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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혼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평점 :
moral disorder - margaret atwood
그다지 직시하고 싶진 않은 삶의 단면들.
시대적, 지역적, 문화적인 부분들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그럴 때가 있다. 배경이 너무 멀어도 잘 읽을 수 있는 때와 그렇지 않은 때.
나에겐 여성 서사에 대한 관점을 공유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애트우드의 이야기는 조금 자세한 배경 서사가 필요한 것 같다.
불필요하다 여겨지는 지점들을 건너뛰고 훅 이야기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 집중이 좀 부족했던 이유 중 하나를 더 말한다면,
글씨가 너무 흐렸다. 이럴 땐 눈 노화가 아주 짜증스럽다.
더위와 노안과 딴 세상 이야기의 콜라보는 좋지 않다.
- 하지만 나쁜 소식은 예전에도 존재했고, 우리는 그것을 해쳐 왔다. 자신이 태어나기 전, 또는 아직 손가락 빠는 아이였을 때 일어난 사건을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말한다. 나는 그 표현이 아주 마음에 든다. 우리는 그것을 헤쳐 왔다. 자신이 직접 겪지 않았던 사건에 대해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다. 마치 우리라는 클럽에 가입하고, 그 자격을 따기 위해 조잡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우리 배지를 달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헤쳐 왔다는 표현은 활기를 북돋아 준다. 그것은 일종의 진군, 행렬을 떠올리게 한다. - 13, 나쁜 소식
- 현재의 우리를 규정하는 시제들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그때 그 시절과 같은 과거 시제, 그리고 아직까지는 아닌 같은 미래 시제. 우리는 이 두 시제 사이에 존재하는 작은 틈에서 살아간다. 최근에 와서야 우리는 그 공간이 여전히라는 시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틈새와 별다를 바 없는 크기다. - 14, 나쁜 소식
- 할로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명절이었다. 그날을 왜 그렇게 좋아했던가? 아마도 나 자신으로부터, 혹은 나 자신인 척하는 것으로부터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 자신인 척하는 것은 점점 더 편리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남들 앞에서 그러기가 점점 더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 52, 머리 없는 기수
- 시의 첫 행은 언제나 가장 중요합니다, 학생 여러분, 베시 양은 말할 것이다. 시 전체의 분위기를 조성하죠. 그다음을 봅시다.
그러는 사이, 나 자신은 어두운 터널 속에 있게 될 것이다. 나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는 새로운 것들을 발견 해 낼 것이다. 나는 완전히 혼자일 것이다. - 140, 나의 전 공작 부인
- 대화를 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말 대신 자리를 차지한 침묵은 그 자체가 어떤 방식의 말이 되었다. 이 침묵 속에서 언어는 유예 상태로 걸려 있었다. 그것은 많은 질문을 담고 있었지만, 확실한 대답은 없었다. - 263, 흰 말
- 그 모든 불안과 분노, 그 애매모호한 선한 의도들, 모든 얽힌 삶 들, 그 피. 나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고 그것을 묻어 버릴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이야기가 될 것이다. 아니면 우리는 혼령이 될 것이다. 어쩌면 그 두 가지는 똑같은 것일 수도 있다. - 326, 혼령들
2026.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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