지만 무엇하나 간단하지가 않았다.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일상 곳곳에도 미운 놈이 꼭 하나는 끼어 있는것 처럼 세계 어디에든 악당은 있기 마련이고, 그렇다고 악의 근원만 없앤다고 해결 될 문제도 아닌.. 그 나라 자체의 불안한 사회제도, 군벌끼리의 갈등, 내전,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 기타등등의 여러 복잡 다양한 문제들 때문에 도저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말이다.



이 책은 책은 세계 기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다룬 책은 아니다.
다만 지금 세계에서는 이런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는 보고서 형식으로 우리가 지금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방법을 제시해 주지도 않고, 바로 이것 때문이라며 비판할 대상을 코 앞에 데려다 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누구나 한번은 고민해 보아야 할 많은 생각거리를 무한정 제공 해준다. 사실 하루 하루 먹고 사는게 빠듯해서;; 지구 평화와 인류 기아 문제에까지 늘 마음을 쓰기는 어렵겠지만 제대로 알고는 있어야 할 많은 사실들을 나는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나는 특히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나오게 하는;; 맬서스 이론이 무척 인상깊었는데.

맬서스 이론이란 - 점점 높아지는 지구의 인구밀도를 기근이 적당히 조절하고 있다고 보는 거야. 너무 많은 인구가 살아가고 소비하고 활동하다 보면 지구는 점차 질식사의 길을 걷게 될 텐데, 기근으로 인해 인구가 적당하게 조절되고 있다는 얘기지. 그런 사람들은 기아를 자연이 고안해낸 지혜로 여긴단다. 산소부족과 과잉인구에 따른 치명적인 영향으로 인해 우리 모두가 죽지 않도록 자연 스스로 주기적으로 과잉의 생물을 제거한다는 거야.

설마 자연이 그런 일을?
카림, 대답은 아주 간단하단다. 맬서스 이론은 근본적으로 틀렸지만, 심리적 기능을 충족시키거든. 날마다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구호시설에 웅크린 채 죽어가는 아이들, 수단의 덤불 속을 비쩍 마른 몸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일반적인 감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거든. 그래서 양심의 가책을 진정시키고, 불합리한 세계에 대한 분노를 몰아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맬서스의 신화를 신봉하고 있어. 끔찍한 사태를 외면하고 무관심하게 만드는 사이비 이론을 말이야. 영양실조로 팔다리가 비쩍 마른 아이를 안고 있는 벵골이나 소말리아, 수단의 엄마들이 그 아이들의 죽음과의 싸움이 '자연이 고안해낸 지혜'라는 소리를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니? 그런데도 많은 지식인이나 정치가, 국제기구 책임자들은 엉터리 신화, 즉 기근이 지구의 과잉인구를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고 믿고 있단다.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38~39 page


학교에서는 기아문제를 가르치는 일이 금기로 여겨지고 있는 건가요?
맞아. 일종의 터부로 여겨지지. 이런 현상은 오래도록 지속되어 왔단다. 브라질의 조슈에 데 카스트로(전AFO 이사회 의장)는 1952년 이미 자신의 유명한 저서 <기아의 지리학>에서 이 '금기시되는 기아'를 언급했지. 그의 설명은 무척 흥미로워. 사람들이 기아의 실태를 아는 것을 대단히 부끄럽게 여긴다는 거야. 그래서 그 지식 위에 침묵의 외투를 걸친다는 거야. 오늘날 학교와 정부와 대다수 시민들도 이런 수치심을 가지고 있단다.
FAO의 보고서는 아무나 읽을 수 있나요?
물론이지! 기아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게 있다면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거야. 
 

매일 매일 내 코 앞에 문제들로만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던 내게
가끔은 눈을 들어 저 먼 곳도 한 번 바라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알게해 준 고마운 책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잘 읽었습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권해보겠다. 첫 번째 책은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최근 세계적인 식량위기를 맞아 더 많이 밑줄 치고 더 많이 책 귀퉁이를 접어놓으며 꼼꼼하게 읽은 책이다.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나는 제목과 지은이만 보고 망설이지 않고 샀다. 번역이 후져도 참아주겠다고 생각했다. 내용이 좋을 게 뻔하니까. 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쓴 전문 분야의 책에 늘 목말라있다. 그래서 특별히 좋은 책을 만나면 반드시 권하게 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세상 사람들 모두를 뚱뚱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이 지구상에는 식량이 충분하다면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세계시민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근본적인 문제를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형식으로 쉽게 풀어 썼다. 한번 잡으면 마자막 장을 덮을 때까지 손을 놓을 수 없는 책이다.  

-그건, 사랑이었네 1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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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8-30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간혹 어떤 이론에 너무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 같아요. 사실 뒤집어서 생각해봐도 되는데...안그렇죠. 전 지금까지도 멜서스 이론이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것도 신봉하고 있다는 사실에 좀 놀라와요. 기근을 너무 정당화하는... 미국의 남아 도는 음식 3/1만이라도 아프리카에 원조 한다면 미국인들은 뚱보사회가 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미국 가면 그들의 비만에 놀란다고 하더라구요. 여길가도 저길가도 다 비만인 투성이라고 하데요. 저의 애아빠는 미국 뉴욕에 갔는데 그들의 비만에 혀를 내 둘렀다는데.... 정말 왜 권력자들은 자신의 이기만을 채우려할까요?

꽃핑키 2010-08-30 20:5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어떤 이론이란게 결국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하는 식이라..
융통성이 있음 좋은데;; 역시 가장 최고의 자리는 역시 돈 돈, 돈 이더라구요..;;
이 책 읽고 있으니.. 공평하게 분배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는 않은가보더라구요 ㅜㅜ
하긴.. 가진것 없는 저도 은연중에 내꺼 빼앗길까봐; 경계하게 될때가 많은데.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은.. 오죽할까 싶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