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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번 괜찮아 - 박미라 감정치유 에세이
박미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6월
평점 :
때로는.. 쓸데없는 걱정으로 가득 차 있는 내 모습이 한없이 하찮게 느껴질때가 있다. 나는 왜 이렇게 소심할까? 나는 왜 이렇게 쉽게 상처받을까? 나는 왜 이렇게 찌질할까? 이런 내가 이상한걸까? 내 속에 꽉꽉들어차 있는 차마 말 못할 고민들까지도 찬찬히 조목조목 털어놓고 상담 받고 싶을때가 있다. 혹, 내 고민이 정말 찌질한 수준이더라도 시답잖게 여기지 않고.. 따뜻한 눈빛으로.. 귀 기울여 들어주고.. 괜찮다. 그럴수 있다. 해줄, 라이너스의 담요처럼 포근한 존재가 늘 내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철 없던 시절 이 남자를 계속 만나야할까? 저 남자는 어떨까? 고민이 많았던 그때, 이 책을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현관문 앞까지 따라와 밥숟가락을 입에 넣어주던 엄마의 지나친 사랑을 이해할 수 없었던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더 매끄럽게 엄마와 대화해볼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나만 세상 고민 다 짊어진 사람처럼 고민했던 모습들이 겹쳐져 풉;; 웃음이 나오기도하고.. "평화를 버리더라도 나쁜 여자가 되세요" 같은 속이 다 시원해지는 명쾌한 답변들엔 나도모르게 캬~ 감탄사가 나오기도 했다.
이 책은 마치 인터넷 상담게시판을 보는듯하다.. 상담자가 이런 저런 고민을 털어 놓으면. 피상담자가 그 고민을 읽고 조언을 해주는 형식인데.. 1장에서는 연애에 대해서. 2장에서는 가족에 대해서 3장에서는 결혼생활. 4장에서는 그 밖의 고민들을 각각 다루고 있는데.. "사소한 문제로 피터지게 싸웁니다." "실수를 통해서 더욱 성숙해지겠다고 말씀드리세요." "남편이 집안일만 한다며 무시합니다" 와 같은 소 제목들도 너무 정겹게 느껴지고ㅋ 처음부터 끝까지 술술~ 잘 읽힌다.
그 중에서도. 289페이지에 나오는 직장에 다니는 삼십세 후반 여성의 고민이 무척 공감되었는데 ㅋㅋ "자기 말만 하면서 잘난 척하는 사람들이 너무 재수가 없어요.(막말해서 미안해요) 일단 직장에서는 업무 성격상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 덕분에 일하는 것도 좋았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너무 지칩니다." 라는 고민에 답변을 몇 줄만 옮겨 보면 "사람은 나이 들수록 고개를 숙이고 겸손해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건 겸손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고, 우리 사회의 착한여자, 착한남자들은 좀 덜 착해지고 더 자주 화가 나더라도 불안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간의 타성에서 벗어나 좀더 자기다워지고 있다는 말이니까요" 와우~ 정말 명쾌하지 않은가!
작년인가 <치유하는 글쓰기>를 먼저 읽었었는데 <천만번 괜찮아>가 그보다 전에 나온 책이었구나. 솔직히 나는 나이가 계란 한 판이 넘어서 그런지 시시콜콜한 연애 문제보단 그 외 다양한 삶의 문제들에 대해 더 많이 다루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는데 역시.. 아무리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게 사랑이라 그런지.. 연애쪽에 비중이 높은거 같아 불만스러웠다. 아쉬운 마음으로 책장을 덮으니 미처 살펴보지 않았던 뒷표지의 문장이 보인다. "포근한 언니 박미라의 뜨거운 인생 처방전" ㅋㅋ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내친김에 책날게에 프로필을 살펴보니 여성신문사 기자, 여성문화예술기획 사무국장, 페미니스트저널 <이프> 편집장 등등 와! 이력이 대단하셔서 또 한번 놀랐다.
그러니까 결론은 우리는 모두 다 비슷한 고민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