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저물기를 기원하는 사람.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탸는 그런 사람으로 보였다. 35년간의 반복적이고 폐쇄적이고 소멸에 가까울 수 밖에 없는 작업을 하면서 그는 정신적으로 교양있는(?) 사람이 되어갔지만, 동시에 현실에 머무는 육신은 지우는 일을 해온 것이 아닐까 싶다.은퇴를 하면 자신의 폐지 압축기를 사들여 자신의 공간에 압축기와 함께 머무는 꿈을 꾸었다고는 하지만, 그럴 수 없으리라는 것을 어쩌면 직감하고 있었을 것이라고.무척이나 지적인 철학을 지녔으나 더럽고 비루한 육신을 가진 한탸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해야 할까.읽는 내내 고민했고, 다 읽은 후에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가벼운 볼륨의 책이지만 한번 읽는 것으론 부족한것 같다. 다시 읽어보면 조금 더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플래그를 덕지덕지 붙이며 읽었으나, 재독을 위해 더 긴 글은 쓰지 않겠다.보후밀 흐라발이라는 이름이 입에 붙지 않아, 보리밭보리밭이라고 부른 것도 (작가에게) 사과한다.2017. Feb.
잠시 옆에 와 앉아있다가 멀어져가버린 시. 언제부터 멀어진건지는 모르겠고, 흥미로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다른 생각에 빠져 버린 것 같다.먼 것, 멀어져 간 것, 그래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것, 그건 없는 것이다. 없는 것인 줄 알면서 그걸 믿지 못하는 날들. - 작가의 말.2017. Feb.
붉은 하늘은 별로 내게 마음이 없다새들이 시끄럽게 저녁 둥지에 깃들고그들도 내게는 마음이 없다누군가 지금 나를 오라고 한다면,마음을 준다면?나는 그에게 갈까?뜨거운 마음의 끝은 차가워나는 그냥 간다 - 서천으로 3 중.
조금 옛날 탐정.일본식 년도 표기는 쇼와든 뭐든 들어도 잘 기억 안나고.대충 묘사하는 사회 분위기로 짐작컨데 아마 80년대 무렵 아닐까 한다.단편들인데, 딱히 탐정의 능력이 발휘될 여지도 없는 술술 풀리는? 사건들이어서 김은 좀 샌다.어쨌든 다 읽었다.2017. Feb.
오십여 명의 캐릭터가 조각조각 펼쳐지는 이야기.조각들이 모여 조각보가 되는 느낌이랄까.결국 모두 구조되는 아름다운 결말은 아무래도 잊을 수 없는 참사를 기억하게 하고,캐릭터들의 발랄함과 노곤함 치열함이 적절한 무게로 다가왔다.영화를 볼 때 스쳐가는 단역들의 어느 일면이 부각되어 스토리에 집중할 수 없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그런 단역들의 삶을 한 챕터씩 엿본 기분이기도 하다.단역들도 자신들의 삶은 주역이니까... 단역이라고 표현이 맞지 않다 싶지만.어느 누구의 생도 가볍지 않다는 새삼스러운 생각.나중에 하나도 기억 못하겠지? 니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했는지.의진은 저도 모르게 그런 말을 했다. 우리가, 한사람 한사람이 기억하지 못하는 사랑의 기간들이 얼마나 길까.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더니 눈물이 조금 고였다. 의진답지 않았다. 민희가 보지 못하게 등을 돌렸다. - 141, 김의진.2017. Fe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