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의 삶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The Imagined Life - andrew porter

40년간 왕래 없던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추적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야기.

아버지의 정신적 문제로 가정이 파탄 났던 걸까? 하는 확신에 가까운 의문을 가진 중년의 아들은
자신이 뭘 하려는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천천히 아버지의 자취를 찾아간다.
이러한 추적의 원동력은 아마도 자신의 예민함과 부부 사이의 불화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아보려던 것에 기인할 수 있다.

결국 아버지는 떠났지만 그의 모든 배경과 지식의 정수를 자양분 삼아 자라난 아들의 뒤늦은 자아 찾기 랄 수 있겠다.
아버지라는 인물의 비대한 자아와 유약함이 주인공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준 지점이 안타까울 뿐.
"누구나 높이 나는 건 아니다."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스티븐의 변명, 자기변호는 결국
진실을 알게 될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 자신이 현재의 자신과 가족을 망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죄책감, 아버지에 대한 완결되지 못한 용서와 그보다 더 크게 자리 잡은 분노 때문이었음을 보여주는데,

대단치 않은 삶으로 귀결된 모든 결론에 대한 원망도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을 애정하고 있다는 마음을 인정하면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

복잡한 심리이고, 딱히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왠지 모르게 나를 치유하는 느낌을 받는다.


+ 또 한 번의 읽어야 함 플래그가 떴는데. 그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평생에 걸쳐 여러 번 다시 읽을 수 있고 각기 다른 나이에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언급.(p. 77) 과연 읽게 될까..

+ FleetwoodMac - Rumours 아티스트와 음악을 알게 되어 좋았다.


- 어머니는 아버지를 공감과 연민이 뒤섞인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 순간 어머니가 느꼈을 감정을 굳이 짐작하자면, 그건 아마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말했듯이 확신할 수는 없으며 어쨌거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그날 밤 아버지를 바라보던 어머니의 눈빛, 마침내 우리를 발견하고 이쪽을 돌아보던 아버지, 마당 가장자리의 그늘에 서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던 아버지다. 그는 우리를 사랑하는 남자처럼, 우리에게 절대로 상처 주지 않을 남자처럼 온화하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 40

- 나는 늘 아버지나 줄리언이나 앨리슨 같은 사람들을 선망했다. 나 자신은 그런 걸 가져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런 목적 의식을 가져본 적이 없으니까. 대신 나는 언제나 벙커에 숨어 파편을 피하거나 허깨비 같은 기억과 꿈을 좇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인생의 절반 정도는 내가 실재한다는 느낌도 없이 살아왔다. 마치 속이 텅 빈 채 내버려진 것처럼. 마치 다른 사람 인생의 찌꺼기가 된 것처럼. - 135

- 우리는 함께 웃음을 터뜨렸고, 어머니가 나를 한 번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뭐, 말했듯이, 우리와 영원히 함께 있진 않을 거야." 그리고 그건 어쩌면 어머니가 자신에게도 해왔던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렇게 선을 그어 그의 존재를 감당했을 것이다. 그가 영원히 곁에 있진 않을 거라고. "있잖아, 어떤 사람은 우리 삶에 잠시 들어왔다가," 어머니는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고, 물 위에 햇빛이 반짝였다. "그냥 그렇게-" 어머니는 머리 위로 손을 거칠게 내저었다. "그냥 그렇게, 사라지는 거야." - 146

- 아버지는 고개를 내저으며 잘생긴 얼굴을 연신 찡그리거나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에는 그즈음 거의 볼 수 없었던 희망과 낙관이 있었다. 이후 그것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겠지만 그날 밤 우리가 소파에 함께 앉아 있는 동안에는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그때 이유 없이 느껴지던 외로움도 기억한다. 마치 무언가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것이 사라지기 직전에 감지하듯이,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그것이 사라지기 훨씬 전부터 그리워하기 시작하듯이. - 237

- 이십대와 삼십대 시절 내내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에게 화가 나지는 않았다. 무슨 일인가 일어났다. 내게 아이가 생겨서일 수도 있고, 세월이 흘러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 모두 타고난 결함이 있기에 이기심이나 그른 결정, 잘못된 판단과 같은 함정에 빠지기 쉽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어서일 수도 있다. - 292

- "문제는," 차우가 얼마 뒤에 말했다. "그런 일이 우리 중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다는 거야. 또는 우리가 아는 누구에게든. 우리가 아는 누군가가 갑자기 존재하지 않게 될 수 있어. 사라져버릴 수 있다고." - 329

- 우리 마음속에서 사람들은 즉시 죽지 않고 어떤 삶의 기운에 잠긴 채 남아 있는데, 그것은 진정한 불멸과는 관련이 없지만 이를 통해 살아 있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계속해서 우리의 생각 속에 머문다. 마치 그들이 해외여행을 떠난 것처럼. - 337

- 엘리슨은 차분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음, 사실 이건 당신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야, 스티븐."
"무슨 말이야?"
"당신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앨리슨이 말했다. "이건 당신 문제가 아니야." 그녀는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 모든 건 사실 당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야." - 348

- 상상 속의 삶에서는 모든 것이 다르다. - 421

- 진정한 낙원은 우리가 잃어버린 낙원이다. - 423

- 그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누구나 높이 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선지 그들은 이 문구가 굉장히 우습다고, 너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 말 뒤에 살짝 감춰진 모욕 때문에, 혹은 미묘한 가혹함 때문에 그랬겠지만 확실히는 모르겠다. - 430

- 다시 해변을 내려다보니 앨리슨과 핀이 나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도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나서 한동안 그대로 앉아 바라보았다. 이제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이 금빛으로 빛났고 세상은 돌연 고요해졌다. - 441


2026. aug.

#상상속의삶 #앤드루포터 #문학동네 #theimaginedlife #andrewporte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도덕적 혼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moral disorder - margaret atwood

그다지 직시하고 싶진 않은 삶의 단면들.

시대적, 지역적, 문화적인 부분들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그럴 때가 있다. 배경이 너무 멀어도 잘 읽을 수 있는 때와 그렇지 않은 때.

나에겐 여성 서사에 대한 관점을 공유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애트우드의 이야기는 조금 자세한 배경 서사가 필요한 것 같다.
불필요하다 여겨지는 지점들을 건너뛰고 훅 이야기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 집중이 좀 부족했던 이유 중 하나를 더 말한다면,
글씨가 너무 흐렸다. 이럴 땐 눈 노화가 아주 짜증스럽다.
더위와 노안과 딴 세상 이야기의 콜라보는 좋지 않다.

- 하지만 나쁜 소식은 예전에도 존재했고, 우리는 그것을 해쳐 왔다. 자신이 태어나기 전, 또는 아직 손가락 빠는 아이였을 때 일어난 사건을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말한다. 나는 그 표현이 아주 마음에 든다. 우리는 그것을 헤쳐 왔다. 자신이 직접 겪지 않았던 사건에 대해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다. 마치 우리라는 클럽에 가입하고, 그 자격을 따기 위해 조잡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우리 배지를 달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헤쳐 왔다는 표현은 활기를 북돋아 준다. 그것은 일종의 진군, 행렬을 떠올리게 한다. - 13, 나쁜 소식

- 현재의 우리를 규정하는 시제들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그때 그 시절과 같은 과거 시제, 그리고 아직까지는 아닌 같은 미래 시제. 우리는 이 두 시제 사이에 존재하는 작은 틈에서 살아간다. 최근에 와서야 우리는 그 공간이 여전히라는 시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틈새와 별다를 바 없는 크기다. - 14, 나쁜 소식

- 할로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명절이었다. 그날을 왜 그렇게 좋아했던가? 아마도 나 자신으로부터, 혹은 나 자신인 척하는 것으로부터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 자신인 척하는 것은 점점 더 편리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남들 앞에서 그러기가 점점 더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 52, 머리 없는 기수

- 시의 첫 행은 언제나 가장 중요합니다, 학생 여러분, 베시 양은 말할 것이다. 시 전체의 분위기를 조성하죠. 그다음을 봅시다.
그러는 사이, 나 자신은 어두운 터널 속에 있게 될 것이다. 나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는 새로운 것들을 발견 해 낼 것이다. 나는 완전히 혼자일 것이다. - 140, 나의 전 공작 부인

- 대화를 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말 대신 자리를 차지한 침묵은 그 자체가 어떤 방식의 말이 되었다. 이 침묵 속에서 언어는 유예 상태로 걸려 있었다. 그것은 많은 질문을 담고 있었지만, 확실한 대답은 없었다. - 263, 흰 말

- 그 모든 불안과 분노, 그 애매모호한 선한 의도들, 모든 얽힌 삶 들, 그 피. 나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고 그것을 묻어 버릴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이야기가 될 것이다. 아니면 우리는 혼령이 될 것이다. 어쩌면 그 두 가지는 똑같은 것일 수도 있다. - 326, 혼령들


2026. aug.

#도덕적혼란 #마거릿애트우드 #민음사 #moraldisorder #margaretatwood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
박상영 지음 / 래빗홀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방대한 현대 경제사와 버무리느라 보여주기에 급급하다고 느껴지는 이야기.

인물 묘사도 깊지 않아서 웹소설(웹소설을 읽어본 게 거의 없어, 편견에 의한 폄하일 수 있겠다.. 한번 읽어봐야겠다.) 같다는 느낌이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고백 못 한 귀신이라도 붙은 듯, 주인공을 마주치기만 해도 사연을 줄줄 고백하는 것이 너무나 안일하고 편리한 설정이 아닌지...

미스터리라는 장르로 마케팅을 하는 듯하지만,
조금 긴 시간을 다룬 사건 일지처럼 조급하게 내달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신파적인 내용으로 망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도 그렇게 신선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열거된 단점들이.. 좀 가혹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박상영 작가라는 느낌도 그다지 들지 않는, 작가에게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전작들이 내 취향과 크게 맞닿아 있진 않았어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혔던 것과 비교해 그러하다.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다층적인 소수성과 결핍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작가의 인터뷰 내용을 보았는데, 그럼에도 끝까지 어떤 지점은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닌지 싶다.


- "왜죠? 왜 하필 두 분이었을까요."
"가장 가진 게 없었기 때문에."
"네?"
"가진 것 없고 결핍이 있는 사람일수록 누구보다 절박해지기 마련이니까. 그 여자는 그걸 너무 잘 알고 있었지." - 100

- 하나는 점점 막막해졌다.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이름이 기록 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권력에서 밀려난 사람들, 죄를 감춘 사람들, 끝내 정리하지 못한 감정을 품은 사람들. 그들은 모두 이야기의 중간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하나는 문득 생각했다. 살아 있는 동안 끝내 입을 다물어야 했던 사람들, 말하지 못한 사연들은 결국 어디에 쌓이는 걸까. 기억에서 잊힌 이름들과 이야기들이 모이는 장소가 있다면 그곳은 과연 어디일까. - 166

- 어쩌면 나는 여전히, 오래전 불길 속에 던져버렸다고 믿었던 지푸라기 왕관의 잔해를 머리 위에 얹어놓은 채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 타버려 모양조차 제대로 남아 있지 않지만, 그 흔적만은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나를 놓아주지 않고 있는 것일지도. - 301


2026. aug.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유부만두 2026-09-18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라디오 책방송에서 듣고 찜해놨었는데…

hellas 2026-09-18 17:02   좋아요 1 | URL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입니다만... 동의하는 몇몇 분들도 보긴했고.... 일단 이런 현대사 흐름을 담는 이야기가 너무 숨넘어가듯 진행되기도 하고, 편리하게 넘어가는 부분도 많고.... 뭐랄까 영상화를 위한 밑작업? 같다는 느낌을 좀....
 
귀야옹 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 ㅣ HiP 시리즈
정보라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출간 단편집.

오래전 써둔 단편인데도 여전히 시의성 있다는 점이 슬프기도 하면서, 
작가가 분하게 생각하는 지점이다.

아직도 차별금지법이 되려나 싶고, 젠더 간 불이해와 갈등이 존재하고,
생명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사회라는 것이 갑갑하게 느껴진다.

어디에나 널리 존재하는 것이 포용, 화합, 공감이 아니라 차별, 혐오, 증오인 세계가 한심스럽다고
오늘도 한 번 더 생각한다.

- 이 단편을 쓰고 나서 무려 16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차별금지법도 제정이 안 되고 동성혼 법제화도 이루어지지 않아서 내가 상심이 크다. 데모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
(...)
그리하여 언론 보도와 내가 공부한 내용들을 종합해 인간의 불완전함과 인공존재의 잠재적 위협과 고양이의 완벽함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 고양이는 귀엽다. 사회가 인공지능보다 고양이의 행복을 위하는 쪽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 작가의 말 중


2026. jul.

#귀야옹씨의조그만상실에관하여 #정보라 #미출간단편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보글 ㅣ 오늘의 젊은 작가 57
전예진 지음 / 민음사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금은 기묘한 분위기의 이야기.

원하는 대상, 소멸시키고 싶은 대상을 삼켜버리는 존재.
도무지 좋은 끝은 보기 쉽지 않을 것만 같은 자매의 행적들.

자매 둘이 힘을 합쳐 고역스럽게 삼키는 행위는 좀 그로테스크하기도 하지만
고역스럽다는 행위로 인해 뭔가 심오한 은유일지도.

기묘하지만 여운은 남는다.

- 이상하고 기이한 일, 우리가 하지도 않은 일에 관한 소문이 학창 시절 내내 우리를 따라다녔다. 무리에서 소외되기는 대체로 편했다.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그렇게 외롭지도 않았다. 함께일 수 있는 모든 순간에 우리는 같이 있었고 안전했다. - 12

- 세상 모든 일은 연결되어 있어. 할머니가 말했다. 다만 우리가 그걸 다 알지 못할 뿐이지. - 26

- 다시는,
다시는.
먹지 말자.
먹지 말자.
사람을,
사람은. - 77

- 소설을 쓰며 불안과 죄의식에 대해 생각했다. 마땅한 이유 없이 계속되는, 형체 없는 감정과 '그럼에도'라는 말에 대해서. 함께 걷는 행위에 대해서.
우리는 밤길을 나란히 걷다가 차가 지나가면 앞뒤로 자리를 옮긴다. 인적 드문 길에 울리는 발소리에 몸을 움츠리다가 이내 서로임을 알아보고 마음을 놓는다.
함께 걸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 작가의 말 중

- 쓸쓸하고 아름다운. 소심하지만 용감한. 나쁜 마음은 없었지만 나쁘게 귀결되는 인물의 삶이 있다. 애썼으나 실패한 일과 의도와 다르게 마무리된 슬픈 마침표까지. 사랑으로 지은 죄가 있고 용서받기 어려운 사랑도 있다. 입 맞추려 했으나 삼키는 입술이 있고 껴안으려 했으나 서로가 부서지는 포옹도 있다. 아무도 볼 수 없는 속살에 돋아나는 죄책감의 열매를 몰래 버려야 했던 자매와 엄마와 할머니. 이런 기담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느낄 수 없는 현실 안쪽의 내밀한 삶들. 환상과 상상의 도움 없이는 닿을 수 없는 리얼리티. 몸 안으로 밀어 넣어야만 했던, 그만큼 뱉어 낼 수밖에 없던, 자매들의 이야기를 떨치지 못하는 꿈처럼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다. 왜 사랑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바꾸는지. 왜 괴물이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지. 왜 타인의 심정을 번역하기 위해서는 글이 아닌 몸이 필요한지. - 정용준, 추천의 글 중


2026. aug.

#보글 #전예진 #오늘의젊은작가 #민음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