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미궁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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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사는 연애사대로 조금 심심하고,
방사능 얘긴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그다지 우호적이랄수 없는 요즘 한일 상황과 맞물려 저나라 리더가 저따위라 괜찮을까 싶은 감상이다.

방화에 경도? 되는 것은 일본색이라고 할만 할까? 적어도 문학에서?

- 나는 텔레비전에서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를 두고 십만년이라는 시간을 진지한 표정으로 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분명 숫자로는 기술할 수 있다. 그러나 대체 누가 그런 시간을 손안에서 다룰 수 있단 말인가? - 209

2019.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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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양의 섬
샤론 볼턴 지음, 김진석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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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은 많지만 사교성 결핍에 시달리는 여성 주인공과 여성 동료들이 풀어가는 사건. 이라는 장르를 뭐라고 지칭하는게 있나 모르겠다. 여튼 그런 장르가 있다면 매우 적합할 스토리를 주로(두권 읽음) 쓰는듯한 샤론 볼턴의 데뷔작이다.

이야기 초반에는 어딘지 모르게 조심스럽고 자존감이 부족해 마음 한구석은 쭈글하고, 남성적 매력에 쉽게 현혹?되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앞뒤 재지않는 추진력의 주인공이다. 이제까지 작가의 책 두권 모두 여성 캐릭터들이 건강하다는게 특징이랄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매우 건강한 사람들이라 1세계 여성들의 건강함과는 양적 차이가 있겠으나 어느정도 자극이 되기도 한다.

낙태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 여성들을 속여 영아매매를 한다..라는 설정은 글쎄 가능할까 싶지만,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쓴 이야기다.
외딴 섬, 문화적으로 고립된 지역의 의심스러운 패거리의 남성들이 가해자인것을 보다보면 아무래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저런 요주의가 필요한 남성들에 대해서는 공동체적으로 제재가 필요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이 코앞에 닥쳐도 멈추지 않는 주인공 토라의 직진본능은 조금 말리고 싶기도 하다.
또 다른 주인공인 데이나와 가까워진 토라에게 데이나의 결점을 늘어놓으며 여성 경찰에 대해 비판적인 논평을 주저리는 사람들을 보면 여성들 간의 연대를 방해하는 행위는 영국이나 혹은 다른 어디거나 마찬가지 일까 싶기도 하다.

- ˝이 분야에 여성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앞에놓인 술을 홀짝이며 내가 말했다. 나는 너무 빠르게 마시고 있었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지. 설마 여자들이 더 상냥하고 교감을 잘한다는 둥, 낡고 틀에 박힌 소릴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런거요?˝ ˝그보다는 여자들이 덜 오만하고, 덜 으스대고, 또 자신이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할 가능성이 적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75

- 어떤 믿음에 깊게 몰입하면, 결국에 그것은 일종의 진실이 되는 법이다. - 549

2019.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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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 주문 - 일터의 여성들에게 필요한 말, 글, 네트워킹
이다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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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재취업 옵션이 사라진 경제력의 측면에서 심리적으로 움츠러드는 시기를 겪는(겪을) 여성들에게 당연하게도 필요한 말들이다.

교과서적 당연한 말이라 생각하지만, 이 조차 생경한 말일 뿐인 이들도 있다. 아득...

기운을 북돋우려 읽어 본 책.

- 누구 한 사람만 앞에 있어도, 한 명만 눈에 보여도, 그 길을 선택하는 일에 도움이 된다. - 10

- 여성이 겪는 차별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 세상은 그것을 없는 것으로 친다. 내가 사랑한 사람이, 내가 헌신한 세계가 사실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 역시 거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여성으로서 나 자신을 자각하고 세상의 여성에 대한 차별에 눈떠야 하냐고? 그것은 도무지 진단명이 나오지 않던, 수많은 여성들의 승진누락, 조기퇴직, 낮은 임금, 쉬운 해고 등의 문제들에 대한 답이기 때문이다. - 18

- 아이가 있는 여성은 남편처럼 풀타임으로 일해도 육아와 가사에 할애하는 시간이 남편보다 주당 9시간이 더 많다. (미국의 경우다) 1년이면 풀타임 직장을 3개월 더 다니는 것과 같으며, 이것이 임금 격차의 핵심이다. - 194

2019.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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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러비드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6
토니 모리슨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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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장면, 예견되는 풍경 그 모든 걸 뛰어넘는 인간성이 말살되고 픽밥받는 개인이 무너지는 장면들의 연속이다.
뜨겁게 고통스러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야기라서 머리가 아플 정도로 몰두한 독서였다.

‘사랑받은‘ 인간이고 싶은 간절함이 그것이 허락되지 않는 환경 속에서 극단적이 사건이 된다. 그렇게 하게 되는 선택이 틀렸다거나 불가해한 일이라 할 수 조차 없겠다 싶은 무거운 마음이 남는다. 최악의 상황을 액면 그대로 이해해보려는 독자로서의 시도조차 죄책감을 남기는 비이성의 시대를 읽는 일은 고단하기 조차 하다.

직접적인 구체적 묘사가 없어서 다행일지 모르겠지만, 벌어지는 일의 한계를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나의 상상력이 더 끔찍해졌다. 나의 이 소스라칠 감정은 안중에도 없는 세서는 자꾸 앞으로 내일로 걸어간다.

- 내 백성이 아니었던 자들을 내 백성이라, 사랑받지 못하던 자들을 사랑하는 자라 부르리라. - 로마서 9:45

- 내 등에는 나무가 자라고, 내 집에서는 귀신이 나오고, 그 사이엔 품에 안은 딸 아이 하나 밖에 없지만 더 이상 도망은 안쳐. 절대로. 이 세상 그 무엇도 두 번 다시 날 도망치게 하지 못해. - 33

- 세월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단다. 세월이란 걸 믿기가 힘들다고. 어떤 순간은 떠나가. 그냥 흘러가지. 또 어떤 순간은 그냥 머물러 있고. 예전에는 그게 내 재기억 때문이라고 생각했단다. 너도 알 거야. 어떤 일들은 까맣게 잊어 버리지만, 또 어떤 일들은 절대 잊지 못하잖니.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 (...) 내 말은, 설사 내가 그걸 생각하지 않더라도, 심지어 내가 죽더라도, 내가 했거나 알았거나 본 일들의 광경은 여전히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거지. 그 일이 벌어진 바로 그 자리에. - 67

- 그녀는 삶을 정화하라든가, 가서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들이 이 땅의 축복받은 존재라든가, 세상을 물려받을 온화한 존재라든가, 영광을 누릴 순결한 존재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은총은 오직 그들이 상상할 수 있는 은총 뿐이라고 말했다. 은총을 볼 수 없다면, 누리리 수도 없다고. - 149

- 세발달린 개처럼 절뚝거리는 예순도 넘은 노예 할망구에게 자유가 무슨 소용이란 말이냐? 그리고 마침내 자유의 땅에 발을 내디뎠을 때, 베이비 석스는 자기도 몰랐던 사실을 아들 핼리가 알고 있었다는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자유로운 공기라고는 단 한 숨도 마셔보지 못한 핼리가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이 세상에 자유처럼 좋은 게 없다는 사실을, 베이비 석스는 그게 두려웠다. 뭔가 잘못되었다. 뭐가 문제일까? 뭘까? 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녀는 자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고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의 손이 보였고, 눈 앞이 아찔할 만큼 단순 명쾌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 손은 내거야. 내 손이야.˝ 뒤이어 가슴이 쿵쿵 거리는 것이 느껴졌고, 또 다른 무언가를 새로 발견했다. 자신의 심장박동이었다. 이게 내내 여기 있었단 말인가? 이 쿵쿵 뛰는 것이? 그녀는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져서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가너씨가 고개를 돌려 커다란 갈색 눈으로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뭐가 그렇게 우습니, 제니?˝ 그녀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제 심장이 뛰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 235

- 정원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다가오는 그들을 보고, 학교 선생의 모자를 알아보았을때, 그녀는 날개가 파닥이는 소리를 들었다. 작은 벌새들이 바늘처럼 뾰족한 부리로 머릿수건을 뚫고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를 콕콕 쪼아대며 날개를 파닥거렸다. 혹시 생각이라는 걸 했다면,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라는 절규 뿐이었다. 간단했다. 그녀는 무작정 달려갔다. 자신이 만든 생명들, 귀중하고 멋지고 아름다운 자신의 일부들을 빠짐없이 끌어모아서, 이 세상의 장막 너머 멀리, 아무도 그들을 해칠 수 없는 저편으로 들고, 밀고 끌고 갔던 것이다. - 270

- 당신과 나, 우리에겐 어느 누구보다 많은 어제가 있어. 이젠 무엇이 됐든 내일이 필요해. - 445

- 글로 쓰기엔 분노는 너무 시시하고 연민은 너무 질척거리는 감정입니다. - 토니 모리슨 인터뷰 중

2019.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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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과거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531
장승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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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료하지만 흐릿하고, 무언가에 대한 후회와 무언가에 대한 기대의 감정이 반복되었다. 그 감정이 나쁘지 않았다.

- 네가 내게 온 건 어제일 같고,
네가 나를 떠난 건 아주 오래 전 일 같다 - 시인의 말

<에덴의 서쪽>
나뭇잎으로 가려지지 않는 앙상함
허기를 추월한
더 이상 발라낼 수 없는 빛 앞에서
눈이 부시다
셀 수 없는데도 부족하다

<달콤한 인생>
내가 한말 하나에도 겁을 먹었어 무수하게 취소한 말들이 비로 내렸어 비가 시체를 건너뛰었어 시체가 웃음을 터뜨렸어 달콤한 것들이 얼마나 짠지 계속 물을 들이켜야 했어 갈증이 비를 취소했어 저 비를 잊어 버리면 안되는데 안 되는데만 기억이 났어 엄마를 때렸어 잘못했어와 미안해를 구분하지 못했어 모르는 걸 아는 것보다 모르지 않는 걸 아는 것이 더 어려웠어 사면이 예리한 유리와 춤을 추는 동안 붉게 지는 해가 아름다웠어

2019.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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