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웃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고재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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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에 태어난 아버지뻘의 작가의 개키우기 이야기다.

구지 생년을 언급한 것은, 그에 걸맞게 마초적이기 때문이고,

개와 살기가 아니라 개키우기라고 한 것은, 요즘의 반려인들의 삶의 방식과는 동떨어진 그야말로 옛날 사람 개키우기 방식이기 때문이다.

문화적 차이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고, 그 세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 뭐 다 그런 법이었으니 그 정도는 익스큐즈...하고 넘어간다.

견종을 선택할 때도 무조건 대형견, 이라는 작가의 관점...

뭐 .. 그것도 개인의 선호차이니까....

라고 이해와 이해를 거듭하며 읽다가 문득 든 생각은 이거다.

내가 왜 구지 이 사람의 이런 저런 것들을 그래 그렇다 치자...라며 이해까지 해가며 읽어야 하나...

물론 작가도 결국 자신의 방식이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왜 개를 키우기는 하지만 개와 친구가 될 수 없었는지를 결국엔 이해한다.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

글 속에 많은 개들이 거쳐갔지만, 그 중 유독 엄살많고 궁시렁 대는 개가 기억에 남는다.

나도 세상을 향해 장황하게 호소하는 개를 한 마리 알고 있기 때문이다. ㅋㅋ

개집에 가둬 키운 대부분의 개는 주인의 어리석음 탓에 개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없었고, 그 때문에 우리는 그저 개를 길렀다는 이상의 감동을 얻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간단한 사실을 알기까지 길고 긴 시간을 허비하면서 수많은 개를 불행하게 만들고 말았다. 이런 것도 모르면서 소설가랍시고 잘도 행세해 왔다, 라고 낙담할 때가 종종 있다. - 267

2016.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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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것들의 낮 ㅣ 민음의 시 216
유계영 지음 / 민음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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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할 수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가 좋다 - 내일의 처세술 중

너도 나도 다 가진 비밀이라면
난 다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봐, 이렇게 쉬운 평화 - 아이스크림 중

오늘이 불편하면 내일을 기다리면 된다 - 활 중

세계로 나아가려는 시인이라는 해설에

내가 어느 부분을 부정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201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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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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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잔혹한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고, 그것들이 보여주는 피의 환타지를 즐기는 편이다.

그런 만큼 잔혹한 이야기에 대한 기준도 높다.

그래서 였는지 개봉 전 부터 <곡성>이 엄청나게 기다려졌다.

왠만하면 개봉하는 날, 그 날 보러가야지. 되도록이면 늦은 심야 시간에 집에 올수 있게 그렇게 혼자 봐야지.하고 생각했다.

과연 개봉 당일 저녁 아홉시 사십분 회차를 예매하고 집근처의 상영관으로 향할 무렵, 날씨도 어쩜 을씨년 스럽게 차가운 바람이 후웅후웅 불어주었다. 모든 물리적 조건은 완벽했다.
아. 너무 무서워서 집에도 못오는거 아닐까하는 말도 안되는 기대를 하면서...

그렇게 봤는데.

지루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한건 아니고, 두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인데 한시간 오십분쯤 본듯한 지루함. 중간중간 뭣들하는건가...하는 그런 지루함.

피를 뒤집어 쓰고 잔혹하게 난도질 당했지만,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엄마야...하는게 아니라, 저것은 무엇인고...하며 몸을 앞으로 당기며 뚫어지게 쳐다보게 되는 그런거...



정유정의 전작 중 <7년의 밤>은 정말 손에 꼽을만한 스릴이 있었다.

3년만의 신작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지만, 정유정 작가를 믿고 골라들었다.

초반부부터 너무 좋다.

아직 왜인지, 어떻게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미 저질러져 버린 사건이 너무 스릴있는 것이다.

아.. 좋을 것 같다. 끝까지 좋을것 같아..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는다.




그러다 수욜일이 된지 얼마 안된 시간에 어떤 사건 기사를 하나 보게 된다.

강남역 화장실에서 묻지마 살인이 벌어졌다고.

나는 평소 여성혐오에 관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산다.

내가 여성이기에, 살면서 부딪쳐온 수많은 불합리와 불평등 때문에 어쩔수 없이 체득되어온 촉수 랄까.

여지없이 이 사건에서도 여러가지 문제들이 파생되어 나왔다.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어째서 자신과 다른 성별을 지녔다는 이유로, 그 다른 성별의 완력이 자신보다 못하다는 이유로 죽임의 대상이 되어야 하나. 하는 문제와

그 사건에 대해 의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 언론들이 어째서 무책임하고 편견을 조장하는 논조의 기사들을 쏟아내는가 하는 문제와 : ( 묻지마 살인이라니... 범인은 충분히 계획하여 흉기를 준비하고 한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대상을 물색한 후 제압하기 쉬운 여성을 상대로 벌인 범죈데... 어째서 묻지마.인가? )
:( 사건 직후의 기사들을 보면 강남 번화가를 유흥가로 네이밍함으로써 사건 장소를 조신한 여성의 일상과 거리를 두는 용어를 사용했고, 범인의 동기가 여성이 무시해서라고 범인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하며 이 범죄의 책임소재를 어쩐일인지 여성에게 두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으며, 범인은 목사를 꿈꾸던 청년이었음을 강조하며 피의자에게 심각하게 감정이입한 타이틀을 너도나도 뽑아냈다.)

이 흉악한 범죄에 어쩔수 없는 자신의 불쾌한 경험담이 소환되는 여성들의 불안심리를 싸잡아 `나는 범죄자가 아닌데 왜 일반화를 하며 남성을 적으로 보는가`라고 투정부리는 남성들의 젠더 감수성 제로에 수렴하는 소신?발언에 대한 문제까지.

틈날 때마다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트위터 타임라인을 읽는 나의 행동은

그 결과가 분노와 체념과 절망, 우울감 만이 남을 것이 분명한 자해에 가까운 행동인데.

여기에서 눈을 돌려 다른 즐겁고 행복한 일들에 몰두할수 있음에도

이 강남역여성혐오살인사건에서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

이 사건의 전개과정이랄까....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가는지

그런 것들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할 것같은 기분이 든 것이다.



우울의 사이사이 책을 천천히 읽어나가면서.

아.... 내가 왜 이 책을 지금 이 시점에 읽고 있나....하는 한숨이 절로 쉬어진다.

23살의 누구에게도 무해했던 희생자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며,

이 전에 정유정 작가에게 던지던 그 열광을 이번에는 왠지 던지기가 껄끄러워졌다고 느꼈다.

나는 이번 사건에 희생된 피해자에게 다수의 여성을 투영할수 밖에 없게 되면서

이 이야기의 화자인 유진의 독백을 차분하게 들어 줄 이유를 잃었기 때문이다.

악을 그 극한까지 몰며 작품을 써내려간 작가를 생각하면 단지 내가 이 책을 읽는 타이밍이 안좋았다고 해야겠다.

기분도 개떡같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들도 뒤섞여서.

이건 뭐 리뷰라고 하기도 뭐하고.

영화감상평이었다가, 책 리뷰였다가, 어느날 뒤통수를 치듯 일어난 어떤 범죄사건에 대한 개인적 고민이었다가.....

아... 기분이 정말 별로다.

그래서 결론...

이제까지 살아남은 `나`라는 여성에게 뭔가 셀프 위로라도 하고 싶은 아침을 맞이했다는 것........


어머니는 내가 깨어나는 즉시 이모에게 끌고 간다. 내 주치의이자 저명한 정신의학자이며 미래아동청소년병원 원장님인 이모는 나와 눈을 맞추고, 상냥한 어조로 말이 되는 말을 들을 때까지 조곤조곤 묻는다. 약을 왜 끊었니? 솔직하게 말해야 내가 도울 수 있지. 솔직히 말해 `솔직`은 나의 장점이 아니다. 추구하는 가치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건 실용성이며, 당연히 그에 입각한 답을 내놓을 것이다. -17

˝찜찜하다.˝
어머니는 차에 도착해 시동을 건 후에야 입을 열었다.
˝그게 실화라는 게 무섭고, 산다는 게 슬프기도 하고......˝
비로소, 어머니가 영화관 안에서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 이유가 이해됐다. 내겐 신나고 짜릿했던 영화가 사실은 찜찜하고 무섭고 슬픈 이야기인 모양이었다. 어느 지점에서 무서워하고 슬퍼해야 했는지는 여전히 짐작조차 되지 않았지만.
˝행복한 이야기는 대부분 진실이 아니에요.˝
해진은 잠시 틈을 두었다가 대꾸했다. 나는 고개를 뒤로 돌려 해진을 봤다.
˝희망을 가진다고 절망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요. 세상은 사칙연산처럼 분명하지 않아요. 인간은 연산보다 더 복잡하니까요.˝
해진은 나와 시선을 맞대왔다. 그렇지?라고 묻는 눈이었으나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뭔 얘기를 하는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 66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모여 산다. 각자의 삶에서 제각각 별짓을 다하며 살아간다. 그들 중 누군가는 살인자가 될 것이다. 우발적으로, 분노로, 혹은 재미로. 그게 인생이고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 83



2016.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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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6-05-19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건. 진짜... 답답... 착찹... 무섭... 괴롭..

hellas 2016-05-19 09:07   좋아요 1 | URL
페미니스트선언이 대략 일년쯤 전 일이네요. 강간은 안돼 그게 이해가 안돼? 를 외치다. 이젠 살인은 안돼 그게 이해가 안돼? 를 외쳐야한다니 퇴행이랄까......
 
핑거스미스 ㅣ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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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을 앞둔 박찬욱감독의 영화 아가씨 덕에 캐릭터들의 이미지가 생겨버려서

몰입이 안되면 어쩌나 싶었는데...

역시 감독 눈은 인정.

어찌나 딱 김민희, 하정우, 조진웅으로 보이는지 그 외에 어떤 다른 이미지가 필요없을 정도였다.

영국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는데, 그건 안봐서 모르겠고.

볼륨이 꽤 되지만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이야기.

반전과 반전과 반전이 기승전결을 대신한 달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건. 쓸데없이 두꺼운 책은 아니었다는 것.

그렇지만, 또 다른 세라 워터스의 작품을 읽게 될런지는 모르겠다.

원작과는 색채가 다를지 모르겠지만 영화도 기대된다.

빅토리아 풍의 배경을 일제강점기로 옮긴 작업도 흥미로울것 같다.

몰입도나 흥미면에선 금방 읽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이런저런 마음 산란한 일로 며칠 걸린건 좀 아쉽다.

이런 스토리는 진공청소기처럼 훅!하고 읽어야 더 재밌는데..


우리는 비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진짜 비밀이었고 비열한 비밀이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밀이었다. 지금에 와서 나는 무엇인가를 알고 있던 사람은 누구이며,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은 누구이며, 모든 것을 알고 있던 사람은 누구이며, 사기꾼은 누구인지 정리해 보려 하지만 결국은 포기하고 만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 145

<모든 게.> 내가 혼자 중얼거린다. <변했어.> 예전엔 내가 죽어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수가 내 안의 생명을, 내 깊은 곳을 건드렸다. 수는 내게 살을 돌려주고 나를 활짝 열었다. <모든 게 변했어.> - 372

2016.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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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대화는 이런 것입니다 ㅣ 문학동네 시인선 80
박시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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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마음에 드는 색이다.

단어와 단어 사이에 짧지만 묵직한 pause가 있는 그런 시들.


너는 슬픈 시를 쓰는구나.
슬픔이 시가 되었으니 안 슬퍼야 할 텐데.
시가 된 슬픔은 어느 다른 나라로
잠시 여행을 간 거야.
어느 날 건강히 다시 돌아올 거란다. - 일요일 중

종종 다른 영혼과 어깨동무를 했다
별이 그늘을 비추는 것처럼
우린 당연하고 미약했다 - 묘비들 중

언젠가 삶은 사라지게 될 거야
아무것도 슬프지 않을 거야 - 구체적으로 살고 싶어 중

내가 가장 슬펐을 때가
검고 탁하다고 해서
밤이 밤이 아닐 것을 바랄 수는 없었다 - 밤 전문

2016.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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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5-11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 민트 하이그로시가 바랜 싱크대 생각이 나는 건 왤까요? ^^ㅋ 이런 컬러는 혼자 있음 너무 튀어서 동일계열이 주욱 같이 있어줘야 ....곱디 곱게 느껴져요.
너무 난색을 표했나요? ㅎㅎㅎ 그치만 예쁘긴 합니다. ^^ (결론은 이 시집 시리즈대로 다 보고 싶다 ..뭐 그런 얘기...)

hellas 2016-05-11 15:11   좋아요 1 | URL
표지색은 좀 그렇죠? 전 시의 색이 좋았어요:)

[그장소] 2016-05-11 16:38   좋아요 0 | URL
시는 대게 다 좋더라고요 ... 당장 와닿지 않는
시들도 일정 시간이 지난후엔 문들 마음에 들어와 버리곤해서 무조건 읽는 식이예요..^^
시의 색을 말씀하신거였군요~ 근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