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 오늘의 젊은 작가 57
전예진 지음 / 민음사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금은 기묘한 분위기의 이야기.

원하는 대상, 소멸시키고 싶은 대상을 삼켜버리는 존재.
도무지 좋은 끝은 보기 쉽지 않을 것만 같은 자매의 행적들.

자매 둘이 힘을 합쳐 고역스럽게 삼키는 행위는 좀 그로테스크하기도 하지만
고역스럽다는 행위로 인해 뭔가 심오한 은유일지도.

기묘하지만 여운은 남는다.

- 이상하고 기이한 일, 우리가 하지도 않은 일에 관한 소문이 학창 시절 내내 우리를 따라다녔다. 무리에서 소외되기는 대체로 편했다.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그렇게 외롭지도 않았다. 함께일 수 있는 모든 순간에 우리는 같이 있었고 안전했다. - 12

- 세상 모든 일은 연결되어 있어. 할머니가 말했다. 다만 우리가 그걸 다 알지 못할 뿐이지. - 26

- 다시는,
다시는.
먹지 말자.
먹지 말자.
사람을,
사람은. - 77

- 소설을 쓰며 불안과 죄의식에 대해 생각했다. 마땅한 이유 없이 계속되는, 형체 없는 감정과 '그럼에도'라는 말에 대해서. 함께 걷는 행위에 대해서.
우리는 밤길을 나란히 걷다가 차가 지나가면 앞뒤로 자리를 옮긴다. 인적 드문 길에 울리는 발소리에 몸을 움츠리다가 이내 서로임을 알아보고 마음을 놓는다.
함께 걸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 작가의 말 중

- 쓸쓸하고 아름다운. 소심하지만 용감한. 나쁜 마음은 없었지만 나쁘게 귀결되는 인물의 삶이 있다. 애썼으나 실패한 일과 의도와 다르게 마무리된 슬픈 마침표까지. 사랑으로 지은 죄가 있고 용서받기 어려운 사랑도 있다. 입 맞추려 했으나 삼키는 입술이 있고 껴안으려 했으나 서로가 부서지는 포옹도 있다. 아무도 볼 수 없는 속살에 돋아나는 죄책감의 열매를 몰래 버려야 했던 자매와 엄마와 할머니. 이런 기담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느낄 수 없는 현실 안쪽의 내밀한 삶들. 환상과 상상의 도움 없이는 닿을 수 없는 리얼리티. 몸 안으로 밀어 넣어야만 했던, 그만큼 뱉어 낼 수밖에 없던, 자매들의 이야기를 떨치지 못하는 꿈처럼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다. 왜 사랑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바꾸는지. 왜 괴물이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지. 왜 타인의 심정을 번역하기 위해서는 글이 아닌 몸이 필요한지. - 정용준, 추천의 글 중


2026. aug.

#보글 #전예진 #오늘의젊은작가 #민음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