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로 - 편혜영 소설집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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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냉랭한 회고, 한 세대 혹은 두 세대, 한시대가 짜부라드는 모습들이 압축되어 각각의 단편마다 담겨 있는 것 같다.
속절 없이 세월을 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일까.

서늘하게 인생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불편한 지점을 불쾌한 것으로 마무리 짓지는 않는다.

어떤 행위를 하고 있건 간에 정적인 느낌을 주는 캐릭터들이 마음에 오래 머문다.

- 무엇이든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 11, 소년이로

- 특별한 일보다 우리가 더 많이 겪은 것은 의미없이 흘러간 지루한 시간들이다. 우리는 기억에 남지 않을 하루하루를 함께 보냈다. 별처럼 반짝거리는 순간만 인생인 것은 아니니까. 봄날의 지열처럼 미지근한 나날이 오히려 내가 생각하는 인생에 가깝다. - 187, 잔디


2019.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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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편지
볼테르 지음, 이봉지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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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재밌을 거라고 추천받은 책.
빛나는 지성과 통찰 다 좋았으나,
결정적으로 나는 타인의, 타국의 (특히)종교에 무관심하다. 흥미가 생기지 않는 장르.
촌철살인 날리면 뭐해... 그 대상에 관심이 없는걸..

구체제에 던져진 최초의 폭탄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볼테르의 구체제와 신체제 모두 구체제가 된 지 오래고....

그래서 다수의 챕터가 시큰둥했고, 똑똑한 옛날 사람이구만 하는 감상과 일부 챕터만 재밌었다는 슬픈 후기 되겠다.

오히려 예술가의 후견인, 후원자인 샤틀레 부인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는 독서.

삐딱하게...ㅡ.ㅡ;;;

- 신권 사상은 주교복을 입은 폭군을 만들 뿐이지만 법은 시민을 만든다고 했다. - 33

- 인간의 이중성이란 형이상학적일 뿐만 아니라 부조리한 관념이다. 개는 물기도 하고 핥기도 하니까 이중적이고, 암탉은 새끼가 어릴 때면 극진히 돌보다가 크고나면 완전히 내팽개치니까 이중적이고, 거울은 한번에 여러가지 물건을 비추니까 이중적이고, 나무는 잎사귀로 덮였다가 앙상해지니까 이중적이라고 말하는 셈이다. 물론 나는 인간이 불가해한 존재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자연의 모든 것이 다 그렇다. 유독 인간에게만 더 많은 모순이 있는 것은 아니다. - 165



2019.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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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10-09 1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그쵸 관심이 있어야 재미가 따라오죠!

hellas 2021-10-10 03:51   좋아요 0 | URL
그런 면이 있죠 ;ㅂ; 종교.....가 그런 면이예요.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 괄호 안의 불의와 싸우는 법
위근우 지음 / 시대의창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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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에 공감하며 읽는 재미.

웹툰의 개연성, 현실의 재구성에 대한 글에서는 얼마전에 읽은 신형철의 <몰락의 에티카>에서 언급된 부분이 연상되었다. 현실을 그대로 옮겨 오는 것만으로는 안된다는 것, 현실과의 긴장이 있어야 한다는 점. 그런것들이 왜 간과될까 생각.

그리고 플스4... 가 남았다. 왜 플스 이런거라고 아무도 나한테 말 안했을까? ㅋㅋ

- 우리는 페미니스트여야 하는가? 이 질문은 오히려 많은 것을 원점으로 되돌린다. 페미니스트여야 하는가 아닌가, 페미니스트가 아니어도 되는가 아닌가, 이것은 페미니즘을 개인이 어떤 옷을 입을지 결정하는 문제처럼 다룬다. 이건 가짜 논의다. 인간은 평등하다는 것에, 성별 피부색 성적 지향 등 생득적인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페미니스트여야 한다. 여성이라 돈을 덜 받고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고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포기해야 할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에 반대한다면 우리는 페미니스트여야 한다. 하면 좋고 안 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확장된 규칙이 아니라, 인간은 존재하는 그대로 존엄하며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가장 근원적인 한 줌의 도덕이다. - 18

- 웹툰 특유의 핍진성은 묘사된 현실에 대한 반성적 전유를 거치지 않을 때 자칫 세상의 통념들을 재생산 하는데 그치게 된다. 현실에 일진이 있으니 일진이 나오고, 현실에 폭력이 있으니 폭력이 나오며, 현실에 여성혐오가 있으니 여성혐오가 나온다. 많은 경우 핍진성과 재현의 윤리 사이에 반목이 생기는 건 그래서다. - 94

- 시기상조라는 말은 언제나 실천적 반동이 될 위험을 안고 있다. 급작스럽지 않게 모두가 적응할 수 있도록 천천히 변화를 추구하자는 조심스러움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시기상조라는 말은 그 느린 변화의 첫 걸음조차 가로막기 위해 쓰이는 경우가 태반이란 점이다. - 161

- 법철학 저서인 <사실성과 타당성>에서 위르겐 하버마스는 페미니즘 법이론을 다루며 “아무리 맥락에 민감한 법적 규제라 할지라도, 그것이 동시에 정치적 공론장에서 여성의 지위를 강화하고 그럼으로써 정치적 의사소통 형식에의 참여를 확대시키지 않는다면, 자율적인 사적 생활을 위한 평등한 권리는 적절히 구체화될 수 없다. 정치적 의사소통은 평등한 지위를 결정하는 유관 적합한 측면을 명료히 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166

- 이 모든 이야기는 품위에 대한 것이 아니다. 최소한 폭력의 공모인은 되지 말라는 것이다. 과거 우리가 어떤 차별적 뉘앙스를 문제의식 없이 웃고 소비했을지라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게 아니다. 사실 그 때도 틀렸다. - 258

2019.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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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9-06-15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핍진성 이야기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어요.

hellas 2019-06-15 19:36   좋아요 1 | URL
맞아요 개연성만 따지고 사유가 없으면 그게 왜 문화고 예술일까요
 
팬텀 이미지 ㅣ 테이크아웃 13
정지돈 지음, 최지수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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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돈의 소설은 좋아하려고 노력하다 아쉽게 어느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끝나는 기분이다 늘.
아직도 잘 모르겠다.

- 불안은 현상이 아니라 심리야, 그러니 더 이상 아무것도 불안해 할 필요 없고 아무것도 불안하지 않을거야. -26

2019.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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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의 에티카 - 신형철 평론집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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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재미가 엄청 있는 글은 아니지만, 작품과 함께 읽는 맛이 좋았다.
계획을 그리 세워놓고 좀처럼 진도가 안빠져서 문제였지만.

시평이 많아서 그렇기도 했는데, 안 읽은 작품의 평론을 읽는 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편혜영에 대한 평론을 가장 흥미롭게 읽은 것 같다.

- 나는 늘 몰락한 자들에게 매료되곤 했다. 생의 어느 고비에서 한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사람은 참혹하게 아름다웠다. 왜 그랬을까. 그들은 그저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전부인 하나를 가지기위해 그 하나를 제외한 전부를 포기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텅 빈 채로 가득 차 있었고 몰락 이후 그들의 표정은 숭고했다. 나를 뒤흔드는 작품들은 절정의 순간에 바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표정들은 왜 중요한가. 몰락은 패배이지만 몰락의 선택은 패배가 아니다. 세계는 그들을 파괴하지만 그들이 지키려 한 그 하나는 파괴하지 못한다. 그들은 지면서 이긴다. 성공을 찬미하는 세계는 그들의 몰락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 덕분에 세계는 잠시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들을 스스로 몰락하면서 이 세계의 완강한 일각을 더불어 침몰시킨다. 그 순간 우리의 생이 잠시 흔들리고 가치들의 좌표가 바뀐다. 그리고 질문하게 한다. 어떤 삶이 진실하고 올바르고 아름다운 삶인가. - 5

- 그 소재가 무엇이건, 도대체가 미학적으로 태만한 작품은 옹호할 수가 없다. 소수자 혹은 약소자를 스테레오타입으로 재현하고 감상적인 해결책을 반복하는 작품들은 그것이 리얼리즘이냐 모더니즘이냐를 따지기 이전에 그저 ‘나쁜 소설’일 뿐이다. 좋은 소설은 늘 현실보다 더 과잉이거나 결핍이고 더 느리거나 빠르다. 좋은 소설에는 ‘현실 자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의 긴장’이 있다. - 23

- 90년대가 되면서 이념이라는 좌표는 희미해졌다. 좌표가 사라지면 자유가 오는 것이 아니라 좌표를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온다. 폐허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기 위해 ‘자기 입법’의 자유와 책임을 떠맡아야 했다. 비로소 도덕이 아니라 윤리를 사유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작가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 143

- 한 편의 시가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었던 때가 있었다는 식의 의심스러운 노스탤지어는 갑갑할 뿐만 아니라 수상하다. 시는 하찮은 것이다. 시가 위대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를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시는 하찮은 것이지만 다른 대단한 것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 주체들이 앓고 있는 증상들을 언어라는 가장 기초적인 수단을 통해 표현하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시는 가장 근본주의적이고 하찮고 가장 진실하게 사소한 그 무엇이다. 도착적이고 반 고백적이며 환상적이고 비 계몽적인 이들의 시는 불투명한 우리 시대가 낳은 가장 투명한 증상들이다. 물론 진실은 언제나 건강한 자들이 아니라 앓는 자들의 편에 있다. - 230


2019.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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