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외로움을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김고요 지음 / 별빛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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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깊이 새겨진 나르시즘.

중간에 오탈자를 발견했다. 다른 장르보다 시의 오탈자는 치명적인 듯.
맥락의 이해에는 크게 지장이 없는데 감상의 맥은 확 잘려나간다.

- 시가 뭔지 모른다
그저 어떤 말로도 마음을 설명할 수 없음을 안다
언어 앞에 무기력해질 때마다 썼다 - 시인의 말

- 칫솔의 방향 따위에도 쉽게 마음이 아팠다
다만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거울이고 싶었다
오로지 너로만 대체될 뿐이다 - 거울 중

- 몸 밖으로 터져 나갈 수 있는 꽃들이 부러웠다
나는,
꽃이 아니다 - 사월 중

2019. jul.

#김고요 #나의외로움을궁금해하지않는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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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ㅣ 문학동네 시인선 86
김상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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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너무 와닿은 시들.

김상혁 시인의 시들이 더더 읽고 싶어졌다.

<십일월>과 <나의 여름 속을 걷는 사람에게> 두 시가 특히나 좋다.


- 한 떠돌이 부부가 마을로 흘러들었다.
그들은 주민 가운데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외곽, 아슬아슬한 암벽 밑 울퉁불퉁한 황무지에 집을 지으려고 온 마을에 아부했고 겨우 집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허락한 주민 가운데 그 누구도 땅의 주인은 아니다. 주인은 나중에 온다. 군대와 함께. 부부의 영혼과도 같은 그 집을 무너뜨리러 온다. - 시인의 말

- 먹는 기쁨, 보는 기쁨, 생각하는 기쁨.
영혼의 기쁨 같은 건 없다.
그렇대도 기쁜 영혼 같은 건 있으면 좋겠다. - 기분의 왕 중

- 여전히 귀를 기울인 채로
왼손에 쥔 어둠이 무거우면 오른손으로 그것을 옮겨 쥐다
그런 반복을 이 순간에도 몇 번씩
그렇게 입가를 문지르고 빈주먹을 쥐다 펴고 귀를 기울이고
너희가 맞구나, 너희가 아니구나,
죽은 친구들과 떠난 아이들을 떠올리다 - 맞다, 아니다 중

- 우리는 너를 위해 너무나 오랫동안 기도하다
도무지 신 같은 건 믿을 수 없게 되었다 - 아들에게 중

- 자네의 그림에는 풍경과 생각이 섞여 있어 언덕을 그리고 나면 떠오르는 소리를 거기에 색으로 입히지 어제의 붉은 언덕을 오르던 사람이 오늘의 검은 언덕을 내려가는 식이라네 왜 석양을 바라보는 일은 눈을 감는 일보다는 항상 덜 슬픈가 - 십일월 중

2019.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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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의 열매
한강 지음 / 창비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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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에 대한 집착과도 같은 깊은 사유.
먹는 다는 행위를 상당히 공격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이해가 되기도 아니기도 했다.

8개의 단편 대부분은 이미 읽은 것이고 이 책은 너무 오래 책장에 머물러 있었다.
좋다는 마음과 별개로, 폭염의 시간 속에서 읽고 있자면 뙤약볕에 말라가는 식물이 되는 기분이 된다.

여전히 좋은 작가 한강. 신작 소식이 있을거라고 하더니 너무 무소식 중이다...

- 나는 때로 다쳤다. 집착했고 욕망했고 스스로를 미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부끄러움을 배웠고, 점점 낮아졌고 작아졌고, 그래서 그 가난한 마음으로 삶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다. 오래, 깊숙이 들여다보려 애썼던 것 같다. 그러는 동안 글쓰기는 나에게 존재하는 방식이었다. 숨쉴 통로였다. 때로 기적처럼, 때로는 태연한 걸음걸이로 내 귀를 끌고 갔다. 나무들과 햇빛과 공기, 어둠과 불 켜진 창들, 죽어간 것들과 살아 꿈틀거리는 것들 속에서 모든 것이 생생했다. 그보다 더 생생할 수 없었다. - 작가의 말 중

- 눈물로 세상을 버티려고 하지마라.
때리는 사람도 힘들었던지 호흡을 고르며, 그러나 당신의 매질에 감정이 없었다는 것을 보이려는 듯 침착하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어머니는 되뇌곤 했다. - 80, 아기 부처

- 세계가 다른 방식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모든 것을 낯설게, 그리고 오래 바라보았다. 선한 것과 악한 것, 의무와 책임과 방기, 진실과 거짓 따위하 내 눈앞에서 경계선을 무너뜨려 갔다. 나는 그 혼란에 더 이상 놀라거나 당혹스러워하지 않았다. 다만 잠자코 바라보았다. 그 간격이 나를 구해주었다. - 93, 아기 부처

- 저것들, 다 어디서 왔을까.
그러던 어느날인가, 들릴 듯 말 듯한 쉰 목소리로 아내는 꿈결처럼 물은 적이 있다.
...... 다들 어디로 저렇게 달려가는 거야? - 225, 내 여자의 열매

2019.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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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권수연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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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존재가 너무 가벼워서 ‘인형’, 불가해한 존재라 ‘어둠’과 동일시.....

여권이란 것이 하찮은 사회라는 것이 절절하게 느껴지는데,
일단 작가의 시선이 의문인것이다.
살갑진 않았어도 다정은 했다면서 엄마를 인형이라고 부르는 지점, 보조적 존재로서 엄마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 할머니와 엄마의 고부갈등을 뒷걸음쳐 바라보는 아들의 태도.... 이런 것들...
엄마의 보호자 역할을 담당하면서 자신을 양육한 엄마를 철부지 애 다루듯 하며 애처로워하고 한심해 한다.

그녀의 사회적 지위와 세상을 보는 평면적이고 제한적인 시각이
자신이 살고 있는 가부장제 사회의 어쩌면 당연한 결과임은 몰이해(혹은 무관심) 하고 있기 때문인가? 남편 사후에 자발적인 유폐가 진급을 의미한다고.... 아아... 생각하기 싫지만 너무 현실적인 문제이다.

얼마 전 어떤 기사에서 중동 지역의 딸들을 남장을 시키고 아들처럼 키우는 사례를 읽었다.
사회적 활동을 통해 가족의 경제적인 면을 일부 책임지는 의미도 있으나, 차별적 사회 속에서 차라리 성별을 감추고 교육을 받고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한 자리를 매김하게 하려는 일부 부모들의 편법인듯 했다.
그렇게 키워진 딸들은 성정체성의 혼란도 어쩌면 겪겠지만, 삶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 이유겠지.

이 이야기에는, 물론 이 주제 외에도 세대의 불화, 인간에 대한 연민, 이해 등등이 담겨있기는 하다.
그러나 답답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 이 유폐가 일종의 지위를 규정했다는 것, 즉 사회생활의 위계 속에서 진급을 의미했다는 것이다. - 26

- 법이 명한다면, 인형은 보호받을지니. 그 사람, 남편에게서, 무슨 일이 있어도. 어디서든 영원히. 무덤까지......- 47

- 그가 어머니로서의 일체의 자유와 권위를 단념하고 순진무구한 인형이 됨으로써, 자유가 그토록 귀해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세상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내게 마련해 준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 82
2019.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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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말 - 소박한 개인주의자의 인터뷰 ㅣ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박완서 지음 / 마음산책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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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겨둘 삶의 자세들을 이야기한다.
앞선 세대의 고루한 면도 어쩔수 없이 보이지만, 담을 말들의 비중이 더 큰 인터뷰들.

좋은 글을 쓴 작가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삶의 태도랄까 그런 면에서 존경스럽다.

시차가 존재하는 인터뷰들이다 보니, 인터뷰어... 의 질문이 쫌 뭣같을 때가 있다. ;;

- 현대사회 속에서 다른 유형의 윤리나 관습 등은 단시간 내에 붕괴하는데 유독 가족 윤리만은 그 변화나 붕괴의 속도가 매우 더딥니다. 우리 사회 속에 아직도 존재하며 기존 가족 윤리의 붕괴를 경고하는 사람들이 소위 유림들이죠. 이들의 주장이 여태껏 유효하다는 게 그것을 입증하지요. 그러니 가족 사회 속에서의 남녀 관계는 마치 정치권 속에서의 여야 관계 같은가 봅니다. 남성들은 분명 기득권자이면서 여성 상위니 경제권을 빼앗겼느니 하는 말들로 여성들을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마음 밑바닥을 들여다 보자면, 실제의 권한 만은 조금도 내놓고 싶지 않은게 사실이지요. - 59

- 어떻게 보면 난 좋은 의미의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해요. 내가 중하니까 남도 중한거지, 전체를 위해서 나 개인을 희생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런 소박한 민주주의 개념이 남자와 여자 사이라고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정도의 생각 밖에 전 없습니다. 여자도 그런 기본적인 인간 대우를 받아야 하고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 이거지 어떤 굉장한 이론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사람을 억압하는 사회가 싫은 거죠. - 89

- 어느 추모시에서 “인간이란 존재는 부재 속에서도 존재한다”라는 구절을 읽었어요. 맞는 말인것 같아요. 이 세상에, 그리고 내 곁에 없는 사람들을 우리는 평소에 많이 생각하잖아요? 제 경우도 이미 없는 이에 대한 생각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요. 부재하지만 제 생각속에서는 공존하고 있는 것이죠. - 188

2019.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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