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의 열매
한강 지음 / 창비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식물성에 대한 집착과도 같은 깊은 사유.
먹는 다는 행위를 상당히 공격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이해가 되기도 아니기도 했다.

8개의 단편 대부분은 이미 읽은 것이고 이 책은 너무 오래 책장에 머물러 있었다.
좋다는 마음과 별개로, 폭염의 시간 속에서 읽고 있자면 뙤약볕에 말라가는 식물이 되는 기분이 된다.

여전히 좋은 작가 한강. 신작 소식이 있을거라고 하더니 너무 무소식 중이다...

- 나는 때로 다쳤다. 집착했고 욕망했고 스스로를 미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부끄러움을 배웠고, 점점 낮아졌고 작아졌고, 그래서 그 가난한 마음으로 삶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다. 오래, 깊숙이 들여다보려 애썼던 것 같다. 그러는 동안 글쓰기는 나에게 존재하는 방식이었다. 숨쉴 통로였다. 때로 기적처럼, 때로는 태연한 걸음걸이로 내 귀를 끌고 갔다. 나무들과 햇빛과 공기, 어둠과 불 켜진 창들, 죽어간 것들과 살아 꿈틀거리는 것들 속에서 모든 것이 생생했다. 그보다 더 생생할 수 없었다. - 작가의 말 중

- 눈물로 세상을 버티려고 하지마라.
때리는 사람도 힘들었던지 호흡을 고르며, 그러나 당신의 매질에 감정이 없었다는 것을 보이려는 듯 침착하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어머니는 되뇌곤 했다. - 80, 아기 부처

- 세계가 다른 방식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모든 것을 낯설게, 그리고 오래 바라보았다. 선한 것과 악한 것, 의무와 책임과 방기, 진실과 거짓 따위하 내 눈앞에서 경계선을 무너뜨려 갔다. 나는 그 혼란에 더 이상 놀라거나 당혹스러워하지 않았다. 다만 잠자코 바라보았다. 그 간격이 나를 구해주었다. - 93, 아기 부처

- 저것들, 다 어디서 왔을까.
그러던 어느날인가, 들릴 듯 말 듯한 쉰 목소리로 아내는 꿈결처럼 물은 적이 있다.
...... 다들 어디로 저렇게 달려가는 거야? - 225, 내 여자의 열매

2019.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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